[중국話] 페이스북에 올라온 여성 연예인 사진..'발칵'
최근 타이완에서 유명 여성 연예인이 자신의 페이스 북에 '인증 사진'을 올렸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포스팅한 사진은 모두 4장으로 1장은 이 여성 연예인이 아파치 군 헬기 앞에서 깜찍한 포즈로 촬영한 사진이고 나머지 두 장은 헬기 조종실에 들어가 찍은 사진이다. 이런 사진이 페이스 북을 통해 알려지자 즉시 여론이 들끓었다. 네티즌들은 고도의 군사 기밀이라 할 수 있는 공격용 아파치 헬기 앞에서 마치 놀이터에서처럼 어떻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느냐며 이는 엄중한 군사 기밀 유출이라고 비난했다. 지난달 홍콩에서 한 여신급 미모의 여성 승무원이 자신의 웨이보에 비행기 조종실에 탑승한 사진을 올려 역풍이 일었던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군사 기밀과 관련되면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고 군 관련자들이 줄줄이 인사 조치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페이스 북 '사진 4장'이 일으킨 파문이다.
■ 소통하려 페이스북에 사진 올렸지만…
파문의 당사자는 '미시족 연예인'이란 별칭으로 유명한 리첸롱(李蒨蓉,36)이다. 두 아들을 둔 그녀는 영화와 TV 방송뿐만 아니라 자식 교육과 결혼 생활에 대한 책 출간으로 결혼 후에도 인기가 시들지 않고 있다. 특히 그녀는 SNS를 통한 팬들과의 소통에 관심이 많다. 그런 그녀가 최근 자신의 페이스 북에 4장의 사진과 글을 남겼다. 사진은 선글라스를 쓴 그녀가 즐거운 표정으로 공격용 아파치 헬기 앞에서 거수경례를 한 모습이다. 발랄한 그녀의 평소 모습을 짐작하게 한다. 또 한 장은 아파치 헬기 조종실에서 조종간을 잡고 있는 모습이고 또 다른 사진은 실제 조종사들이 쓴 다는 최첨단 헬멧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자신의 소감을 남겼다. "아파치 공격헬기를 참관했다. 남자 아이들이 좋아서 괴성을 질렀다. 정말 멋졌다.-육군 항공 601 여단에서." 사진이 페이스 북을 통해 공개되자 네티즌들이 군사 기밀을 함부로 노출 시킬 수 있느냐며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국방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사태파악에 나섰다. '탱크 킬로'로 잘 알려진 아파치 헬기는 최신예 무장 헬기로 타이완에선 모든 것이 군사 기밀에 속한다.
타이완 육군은 2013년 말부터 20억 달러 이상을 주고 AH-1 코브라 헬기 후계 기종으로 미국으로부터 최신 모델인 AH-64E형 아파치 헬기 30대를 구매했다. 인도 당시에도 보안상의 이유로 전담 병력이 헬기 주변에 배치돼 기자와 일반인의 접근을 통제했고 조종석 내부는 사진 촬영이 엄격히 금지됐다. 당시 도입을 추진한 마잉주 총통만이 유일하게 아파치 헬기 조정석에 앉아 200여 만 타이완 달러(약 7천만 원)하는 최첨단 조종사 헬멧을 쓸 수 있었다. 그런데 리첸롱(李蒨蓉)이 일반인 신분에 그 2번째 주인공이 된 셈이다. 아파치 AH-64E 헬기에서 사용하는 통합식 헬멧 시스템은 시선의 움직임에 따라 표적을 조준해 타격하는 기능이 탑재돼 있어 모두 군사기밀이다. 심지어 헬기 계기판도 사진 촬영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이걸 '인증샷'을 찍고 인터넷에 올렸으니 타이완 여론이 발칵 뒤집어 진 것이다.
■ 네티즌·언론으로부터 호된 질타…육군 대국민 사과문 발표
네티즌들은 리첸롱(李倩蓉)이 예전에도 법을 어기고 본토 국적의 사진사를 데리고 해군 부대에 들어가 군함 전경을 찍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타이완 언론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미군 전투기가 최근 고장으로 타이완 남부 기지에 비상 착륙한 뒤 외부인의 접근을 철저히 막고 있는데 반해 자국 군대는 최신예 아파치 공격 헬기에 여성 연예인이 마음대로 올라타 '인증샷'을 찍었다며 타이완 군 기강이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비판 여론이 들끓자 육군 사령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허술한 군사 기밀 보호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또한 국가비밀보호법을 어긴 것을 확인하고 육군 항공특수부대 사령관과 601 여단장 등을 징계했다. 이와함께 리첸롱 일가를 데리고 AH-64E 아파치 헬기 수리 공장을 견학시킨 것으로 드러난 항공특전지휘부 601 여단 라오나이청(勞乃成) 중령은 문책 후 검찰에 송치됐다. 특히 라오나이청은 AH-64E 아파치 헬기 교관으로 보안 업무를 겸하고 있는 치안관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라오 중령은 지난해 할로윈 데이(Halloween day)때도 항공복장에 실제 아파치 조종사 헬멧을 쓰고 호화 주택에서 친구들과 놀았던 사실이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군기가 아이들 장난이 되었고 장비는 장난감이 되었다고 개탄했다.
■군사 요충지가 놀이터?…군사 기밀 모두 노출
타이완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사건'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사건 당일인 3월 29일, 리첸롱 가족을 포함해 무려 26명이 타오위안(桃園) 룽탄(龍潭)에 있는 부대 내에 들어가 아파치 헬기에 올라 사진을 찍은 것으로 밝혀졌다. 어린 아이 7명과 외국인 6명도 포함됐다. 이들은 사건 당일 오후 3시쯤 6대의 차량에 나눠타고 1시간 30분 정도 601 여단을 둘러보고 관광을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라오 중령은 2대의 아파치 헬기를 이들 관광단에 개방했고 아파치 헬기에 올라 번갈아가며 아파치 헬기 조종석 체험을 했다. 아이들은 아파치 헬기를 오르내리며 환호성을 질렀다. 군사 요충지가 마치 놀이터가 된 셈이다. 이 관광단에는 일본인 1명과 동남아인 5명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큰 충격을 줬다. 특히 일본인은 당시 부대 내 출입기록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이라는 민감한 신분이었기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간첩 사건으로 비화할 가능성마저 제기됐지만 이들을 인솔한 라오나이청 중령의 작은 이모 남자 친구로 밝혀졌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 관광단이 찍은 사진이 워낙 많아 최첨단 아파치 헬기 군사 기밀이 모두 노출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면서 '아파치의 여왕'으로 불리게 된 리첸롱(李蒨蓉)은 검찰 조사를 받은 뒤 허리 굽혀 사과했다. 그녀는 자신의 페이스 북 사진이 군 이미지에 손상을 입히고 많은 이들을 힘들게 했다며 마음속 깊이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형사 입건되고 육군 측은 관련자에 대한 2차 징계 절차를 예고했다. 자신의 사생활을 은근히 자랑삼아 페이스 북에 올렸다가 큰 낭패를 보게 됐다고 타이완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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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균기자 (sk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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