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톡톡] 이집트 청년들 구직 엑소더스.. 사실상 '경제 난민'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이집트 지중해 연안 항구도시 라시드의 한 선착장. 옴마 아흐마드가 물에 흠뻑 젖은 아들(18) 시신을 부여잡고 울부짖었다. "아들아, 미안하다. 어미가 널 말렸어야 했는데…." 어머니는 주위 사람들에게 "아직 바다에서 못 찾은 아들 하나가 더 있다. 찾아달라"고 외치다 실신했다.
나일강 하구에서 지중해로 이어지는 통로인 라시드는 최근 울음바다로 변했다. 지난달 21일 새벽 라시드에서 불법 이주민 450여명을 태우고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가려던 어선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사고로 280여명이 사망·실종됐고 3일 현재 202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150인승 선박에 3배가 넘는 450여명을 태웠던 것이 사고 원인이었다.
이집트는 그동안 시리아·이라크·나이지리아 등 중동·아프리카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난민이 적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럽행 '엑소더스'를 택하는 이집트인이 늘고 있다. 이번 사고 선박의 탑승자도 약 70%는 이집트인이었다.
이집트 난민은 시리아·이라크 등지의 '전쟁 난민'과 달리 '경제 난민'으로 분류된다. 극심한 경제난을 피해 유럽으로 가려고 하는 것이다. 유엔에 따르면 이집트의 청년 실업률은 30%를 넘고, 인구(9000만명)의 28%인 2500만명이 한 달에 482기니(6만원) 이하로 사는 빈곤층이다. 여기에 테러와 정국 불안으로 주 수입원인 관광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불황이 깊어가고 있다. 타렉 아티아 이집트 경찰청 대변인은 "이번에 유럽 밀항을 시도한 이집트인 대부분은 실업 상태에 있는 10~20대"라고 했다.
이집트는 시리아·수단·소말리아 등 다른 주변국 난민의 탈출로로도 부상하고 있다. 이집트는 리비아나 터키보다 유럽 대륙에서 멀지만, 브로커에게 내는 밀항비가 3만5000기니(약 430만원) 정도로 싼 편이어서 말항 희망자들이 몰리고 있다. 기존 루트인 터키가 단속을 대폭 강화한 요인도 있다. 압델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난민들의 유럽 밀항을 조장하는 브로커 등 범죄 세력을 척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검찰, 文 전 대통령 소환통보... 옛 사위 특혜채용 의혹
- “나 왜 무시해”... 매형 살해한 40대 처남
- 산불 기부 3000만원 한 코요태... “세 명이서 고작” 악플 달렸다
- [단독] 울산대 이어 성균관대 의대생도 ‘전원 복학’ 결정
- ‘축제’ 한화 신구장 개막전에서 KIA 제압 ... 4연패 탈출
- ‘러셀 22점’ 대한항공, KB손해보험 꺾고 플레이오프 3차전으로
- 치솟은 산불 초미세먼지... 안동, 한때 ‘매우 나쁨’의 12배
- 1위 확정한 SK, 2위 향해 총력전 중인 LG에 역전승
- 주가 반토막에 고개 숙인 백종원 “회사 원점 재검토”
- 승명호 동화그룹 회장, 고려대 교우회장 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