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여전히 '大사탄'인가..핵합의 후 이란내 강온파 대립"
(서울=연합뉴스) 홍성완 기자 = 핵합의 이후 미국과의 관계를 놓고 이란의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와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7일 보도했다.
신문은 2년간의 힘겨운 핵협상이 타결된 이후 이란의 두 지도자가 미국을 계속 '대악마'(Great Satan)로 상대할 것인지 아니면 이를 완화할 것인지를 놓고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란인들이 37년전 이슬람혁명 이후 생각한 적이 없는 초유의 문제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하메네이는 최근 강경파 학생그룹과 만난 자리에서 "핵관련 사안 이외에는 미국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한뒤 "반미 투쟁을 지속하도록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 13일 "우리가 가는 길은 핵합의로 끝난게 아니며 여러 국가들과의 우호 협력 분위기를 구축하기 위한 시작이다"고 말했다.
NYT는 미국을 보는 이란 지도자들의 상반된 시각이 어떻게 귀결될지는 불확실하지만 핵합의가 이뤄지고 제재조치 해제를 앞둔 상황에서 이란이 미국을 더이상 세계 모든 악의 근원으로 몰아세우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전문가이자 로하니 대통령 지지자인 사에드 라일라즈는 "제재가 풀리면 미국을 '대악마'로 취급하는 인식도 같을수 없으며 아마도 완화된 의미의 용어를 써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각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정상국가가 되기를 열망하는 이란인들은 하메네이가 뭐라고 얘기하든 변화는 불가피하며 하메네이의 강경 태도는 핵합의에 반대하는 강경파 이슬람 성직자와 군부 지휘관들에게 정치적으로 의존해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란내 다른 분석가들은 이러한 주장이 하메네이의 동기와 의도를 순진하게 해석한 것이라며 하메네이는 조심스럽고 계산에 밝지만 강경 보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하메네이가 "혁명가이지 외교관이 아니다"며 그가 핵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융통성은 경제제재를 벗어나기 위한 전술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란에 새 시대가 도래한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하메네이는 지난주 이스라엘이 25년내 사라질 것이라고 발언해 국제적 비난을 샀다.
그로 부터 미국과의 화해를 바라는 조짐은 전혀 찾을수가 없다.
모든 사안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가진 하메네이의 미국 불신은 로하니의 야심찬 행보에 그림자로 작용하고 있다.
이란의 국제적 고립을 끝내고 보다 보다 정상적인 삶을 누리게 하겠다는 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로하니는 지난 2년동안 이란 중산층으로 부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핵협상 조인 직후 테헤란의 일부 시민은 "미국에게 죽음을"(death to America) 구호의 폐지를 요구하는가 하면 미국 대사관의 재개설을 전망했다.
그러나 아직 그런 요구나 전망이 가시화될 조짐은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하메네이의 최근 강경 발언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매일 밤 국영 TV는 미국 정치인들과 공화당 대선 후보자들의 이란 핵합의 공격 발언을 전하고 있다.
금융 전문가인 모함마드 메흐레간은 "(핵합의 후) 처음에는 테헤란-뉴욕간 직항이 수주내 개설되리라 예상하는 등 환호했지만 지금은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이란은 하룻밤에 변할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많은 이란인들은 로하니 대통령이 핵개발에 따른 전쟁을 예방하고 자산 동결을 풀고 외국인 투자의 길을 열어놓은데 만족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로하니 자신은 이런 분위기에 굴하지 않고 서방(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경제와 개인 자유를 증진 확대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수 이란인과 일부 정통한 분석가들은 하메네이가 공개석상에서 강경 입장을 보이지만 실제로는 로하니 입장을 두둔하고 있으며 핵합의가 잘못될 것을 대비한 위험 회피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서 "그렇지 않다면 왜 핵합의에 동의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란 정치전문가인 파르샤드 고르반푸르는 "결국 최고 지도자(하메네이)도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원한다"며 "단지 미국측의 험한 언사에 대해 분노하는 것이며 관계개선을 허용하기 앞서 핵합의가 제대로 되는지 지켜보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NYT는 전했다.
jami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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