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이라크전 때 뭘 잘못했나..칠콧 보고서 6일 발표
각종 논란에 7년간 문서 15만건·증인 150여명 조사
'부시의 푸들' 블레어 평가…"전범재판은 부르진 않을듯"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전쟁을 하려고 정보를 조작했다는 설부터 '이슬람 국가'(IS) 같은 극단주의 무장세력이 활개 치도록 사실상 방조했다는 설까지.
이라크 전쟁에서 영국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오늘날 중동정세에 어떤 악영향을 끼쳤는지 밝히는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가 6일(현지시간) 공개된다.
영국의 이라크조사위원회가 2009년부터 조사한 결과를 담은 이 보고서는 위원장을 맡은 원로 공무원 존 칠콧 경의 이름을 따 일명 '칠콧 보고서'로 불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영국에서 이라크전 개입은 1956년 제2차 중동전쟁(수에즈 위기) 이후 최악의 외교정책 실패로 간주된다고 4일(현지시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발표되는 칠콧 보고서는 이 같은 오점에 대한 확정적인 평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침공으로 2003년 시작된 이라크 전쟁에서 영국 군인 179명과 4천500명 이상의 미국 군인이 전사했고,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라크 민간인이 희생됐다.
영국의 참전을 결정한 당시 토니 블레어 총리는 이라크전을 비롯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외 정책들을 지지하며 '부시의 푸들'이었다는 오명에 시달렸다.
칠콧 보고서의 초점은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전쟁이 이뤄졌다는 주장에 대한 진위 판단에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영국은 사담 후세인 당시 이라크 대통령이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했다는 정보를 토대로 이라크 침공을 결정했으나 그런 무기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군사 개입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와 전쟁으로 인해 악영향을 받은 이라크의 미래에 대한 계획을 마련하지 않은 점도 다른 쟁점으로 거론된다.
일반적으로 보면 당시 정부의 의사결정도 조사 대상인 까닭에 보고서는 결국 블레어 총리의 재임 기간에 대한 평결이 될 전망이다.
앞서 이라크 전쟁에서 영국의 역할에 대한 공식 보고서는 2004년에만 두 건이 발표됐다.
그러나 이들 보고서는 정부의 과오를 세탁해주기 위한 눈가림용 요식행위였다는 비판을 받으며 철저한 재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촉발했다.
블레어 전 총리의 후임인 고든 브라운 전 총리는 2009년 조사위원회를 만들고 칠콧 경을 위원장에 임명하면서 전적인 조사 권한을 부여했다.
위원장을 포함해 조사 위원은 5명이었으나, 위원 중 역사학자인 마틴 길버트가 지난해 사망했다.
칠콧 보고서는 12권, 260만 자 분량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위원회의 조사는 1년 안에 결론을 내릴 예정이었지만 영국의 참전기간인 6년보다 오래 계속돼 전사자 유가족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칠콧 위원장은 15만 건의 문서를 검토하고 150명 이상의 증언을 듣고 주요 증인에게 반론 기회를 주는 데 필요한 시간을 애초에 너무 적게 잡았다고 해명했다.
블레어 총리가 부시 대통령과 주고받은 서한 등 기밀문서를 해제하는 협상이 오래 걸린 점도 조사 결과가 예정보다 늦어진 원인이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지난해 10월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잘못된 정보에 따라 행동한 것을 사과하고 전쟁 이후 이라크에서 계속된 혼란이 IS가 세력을 확대하는 데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을 인정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잘못된 정보를 내세워 전쟁을 일으켰다는 점에 대한 책임을 물어 블레어 전 총리를 전범재판에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블레어 전 총리나 다른 사람들이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NYT는 전했다.
실제로 위원회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조사위는 법정이 아니고 조사위원이 판사도 아니며 누가 피고인으로 기소된 것도 아니다"며 "실수나 더 잘 처리됐을 수 있는 문제가 발견된다며 이를 공표하는 것"이라고 기구의 역할을 한정하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도 영국 군인들이 전쟁 동안 이라크 주민들을 상대로 저지른 만행을 조사한 적이 있지만 영국의 참전결정 자체는 재판소의 관할 밖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영국 언론들은 칠콧 보고서가 블레어 전 총리를 비롯한 당시 노동당 내각 수뇌부에 잔혹한 평결을 내릴 것이라고 정부 고위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블레어 전 총리의 전범재판 회부를 다시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코빈 대표는 지난해 "전쟁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누구나 재판에 회부돼야 하고, 이라크 전쟁은 불법 전쟁이었다"며 "블레어 전 총리는 이에 대해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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