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고수' 밝힌 다음날.. 黨기관지, 朴대통령 콕 집어 으름장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입력 2016. 8. 4. 03:06 수정 2016. 8. 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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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度 넘어선 '사드' 협박] 나흘 연속 사설란에 "사드 포기".. 금기 깨고 朴대통령 실명 거론 "한국내 반대여론에 힘 실어줘 설치 전에 철회시키려는 의도"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3일까지 나흘 연속 사설란에 사드 포기를 종용하며 한국을 압박하는 사설이나 기고를 실었다. 특히 3일자 사설은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 겨냥했다는 점에서 그 강도가 이제까지와는 다른 차원이었다.

올 연초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한·중 양국이 대북 제재 강도, 사드 배치 여부로 갈등을 빚을 때도 중국 관영 매체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이번처럼 직접 비판한 경우는 드물었다. 지난해 9월 박 대통령이 중국의 전승 70주년 열병식에 참석해 시진핑 주석과 나란히 천안문 망루에 선 이후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 비판은 일종의 금기였다. 하지만 이날 사설로 이런 금기는 깨졌다.

인민일보가 박 대통령까지 거론하며 사드 배치 포기를 종용한 데 대해 우리 정부는 당혹감과 불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사드 배치 발표 전까지만 해도 우리 외교부 내에선 "사드에 대한 중국의 반대는 한국보단 미국을 향한 것으로 배치가 되더라도 한·중 관계가 훼손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중국은 사드 배치 발표 이후 한국을 겨냥한 각종 위협을 쏟아내더니 이날은 박 대통령을 향해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하는 등 '레드라인'에 바짝 다가서는 모습이다.

인민일보의 사설은 일단 전날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사드 배치는 국가와 국민의 안위가 달린 문제로 (배치 결정이) 바뀔 수도 없다"고 말했다. 관영 매체를 총동원한 중국의 대대적인 반(反)사드 공세를 일축한 것이다. 중국으로선 국가 체면 때문이라도 박 대통령의 발언을 그냥 넘길 수는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민일보가 중국 당·정의 입장을 대변하는 매체인 만큼 박 대통령을 콕 집어 겨냥한 것을 단순한 반발 차원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한·중 관계에 밝은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박 대통령이 요지부동인 만큼 중국으로선 한국 내 반대 여론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며 "박 대통령을 겨냥함으로써 경북 성주군 주민, 야당과 정권에 비판적인 학자와 언론 등의 사드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매체들이 노무현·김대중 정권 인사나 학자에게 잇따라 멍석을 깔아주며 반(反)사드 발언을 부추기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중국은 아직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며 "실제 사드가 배치되는 것은 내년 말이니 그때까진 철회시킬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보고 총력전을 펼치는 모양새"라고 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미는 2010년 천안함 폭침 당시 대북 압박을 위해 미국 항모를 서해에 들여오려 했지만 중국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일이 있다"며 "이것이 중국에 '우리가 세게 몰아붙이면 한·미도 물러선다'는 나쁜 학습 효과를 준 게 사실"이라고 했다.

중국이 필요 이상으로 사드에 반발한다는 분석도 있다.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한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 대내적으로는 사드를 반대해온 시 주석 이하 중국 정부의 체면을 세우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드 이외의 이슈에서 향후 한국이 일방적으로 미국에 기우는 것을 막겠다는 계산"이라고 했다.

국내의 한 중국 전문가는 "중국의 의도는 상대방이 겁을 먹어 자중지란에 빠지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싸우지 않고 이긴다'는 손자병법의 원리로 한국을 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은 한국 내 반대 여론과 반중(反中) 정서를 저울질하며 한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조절하며 사드 이슈를 끌고 갈 것"이라며 "궁극적으론 배치를 계속 연기시켜 한국의 다음 정권에서 승부를 내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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