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대국' 이란 女수영복 외신광고에 먹칠 테러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이란에서 유통되는 외국신문의 광고에 여성이 수영복을 입고 등장하면 검은색 매직으로 먹칠 테러를 당한다. 현지언론도 아닌 외신의 인쇄제작물을 임의로 까맣게 훼손하는 것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1일 "이틀에 한번 꼴로 이란 수도 테헤란에 들어오는 아사히신문이 이같이 먹칠된 채 배달됐다"고 전했다.
문제의 사진은 일본 여성 아이돌 그룹 'AKB48'의 오오시마 유코가 수영복 차림으로 푸른 바다를 만끽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백옥처럼 드러난 피부는 두꺼운 검은 매직펜으로 가차없이 그어져 완전히 가려졌다.
사진설명: 이란 테헤란에서 배달된 일본 아사히신문 광고에 여성이 수영복 차림으로 등장했다는 이유로 먹칠돼 있다. [출처:아사히진문] |
아사히신문 테헤란 특파원은 "신문이 최대 40페이지로 조ㆍ석간을 합하면 하루 80페이지"라며 "2~3일에 한번 3종류의 신문이 들어오니까 400페이지 이상을 한장 한장 넘겨가며 먹칠 작업을 하고 있는 직원이 있다고 생각하니 그것만으로도 피곤하다"이라고 썼다. 이어 "너무 꽉 눌러 그은 탓에 다음 장까지 검은색이 번졌다"고 덧붙였다.
이란이 검열을 강화하는 이유는 이슬람권인 이란에서 여성이 가족 이외의 남성에게 피부를 드러내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쇄물도 감시망을 벗어날 수는 없다. 건강기구를 사용하고 있는 여성의 레오타드(신체에 꽉 끼는 옷) 모습이나 검은 실루엣으로 표현된 일러스트까지 제재의 대상이 된다.
실제로 여성이 아기를 안고 있는 실루엣을 담은 피자 배달 상자는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당국은 "이슬람 율법학자의 해석에 따라 이슬람 경전 코란에서 여성을 광고에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식품회사 측은 "가족의 친밀감의 중요성을 디자인화한 것으로 이슬람 가르침에 위배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당국 지시에 따라 사용을 금지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부적합 판정은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경고성으로 강제력은 없지만, 당국의 경고에 응하지 않은 업체는 없다"고 신문은 전했다.
문제는 인쇄물과 TV영상물 검열에 대한 이중잣대다. 빈틈없이 검열하는 출판ㆍ인쇄물과는 달리 TV 광고와 외화에는 히잡도 쓰지 않은 여성이 등장하지만 별다른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
이란의 한 대형 출판사의 베헤란 키아이 출판부장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키아이의 출판사는 2012년 아무런 이유없이 문화ㆍ이슬람지도부로부터 출판사 면허 갱신을 받지 못하다가 올해 2월 다시 '아무 이유없이' 허가를 받았다.
키아이는 "이란에서는 출판되는 모든 책이 사전에 검열을 받는다"며 "증쇄할 경우에도 다시 검열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의 체제 비판은 물론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그리는 것은 금기"라며 "매춘, 약물남용, 빈곤, 동성애와 자살에 관한 책은 아예 출판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술의 경우 몸에 해롭다는 것을 명기하고 있으면 통과되지만, 그밖의 술에 관한 모든 묘사는 금지된다. 고대 이집트에서 과실주를 마셨다는 역사서 기술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키아이는 "정권의 성향, 시대적 분위기, 담당자의 취향에 따라 그때 그때 기준이 바뀐다"고 비판했다.
/cheon@heradl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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