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클린턴 건강이상, 왜 샌더스 대타설이 거론되나?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오는 11월 8일 실시되는 미국 대통령선거를 50여일 앞두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의 건강이상설이 제기되면서 미국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클린턴 후보의 건강이상으로 유고가 발생한 경우 대체후보를 물색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막판까지 후보 경합을 벌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이름이 다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 "힐러리 클린턴 건강이상설, 왜 샌더스 대타설이 거론되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의 건강에 이상이 있는거냐?
힐러리 주치의 리자 발댁 박사는 "CT촬영 등 수 차례 진단 결과 클린턴이 미국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충분히 건강하다"면서 "힐러리는 비슷한 연령대의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질병에 걸릴 확률이 낮으며,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수치 등은 '양호'(good) 또는 '훌륭하다'(excellent)"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힐러리 클린턴의 건강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앞으로도 건강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될 여지가 남아있다.
힐러리는 12일 CNN 간판앵커 앤더슨 쿠퍼와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주에 폐렴 진단을 받았지만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해 공개하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이 발언으로 또 신뢰에 타격을 입게됐고 역풍을 맞기도 했다.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진화에 나섰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힐러리가 심각한 탈수증세로 자주 쓰러지곤 했다"고 말하면서 더 큰불을 지핀 꼴이 되기도 했다. 힐러리는 CNN 인터뷰에서 남편의 발언에 대해 "자주는 아니고, 그 전에 몇 차례 쓰러진 적이 있다"고 말해 9/11 추도식에서 쓰러진 게 처음이 아님을 인정했다.
힐러리의 건강 이상설을 처음 제기했던 언론은 '드러지리포트'였다. 드러지리포트는 지난 2012년에 힐러리가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뒤 1년 동안 휴식을 취해야 했다고 보도해 논란이 됐지만 당시 힐러리 측은 음모론에 지나지 않는다며 일축했다.
정치전문매체 인포워스닷컴은 두 달 전부터 힐러리의 건강 이상설을 줄곧 제기하고 있는데 "혈관성 치매 진단을 받았던 게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며 "얼마 전 오하이오 주 힐러리 유세장에서는 만일 사태에 대비해 휠체어와 응급차도 대기하고 있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인터뷰 중 질문을 받다가 발작을 일으키는 듯한 모습과 연설 중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어리둥절해 하는 표정 등 건강이상설을 뒷받침할만한 동영상들이 유튜브 등을 통해 올해 초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 일단 지지율은 상승했지 않나?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16일(현지시간) 공동으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힐러리는 42%, 트럼프는 38% 지지를 얻어 4%포인트 차이가 났다.
그렇지만 건강이상은 잠복상태여서 남은 기간 대선레이스를 강행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힐러리와 트럼프 모두 고령인 까닭에 두 후보의 건강 문제가 언제든지 미국 대선 핵심 이슈로 따오를 수 있다.
▶ 미국 민주당 내부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는데 왜 그런거냐?
= 힐러리 클린턴의 건강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기보다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나온 얘기다.
이런 주장을 한 사람은 1995∼1997년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의장을 지낸 돈 파울러씨다.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후보 유고가 발생하면 대체후보를 내세워 후보공백을 메우는 책임을 진 조직이다.
돈 파울러는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클린턴이 폐렴에서 완전히 회복하겠지만, 민주당이 '긴급사태 대책' 마련 없이 선거를 계속 끌고 가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돈 파울러는 힐러리 클린턴이 오바마 대통령과 경쟁을 벌인 2008년부터 지지를 보낸 친 힐러리계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 친 힐러리계 인물이 그런 주장을 했다는 건 의외 아닌가?
김갑수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는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정권 이양이 얼마나 평화적으로 또는 안정적으로 진행되느냐 하는 것"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돈 파울러의 지적은 '예측할 수 없는 불상사'를 대비해 비상대책을 확보하자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2년 대선과정에서 새천년민주당이 4월 28일 노무현 후보를 대선후보로 확정했지만 이후 지지율이 급락하자 호남출신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후단협을 결성해 노 후보 사퇴를 압박하고 무소속 정몽준 후보 옹립을 주장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긴 것이다.
미국 민주당에서 제기되는 것은 지금 당장 후보를 바꾸자거나 바꿀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고 만약의 불상사가 일어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진이 일어난 뒤 대책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지진이 일어나기 전 대책을 수립해 둬야 한다는 얘기인 것이다.
▶ 후보 교체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냐?
= 현재로서는 거의 희박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미국 언론들의 보도를 보면 "미국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클린턴 본인의 건강문제가 공식적으로 확인된바 없고 본인도 포기하겠다고 언급한 적이 없기 때문에 후보교체를 논의한다는 자체가 무의미 할 수 있지만…"이라고 전제를 한다.
그러면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대통령의 부재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살펴본다면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의 유고상황에도 비슷한 절차와 기준이 적용된다는걸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미국 언론들이 사례로 드는 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1985년 7월 13일 레이건 대통령 재임시절 당시 부통령이었던 아버지 조지 부시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8시간동안 직무대행을 수행했다. 레이건 대통령이 대장암 제거 수술을 위해 마취직전 1967년도에 비준된 25차 수정헌법 에 따라 대통령의 권한을 넘겨주는 서류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2002년 6월 29일 아들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시간 15분 동안 딕 체니 부통령에게 대통령 권한을 이양하고 결장암 정기 검사를 받았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대통령의 공백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동안의 행적 때문에 논란을 빚은 것과는 무척 대조적이다.
= 정치에서의 가정법은 위험하기도 하고 별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지만 만약의 사태로 후보가 교체될 경우 샌더스 상원의원이 가능성이 높긴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샌더스로 교체된다는 보장은 없다. 자동으로 승계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샌더스 상원의원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클린턴 후보와 막판까지 각축을 벌이며 후보경선을 벌여왔다는 것이고 또다른 하나는 전당대회에서 샌더스 쪽 대의원들이 롤콜투표(호명투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선과정에서 샌더스가 확보했던 대의원들의 표는 여전히 샌더스가 확보하고 있다고 해석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전당대회에서 샌더스가 분열을 막기위해 롤콜투표를 중단하고 힐러리 클린턴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할 것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물론 두 번째 이유는 이미 전당대회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후보로 확정됐기 때문에 의미는 없다.
오히려 샌더스 상원의원에 대해서는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기류가 강하기 때문에 조 바이든 부통령이 가장 유력한 대체후보로 꼽히고 있다. 또 힐러리 클린턴이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팀 케인 상원의원이 거론되고 있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유능한 갈등조정자라는 이유로 대체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 대선후보를 교체한다면 어떤 절차를 거쳐서 하게 되나?
= 미국 민주당 당헌당규(THE CHARTER & THE BYLAWS) 3조에 DNC는 후보의 유고상황이 올 경우 즉각 대안을 찾아야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 그렇지만 구체적으로 누가 우선순위인지 어떤절차를 거쳐서 대안을 찾을 것인지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미국 언론들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주자를 지명하기 전까지는 프라이머리와 코커스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대선후보의 대안을 결정하는 규칙은 단순하다고 설명했다. 대체후보 선정은 경선 때와 달리 DNC 투표권자 447명이 다수결로 선정한다.
DNC의 일레인 카마크는 "매우 간단한 과정"이라며 "누구든지 후보로 선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경선 당시 아웃사이더 돌풍을 일으킨 버니 샌더스 버몬트 상원의원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지만 대체후보가 꼭 경선에 참여했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강조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그래서 버니 샌더스와 조 바이든, 팀 케인, 존 케리 등이 대안후보로 거론되는 것이다.
= 우리나라도 특별한 규정이 없다.
새누리당 당헌 제 94 조에 "(후보자의 선출시기) 대통령후보자의 선출은 대통령 선거일전 120일까지 하여야 한다. 다만 선출된 대통령후보자에게 사고가 있을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돼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미국 민주당과 비슷하다. 더민주 당헌 제111조(재추천) ①공직후보자로 확정된 자의 입후보등록이 불가능하거나, 당규로 정한 사유가 발생하는 때에는 당규로 정한 절차에 따라 추천을 무효로 하고 재추천할 수 있다. ②후보등록기간 촉박 등의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원회에서 추천을 무효화 하고 후보자를 선정하여 재추천할 수 있다. ③기타 필요한 사항은 당규로 정한다. 로 규정하고 있어서 후보로 결정된 뒤 유고가 발생할 경우 당무위원회에서 추천을 무효화 하고 후보자를 재추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직선거법에도 후보 추가등록에 대한 규정이 있다. '공직선거법 제51조(추가등록) 대통령선거에 있어서 정당추천후보자가 후보자등록기간중 또는 후보자등록기간이 지난 후에 사망한 때에는 후보자등록마감일후 5일까지 제47조(政黨의 候補者推薦) 및 제49조(候補者登錄 등)의 규정에 의하여 후보자등록을 신청할 수 있다'고 여지를 두고 있다.
대통령 후보는 선거일 전 24일부터 이틀간 등록하므로 선거일전 23일까지 후보등록을 마감하게 되는데 후보자가 사망하거나 유고가 발생할 경우 5일후까지 추가로 등록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선거일전 18일까지는 후보등록이 가능한 것이다.
한가지 문제는(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추가등록이 끝나고 투표용지 인쇄가 끝난 뒤 후보자가 사망했을 경우 사망자가 당선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투표용지 인쇄가 끝난 뒤에는 투표소에 안내문이 붙긴 하겠지만 사망자가 당선 될 가능성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956년 이승만 대통령이 사사오입 개헌으로 3선의 길을 열고 3대 대선에 도전했을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신익희 후보가 대선 열흘을 앞두고 열차안에서 사망하는 일이 일어났다. 야당후보 단일화를 논의하던 중이었는데 진보당의 조봉암 후보가 야당 단일후보가 됐다. 그런데 사망한 신익희 후보의 득표률이 20%나 됐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원외 민주당과 통합을 선언하면서 독립운동가인 해공 신익희 선생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지만 당시의 야권단일화를 비롯한 대선과정을 돌아보면 야권이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게 많을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대선후보의 유고라는 중대한 일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bamboo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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