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본격 개입하나
(서울=연합뉴스) 조성대 기자 = 대만이 중국-동남아 국가 간 영유권 분쟁과 미국-중국 간 '치킨 게임'으로 파고가 높아지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에 본격 개입할지가 주목된다.
대만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국의 일원이지만 그동안 중국의 강경 목소리에 가려져 있다가 최근 자국의 영유권 주장을 공개 선언하는데 시동을 걸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27일 보도했다.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내년 1월 총통 선거를 앞두고 대만이 1958년부터 실효 지배 중인 남중국해상의 타이핑다오(太平島·영문명 이투 아바)를 방문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남중국해는 분쟁 당사국의 일원인 필리핀이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유엔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 분쟁 중재를 신청한 상황에서 이 해역에서의 자유 항해를 둘러싸고 중국-미국 간에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가 대만 총통 선거 이슈로 등장하자 마 총통이 총통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공세의 일환으로 내달 중 타이핑다오 방문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만 해군사령관을 지낸 먀오융칭(苗永慶) 퇴역 상장(대장)은 "타오핑다오는 대만 영토 주권 수호 의지의 핵심"이라면서 "오래전 대만이 건설한 활주로와 대형 등대, 군사·기상 시설이 있다"고 말했다.
마 총통이 타이핑다오 방문에서 남중국해 영유권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발표할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강경 입장이 발표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라고 VOA는 전했다.
대만 국립 칭화(淸華)대학 월리엄 스탠턴 교수는 "대만은 베이징 당국과 공동의 소리를 내면서 남중국해 분쟁을 주시하고 있지만 중국보다 ITLOS의 중재 판결을 존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중국은 필리핀이 신청한 국제 중재에 대해 당사자간 해결 원칙을 내세우며 거부하고 있다. 미국 외교관 출신인 스탠턴 교수는 "대만은 유엔 회원국이 아니지만 유엔의 결정을 준수할 의지가 강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총통 선거에서 승리가 유력시되는 야당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후보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대화로 해결하자는 입장을 이미 발표했다.
일부 인사들은 차이 후보에게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 폐기를 주장하고 실사구시 원칙을 견지하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남해구단선은 중국이 남중국해 주변 일부 해역과 해저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그은 9개 선이다.
대만 전략학회 왕쿤이(王昆義) 회장은 " 차이 후보는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남진 정책'을 추진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남진 정책은 동남아 국가들의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차이 후보의 외교 정책이다.
왕 회장은 "남중국해 주권 선언같은 무거운 임무는 중국에 맡기고 대만은 소국임을 인정하면서 실력 행사에 나설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스탠턴 교수는 "차이 후보가 총통에 당선되면 자신의 공약을 실행에 옮기는 데 많은 재검토가 이뤄지겠지만 역시 시급한 과제는 경제 성장, 실업 문제, 양안 관계 등이다"고 지적했다.
sd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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