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신뢰" 68% "韓신뢰" 49%.. 미국인들 "당연한 것 아니냐"

2015. 5. 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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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보는 한국과 일본]퓨리서치센터 美-日 1000명 조사
[동아일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방미 기간(4월 26일∼5월 3일) 중 많은 환대를 받았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범죄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대와 곳곳에서 마주해야 했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같은 미 유력 언론들은 과거를 직시하라는 비판적 충고를 쏟아냈고 미 의원들도 아베 총리를 압박하는 집단 성명을 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일본은 1941년 ‘진주만 공습’을 통해 미 국토를 최초로 침략한 나라다. 이에 미국은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해 처절한 응징을 했다. 반면 한국과 미국은 공산주의 세력의 남침에 맞서 함께 피를 흘린 ‘혈맹’이다. 한국민의 시각에서 보면 ‘한국과 일본이 싸우면 미국은 한국 편을 들어줘야 할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미국민이 갖고 있는 한국과 일본에 대한 인식 등을 조사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민은 한국보다는 일본을 더 신뢰하는 것으로 나온다. 왜 그럴까.

한국과 한국민이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여기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한국보다 일본을 더 믿는 미국인들

지난달 7일 미 여론조사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는 2차 대전 종전 70주년을 기념해 미국과 일본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양국 간, 주변국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미국민의 68%가 ‘일본을 신뢰한다’고 답한 반면 ‘한국을 신뢰한다’고 말한 응답자는 절반이 안 되는 49%에 불과했다.

이 결과에 대해 기자가 접한 미국인이나 재미동포 등의 반응은 더 충격적이었다. 한마디로 “당연한 것 아니냐”는 대답이었다. 비영리단체에 근무하는 한 한국계 미국인은 “한국민은 민족적 감정 때문에 일본을 비하하거나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미국 사회에서 일본은 ‘가장 선진화되고 고급스러운 아시아 국가’처럼 인식된다”고 했다.

아시아계 기업에서 일하는 미국인 존 하버티스 씨(38)도 “일본은 ‘효율성(efficiency)의 나라’로 미국 비즈니스업계에 각인돼 있다”고 말했다. 일본계 미국인으로 뉴욕에 거주하는 아일린 테시마 씨(43·여·회사원)는 “미국인 동료나 친구들로부터 ‘일본에 출장을 가거나 여행을 갔을 때 빠르고 효율적인 일본인에게 감동받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그런 인상들이 미국의 ‘일본 신뢰’로 이어진 것 아닐까”라고 말했다.

실제로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미국인들에게 “‘일본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1위가 스시(초밥)였다. 2위 자동차, 3위 2차 대전, 4위 기술, 5위 친구(친척)였다. 일본 관련 연상 단어 톱 5 중 부정적인 건 2차 대전 하나밖에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국무부의 한 관계자는 “생선을 날것으로 먹지 않던 미국인들에게 사시미(회)와 스시를 먹게 만든 나라가 일본”이라며 “이제 스시는 미국 화이트칼라 직장인들의 ‘고급스러운 건강 식단’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또 도요타 혼다 닛산 같은 일본 자동차 브랜드도 미국인의 대(對)일본 인식을 좋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관대한 미국

일본 과거사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조사에서도 미국민의 인식은 한국민의 기대와는 많이 다르다. 앞선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일본은 2차 대전 당시 행동(전쟁범죄)에 대해 충분히 사과했다’고 말한 응답자가 37%나 됐다.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도 24%에 달했다. 이 둘을 합치면 절반이 넘는 61%의 응답자가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사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답한 것이다. ‘사과가 불충분하다’는 응답은 29%에 불과했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일본의 사과는 이미 충분하다+사과가 필요 없다’는 대답이 18∼29세의 젊은 미국인들 사이에선 73%로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의 과거사 사과 문제가 자칫 ‘피해 국가인 한국과 중국 vs 가해 국가인 일본+제3자 미국’, 즉 ‘한중 vs 미일’ 구도로 비화할 가능성마저 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퓨리서치센터가 2013년 아시아 주요 국가만을 대상으로 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한국민 중 ‘일본 사과가 충분치 않다’는 대답은 거의 절대다수인 98%에 달한다. 한국민과 미국민의 인식 차이가 거의 극과 극인 셈이다. 아시아 국가 중 중국만 ‘사과가 충분치 않다’(78%), ‘사과가 충분하거나 사과할 필요 없다’(6%)로 한국과 비슷한 인식을 보였다.

이런 일본의 대한국 인식이 막대한 로비와 문화홍보 자금 등을 통해 미 워싱턴 정가(政街)로도 퍼져 나가고 있다고 복수의 외교소식통들이 전했다. 뉴욕의 한 소식통은 “‘일본은 미국 편, 한국은 중국 편’이란 편 가르기식 여론 호도 작전이 물밑에서 없다고 할 수 없다”며 “그런 이분법 구도가 한국으로선 가장 나쁜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의 한 대형 은행에 근무하는 한 임원은 “한국의 대중국 경제 의존도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한국이 미국보다 점점 중국으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미국 사회에 주는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센터 국장은 최근 한일관계 보고서에서 “일본 관리들 사이에서 ‘한국은 중국 편’이란 인식과 ‘한국 피로감(Korea fatigue)’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코리아 브랜드, 북한 때문에 손상” ▼“북핵 문제 들어본 적 있다” 81%… 미국인들, 南-北 제대로 구분못해

미국에서 수십 년 살아온 재미동포들은 한결같이 “핵 미사일 등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코리아 브랜드’가 미국 사회에서 일본을 넘어서는 게 쉽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코리아소사이어티의 소피아 강 수석부회장은 “한국에 있는 분들은 상상이 잘 안 되겠지만 아직도 ‘한국 출신’이라고 하면 ‘북쪽이냐, 남쪽이냐’고 되묻는 미국인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도 무려 81%에 달하는 미국민이 ‘북한 핵 문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미국 언론들이 전하는 북한 관련 뉴스 중 좋은 소식은 거의 없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조롱하거나 북한 핵이나 미사일 위협의 심각성을 전달하는 게 대부분이다. 다시 말해 한국이 아무리 노력하고 있다 한들 북한 리스크 때문에 ‘코리아’라는 브랜드가 손상되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 내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면 미국 대중을 상대로 ‘한국의 매력’을 알리는 사회·문화·예술 외교, 즉 ‘공공 외교(Public Diplomacy)’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모아진다. 이 과정에서 미국 사회 내에서 양적(量的)으론 일본인(약 130만 명)을 앞지른 재미동포(한국계 미국인·약 170만 명)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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