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톡톡] 이집트 청년들 구직 엑소더스.. 사실상 '경제 난민'

라시드(이집트)/노석조 특파원 2016. 10. 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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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률 30% 넘어가자 지중해 통해 유럽 밀항 시도 과밀 선박 뒤집혀서 떼죽음도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이집트 지중해 연안 항구도시 라시드의 한 선착장. 옴마 아흐마드가 물에 흠뻑 젖은 아들(18) 시신을 부여잡고 울부짖었다. "아들아, 미안하다. 어미가 널 말렸어야 했는데…." 어머니는 주위 사람들에게 "아직 바다에서 못 찾은 아들 하나가 더 있다. 찾아달라"고 외치다 실신했다.

나일강 하구에서 지중해로 이어지는 통로인 라시드는 최근 울음바다로 변했다. 지난달 21일 새벽 라시드에서 불법 이주민 450여명을 태우고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가려던 어선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사고로 280여명이 사망·실종됐고 3일 현재 202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150인승 선박에 3배가 넘는 450여명을 태웠던 것이 사고 원인이었다.

이집트는 그동안 시리아·이라크·나이지리아 등 중동·아프리카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난민이 적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럽행 '엑소더스'를 택하는 이집트인이 늘고 있다. 이번 사고 선박의 탑승자도 약 70%는 이집트인이었다.

이집트 난민은 시리아·이라크 등지의 '전쟁 난민'과 달리 '경제 난민'으로 분류된다. 극심한 경제난을 피해 유럽으로 가려고 하는 것이다. 유엔에 따르면 이집트의 청년 실업률은 30%를 넘고, 인구(9000만명)의 28%인 2500만명이 한 달에 482기니(6만원) 이하로 사는 빈곤층이다. 여기에 테러와 정국 불안으로 주 수입원인 관광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불황이 깊어가고 있다. 타렉 아티아 이집트 경찰청 대변인은 "이번에 유럽 밀항을 시도한 이집트인 대부분은 실업 상태에 있는 10~20대"라고 했다.

이집트는 시리아·수단·소말리아 등 다른 주변국 난민의 탈출로로도 부상하고 있다. 이집트는 리비아나 터키보다 유럽 대륙에서 멀지만, 브로커에게 내는 밀항비가 3만5000기니(약 430만원) 정도로 싼 편이어서 말항 희망자들이 몰리고 있다. 기존 루트인 터키가 단속을 대폭 강화한 요인도 있다. 압델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난민들의 유럽 밀항을 조장하는 브로커 등 범죄 세력을 척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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