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난민통제 강화 움직임..'발칸반도 전쟁 가능성' 경고(종합)
발칸국가들 이어 오스트리아 난민 통제 강화…"아프간 난민 사절"
메르켈 총리 "난민 유입 막으면 발칸서 전쟁 일어날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한미희 기자 = 전쟁을 피해 서유럽으로 밀려드는 난민들에게 통로를 제공하는 발칸반도 국가들과 오스트리아에서 난민 유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발칸반도에서는 국경 통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커지면서 위기가 해결되지 않으면 국가간 무력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내각은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망명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는 새로운 법을 도입할 계획이다.
법이 예정대로 이달 중순 발효되면 대부분 망명자가 가족을 데려오는 데 기존 1년보다 긴 3년을 기다리게 되며 독립적인 소득 원천, 보험, 주거 증명을 제출해야 한다.
이 규정은 완전한 정치적 망명 자격이 주어지는 시리아인보다는 '부수적인 보호'를 받게 되는 아프간 난민들에게 주로 적용될 예정이다.
요한나 미클-라이트너 오스트리아 내무장관은 라디오방송 ORF에 "규정을 명확히 하는 일도, (난민들에게 오스트리아의) 매력도를 낮추는 일도 당연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교적 유화적인 난민 정책을 쓰던 오스트리아는 최근 '기술적 방벽' 설치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아프간 난민 사절'을 뜻하는 이번 조치까지 내놓으면서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보다 앞서 헝가리는 세르비아, 크로아티아와의 국경을 차례로 막았으며, 여러 발칸 국가들도 난민들이 최종 목적지로 삼는 독일 등 서유럽에서 난민을 충분히 받지 않으면 국경을 폐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로 체라르 슬로베니아 총리는 국경을 완전히 봉쇄하지는 않겠지만, 난민 유입을 통제하기 위해 '기술적 장애물'을 사용할 것이며 여기에 장벽이 포함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난민이 내전으로 피폐해진 시리아나 아프간에서 출발해 서유럽으로 향하면서 발칸 반도는 이 난민들의 통로국이 되고 있다.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들은 한동안 마케도니아, 세르비아, 헝가리를 거쳐 오스트리아로 들어갔지만, 헝가리 국경 폐쇄 이후에는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를 거쳐 오스트리아, 독일로 향하고 있다.
이에 사상 최대로 밀려드는 난민들로 골머리를 앓는 발칸 국가들은 국경 통제를 강화해 인접국에 난민을 떠넘기거나 난민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면서 서로 비방하는 상황이다.
난민 위기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 지역의 갈등이 커져 '군사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까지 언급됐다.
독일이 오스트리아와의 국경을 닫고 난민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발칸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경고했다고 AFP통신이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2일 소속당 기독민주당(CDU) 당원들에게 한 연설에서 "(오스트리아와의 국경을 막는다면)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며 "군사적 충돌이 그곳(발칸반도)에서 다시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포용적인 난민 정책으로 보수층 지지율 급락의 위기를 겪은 메르켈 총리는 난민 유입 통제를 강화하라는 드높은 목소리를 또다시 거부한 것이라고 AFP는 전했다.
발칸반도에는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연방 해체 이후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등의 전쟁으로 10만 명 이상이 숨지고 4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한 역사가 있다.
슬로베니아의 체라르 총리도 "(지난달 25일) 브뤼셀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대로 난민이 적절히 통제되지 않는다면, 발칸반도 서부 국가들 사이에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체라르 총리는 "발칸 반도의 힘들었던 최근 역사 때문에 작은 충돌이 큰 반동을 불러올 수 있다"며 "어느 나라도 혼자서 이 문제를 풀 수 없고, 다 함께 이 위기를 함께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드물게 서유럽행 난민들의 험난한 여정을 돕는 조치도 나왔다.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는 이민자들의 이동을 더 쉽게 하고자 양국 국경 사이에 철도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그동안 서유럽행 난민들의 발길을 붙잡았던 외진 세르비아-크로아티아 접경지역을 더 쉽게 통과할 수 있도록 돕는 이 철로 서비스는 오는 10일 시작될 예정이다.
이는 양국의 과거사를 고려할 때, 또한 EU 회원국들이 난민 사태 해결에 효과적으로 협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더라도 드문 결정이라고 NYT는 평가했다.
cherora@yna.co.kr,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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