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으로 밀린 그리스, 이미 뱅크런 사태

주명호|김지훈 기자|기자 입력 2015. 6. 21. 15:07 수정 2015. 6. 2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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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김지훈 기자] 그리스가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유로존 정상들은 현지시간으로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그리스 사태를 논의한다. 앞서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 및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이 결국 그리스와 이견을 좁히는데 실패하면서 공은 유로존 정상들에게 넘어갔다. 유로존 재무장관들도 긴급 정상회의 때 한번 더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그리스 정부도 긴급회의에 앞서 마지막 카드를 준비한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21일(현지시간) 내각 전체회의를 소집해 마지막 협상안 마련을 검토할 방침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리스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연금 감축보다는 조세 감면 비중을 줄이는 방안을 통해 채권단이 원하는 예산 목표를 달성하는 계획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유로존은 강경하다. 그리스가 채권단에 정책 방안에 대한 확실성을 심어주지 않는다면 정상회의에서도 합의를 도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리스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치프라스 총리는 최근까지 채권단의 협상안을 거부하면서 그리스가 아니라 채권단이 더 납득할만한 제안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을 비롯한 일부 그리스 내각 관료들은 치프라스 총리가 더 강하게 버틸 것을 압박하고 있다. 채권단이 그리스를 디폴트(채무불이행)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이르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더 완화된 협상안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들의 셈법과 달리 유로존측에서도 그렉시트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지난 19일 영국은 여전히 양측의 합의를 원하지만 협상 실패로 발생할 결과에 대해서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오스본 장관은 "우리는 최선을 원하지만 지금은 최악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렉시트', 최대 피해자는 결국 그리스

사실 '그렉시트'를 피해야할 당사자는 그리스다. 그렉시트 결과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지만 여전히 그리스에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그렉시트'로 발생할 비용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IMF에 따르면 그리스가 유로존 탈퇴로 옛 통화인 드라크마화를 다시 도입하게 되면 유로화 대비 드라크마화 가치는 즉각 50%가량 폭락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로 인해 물가상승률은 급등하고 은행예금 등 자산가치는 추락해 그리스 GDP(국내총생산)의 약 8%가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다.

유럽 외부에서도 그리스가 입을 타격이 더 클 것으로 본다. 잭 루 미국 재무장관은 20일 CNN과 인터뷰에서 "그리스와 채권단의 합의 실패는 곧 그리스 경제의 끔찍한 몰락"이라며 "가장 큰 피해는 그리스 국민과 경제에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루 장관은 또 그리스 충격이 다른 국가 경제에 미칠 잠재적 악영향을 지적하며 양측이 조속히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리스 금융시장은 이미 혼란…하룻밤 사이 2조원 빠져

22일이라는 새 협상 마지노선이 다시 생겼지만 그리스 금융권은 이미 혼란 상태다. 불안감을 못이긴 예금자들이 너도나도 그리스 시중은행에서 자금을 빼내면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공포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20일 하루 동안 그리스 시중은행에서 빠져나간 예금 규모는 약 15억유로(약 1조8802억원)로 치프라스와 시리자(급진좌파연합)가 정권을 잡은 이후 일일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 그나마 ECB(유럽중앙은행)가 앞서 긴급유동성지원(ELA) 한도를 17억5000만유로 높여주면서 겨우 급한 불은 껐다는 관측이다.

지난주 전체 인출액은 50억유로(약 6조267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리스 은행업계는 다음 주 은행이 다시 문을 열면 자금 유출세가 더 빨라질 수 있다며 공포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주명호 기자 serene84@mt.co.kr,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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