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명문대의 '히잡 데이' 제정에 찬반양론 격돌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로 깊은 상처를 입은 프랑스에서 한 명문 대학이 '히잡의 날'을 만들어 논란을 빚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 명문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은 이날을 '히잡의 날'로 정해 학생과 교직원이 히잡을 쓰고 일과를 보도록 권했다.
이날 행사는 이 대학의 '여성주의자 협회'가 "우리가 항상 얘기하지만,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이들에게 발언 기회를 주고자 한다"고 제안함으로써 마련됐다.
대학 당국은 성명을 내고 "우리 대학은 설립된 이래로 공개 토론장이자 자유로운 표현의 무대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히잡의 날을 승인했다고 밝히면서도 "그렇다고 대학 당국이 이런 운동을 지지한다는 뜻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교내는 물론 외부에서도 찬반양론이 쏟아져 나왔다.
대학 내에서 우파 정당인 국민전선을 지지하는 '국민전선 협회'와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단체인 '젊은이'는 히잡의 날 제정을 "현실과 동떨어진 중산층 파리지앵들의 도발"로 규정하며 반대 청원을 시작했다.
이 대학 교수인 브루노 르 메르 전 농업부 장관은 트위터에 "히잡의 날에 반대한다. (히잡을 쓰면 얼굴 전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프랑스에서 여성은 보여야 한다. 개종 반대!"라고 썼다.
작가이자 철학자인 베르나르 앙리 레비는 트위터에 "(엄격한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 날은 언제? (이슬람식 간통죄 처벌인) 투석형의 날은? 노예제도의 날?"이라고 비꼬았다.
이 운동을 제안한 여성주의자 단체인 '폴리티쿠 엘르'는 페이스북에 "미니스커트든, 히잡이든 여성은 뭘 입어도 비난받는다"며 "여성주의는 종교와 인종, 사회계급과 관계없이 모든 여성을 옹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생 수십 명은 학교에서 '프랑스에는 99가지 문제가 있다. 히잡은 그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적힌 다양한 색의 히잡을 나눠줬다.
'아이멘'이라고 이름을 밝힌 한 학생은 히잡을 쓰고 지하철을 탔다가 정면에서 자신을 '노려보는 눈길'을 다수 느꼈다고 AFP 통신에 밝혔다.
프랑스에서 히잡은 논란의 대상으로 당국은 2004년 공공장소나 공립학교에서 머리에 쓰는 히잡과 함께 종교를 드러내는 십자가 또는 터번 착용을 금지했고, 2011년 사르코지 정부 때는 공공장소에서 얼굴 전체를 가리는 '니캅' 착용을 불허하면서 공직자들이 종교에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대해야 한다고 규정, 공직자의 종교를 드러내지 못하게 했다.
프랑스 국가 자문기구인 '세속주의 감시처'는 지난해 말 대학에서 히잡을 포함해 종교적 상징물의 착용에 관한 법제화가 '실용적이지도, 적절하지도 않다'고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최근 대학에서도 히잡 착용을 불허해야 하고, 이슬람교가 프랑스 국가 가치와 부합한다고 국민이 믿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tsy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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