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아베 씨의 좌충우돌 '언제까지' 갈까?

최선호 기자 2014. 3. 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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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 운명에 관한 보고서

외교적으론 결례고, 정치적으론 레토릭에 불과한 소리입니다. 그러나 파탄지경에 이른 한·일 관계를 보노라면, 저도 모르게 "이것 뿐인가?"라며 따져보게 되는 질문입니다. 아베 총리의 좌충우돌 '어디까지'가 아니라 '언제까지'일지. 아베 씨 운명에 관해, 약간의 취재와 팩트 그리고 다량의 정치적 상상력으로 '징후'와 '조짐'을 짚어봤습니다.

◇ 아베 총리에겐 '1년'이 중요했다?

아시다시피 아베 총리는 지난 2006년에도 한 차례 총리를 했었죠. 2006년 9월 26일입니다. 그리고 이듬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하고 개각을 한 게 8월 27일. 그러나 수명 연장은 한 달에 불과해 결국 2007년 9월 25일 공식적으로 총리직을 내려놓습니다. 1년에서 딱 하루 빠집니다. 아베 씨에겐 '1년'이 사무치게 의미있는 시간입니다.

지난해 12월 26일. 아베 씨가 총리 취임 1년을 자축하며 야스쿠니 신사로 달려간 건, 자기 자신에게 내린 큰 포상(?)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베노믹스, 집단적 자위권, 특정비밀보호법, 1년 간 13차례 출국 25개 나라 순방, 그리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 숨가쁜 속도전의 쉼표이자 안도감의 표시가, 바로 '극우 커밍아웃' 야스쿠니 참배였습니다.

미국에 'NO'라고 말하는 아베 씨(?)

일본을 조금이라도 아는 한국 사람들이 거의 모두 인정하는 팩트. "일본은 미국에 꼼짝 못한다." 사실입니다. 서열을 따지고, 그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해 분수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몸에 밴 사람들입니다. 2차 대전 패전국으로서, 전후 질서를 만든 지배자(미국)에게 순종하는 것은 '국가 자존심'과 전혀 상관없는 문제라는 게 일본식 사고방식입니다. 4월 오바마 미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 목을 맸던 게 단적인 예입니다. 도쿄지검 특수부로 상징되는 미국식 '정의'가 일본 정치 고비고비마다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것도 이런 사고방식과 무관치 않습니다. (도쿄지검 특수부에 관한 글은 좀 더 취재해서 다음 기회에 더 자세히...다시 본론으로)

하지만 일본 사람들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이런 상황이 좋기만 하겠습니까? 아베 총리가 내세우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통한 '보통국가 복귀'는 전후체제 수정입니다. 일본 입장에서는 실로 오랜만에 미국이 만든 전후질서에 조심스럽게('라도') '밥 숟가락을 얹는 행위'를 아베 씨가 하고 있는 겁니다.

미국의 경고에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 그리고 미국의 '실망' 발표. 4월 오바마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한국·중국과 관계 개선을 하라는 외교적 압박이 이어지는 순간 '고노 담화 검증'. 아베 씨의 좌충우돌이 일본 우파 특히 극우 민족주의자들에게 잊혀진 '국가 자존심'을 자극, 고무하고 있는 셈입니다.

참고로 2006년 1차 내각 때 아베 총리의 슬로건이 '아름다운 나라를 만드는 내각'이었습니다. 이 표현 요즘 일본 유신회 극우인사들이 자주 쓰고 있습니다.

◇ "너무 달렸나?"…불거지는 암초들

거침없던 아베 씨의 발걸음이 요즘 많이 느려졌습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이른바 '해석 개헌-국민투표를 통한 헌법 개정이 아닌, 내각의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한 사실상의 개헌-'을 당초 6월 22일 정기국회 안에 끝내겠다는 방침이었지만, 힘들어 보입니다. 야당과 언론, 시민사회의 반발은 물론이고,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도 신중해야 한다는 분위깁니다.

자민당 안에서도 '아베 1색'이 아닌 '자민당 1색'이 돼야 한다며, 아베 씨의 독주에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언론에도 가끔 소개되는 기시다 외상(온건파)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모미이, 햐쿠다 등 NHK 인사들을 확실히 비판해야 한다"면서 '(극)우파와 거리두기'를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인사가 만사'라고 'NHK의 아베 친구들'은 일본 지식인 사회에서 수치스러운 존재입니다. 지난 6일 밤 결국 이뤄지긴 했지만,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미 대사는 모미이 회장과 햐쿠다 경영위원의 발언을 문제 삼아 NHK 인터뷰를 거부해 왔었죠. 게다가 아베 총리의 보좌관인 에토(참의원)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실망했다는 미국에 대해 "실망했다는 미국에 더 실망했다"며 유튜브에 치기를 부려 미일 관계를 더욱 냉각시켰습니다.

정말 예전 같으면(=20세기 같으면), 일본 수상이 이 정도로 미국 말 안들으면 도쿄지검 특수부 발 스캔들이 벌써 나왔을 지도 모릅니다.

◇ 아베 총리의 최대 고비…4월 이후 일본 경제와 '스트레스'

어느 나라나 정치 지도자에게나 인기의 핵심은 경제일 것입니다. 주변국, 심지어 미국을 포함한 외교적 갈등에도 불구하고(지금 일본이 그나마 잘 지내는 주요 외교 상대국은 러시아, 그리고… 북한?)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50% 안팎을 유지하는 것은 '아베노믹스'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수년째 인플레가 아닌 디플레이션에 시달려 온 일본 사람들에게, 돈을 풀어 경제를 움직이게 만들자는 아베노믹스가 일단은 뭔가 그럴 듯해 보입니다. 지난 연말까지 1년 3개월 동안 7조 7천억 엔을 풀었고, 2년내 2% 물가 인상을 조기에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연간 기준으로 1%. 당초 기대치 2.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아직은 최종 판단을 유보하는 전문가들이 다수지만, '아슬아슬'한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4월. 소비세가 인상됩니다. 기존 5%에서 8%로 3%포인트 오릅니다. 간단한 물건들이야 상관없지만 조금 비싼 물건들은 당연히 3월 안에 미리 사놓게 되겠죠. 자동차, 가전제품 이런 것들 말입니다. 지금은 잘 팔리고 있습니다만, 4월 이후 어떻게 될까요? 아베노믹스,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아마 제가 궁금해 하는 것보다 100만배는 더 '아베 씨가 노심초사'하고 있을 겁니다.

◇ 요즘 아베 총리,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2007년 9월 25일. 아베 씨가 총리에서 물러날 때, 많은 사람들이 "설마?", "저런 것도 변명이라고?"라며 의아해 했던 게 바로 아베 총리의 지병 '궤양성 대장염'입니다. 병세가 악화되면 '하루에 30번' 화장실을 찾아야 할 정도로 남모를 고통에 시달리는 병입니다.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가 '눈물로 사임을 종용(?)'했다고 하죠. 요즘 아베 총리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건강 정말 중요합니다.최선호 기자 chois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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