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국가(IS), 힐러리가 만들었다? 중동서 음모론 확산

2014. 8. 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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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집트 레바논 언론, 소셜미디어서 번져

미국의 이익 위해 창설 지원 주장

힐러리 자서전 증거로 대지만 근거는 없어

미국의 중동 개입에 대한 중동 민심 배경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급속하게 세력을 확장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미국이 만들었으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자서전에서 이를 인정했다는 음모론이 레바논과 이집트 등 중동 지역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클린턴의 저서에서 '인용'했다는 '미국이 이슬람국가 창설을 지원했다'는 주장이 이달 들어 중동의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 들불처럼 퍼져나가자, 레바논 베이루트 주재 미국대사관이 페이스북에 반박 성명까지 게재해야 했다고 <워싱턴포스트>와 <비비시>(BBC) 인터넷판 등이 최근 보도했다.

이집트의 한 웹사이트에서 이달 초 처음 등장한 이 주장은 미국이 중동지역의 이권을 유지할 목적으로 이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 필요가 있어, 이슬람주의 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을 이용해 비밀리에 이슬람국가 창설을 도왔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특히 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인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6월 중순 출간한 자서전 <어려운 선택들>(Hard Choices)에서 이를 인정했으니, 확실한 증거가 있다는 게 음모론의 핵심이다.

이집트의 가베르 아스푸르 문화장관은 최근 대중들 앞에서 "클린턴이 '6월30일 혁명(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한 이집트 군부 쿠데타)를 막기 위해 이슬람국가를 창설했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애초 이 음모론의 진원지는 무슬림형제단 출신의 무르시 대통령을 쿠데타로 축출한 이집트 보수세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레바논 외교부는 이달초 베이루트 주재 미국대사인 데이비드 헤일을 초치해 해명을 요구하기까지 했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베이루트 주재 미국 대사관은 6일 페이스북에 "미국이 IS를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인정하지 않거나, IS 창설에 역할을 했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이다, 레바논에서 확산되고 있는 이와 상반된 주장은 날조된 것"이라는 성명을 올려,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 나섰다.

실제로는 클린턴의 자서전에 이 음모론을 뒷받침하는 내용은 없다. 클린턴 전 장관이 주장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시리아의 온건 반군 세력들을 제대로 지원 하지 못한 것이 이슬람 국가의 부상으로 이어졌다는 내용이다. 클린턴은 오바마 대통령의 대 중동정책을 비난하면서, 차기 대권주자로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주장이 확산된 배경에는 미국이 세계 곳곳에서 자국의 이해에 따라 무장세력이나 친미 게릴라들을 육성, 지원해온 역사가 영향을 미쳤다고 <비비시>는 분석했다. 중동의 많은 이들은 미국이 1980년대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오사마 빈라덴을 비롯한 반 소련 무자헤딘을 지원해 여기서 알카에다가 만들어진 역사를 떠올린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아랍의 수니파 보수 왕정국가들은 시아파와 연관된 시리아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해 이슬람국가를 은밀히 지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동의 민심에선 '미국이 자국 이권을 위해 중동에 개입하고 맘에 들지 않는 정권을 '레짐 체인지'해 왔다'는 이미지가 강력하다.

베이루트 주민인 아메르 무라드는 <비비시>에 "이곳의 많은 사람들은 미국과 사우디는 한편이고 오일 머니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슬람국가의 혼란에서 궁극적으로 이익을 얻는 것은 사우디와 미국이라고 생각한다. 역사가 우리에게 그것을 가르쳐 줬다, 혼란을 부추기는 세력이 이익을 얻는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최근 이라크에서 이슬람국가 세력 확산을 막기 위한 공습을 시작한 데 이어, 시리아 내부에서도 이들 세력을 겨냥한 정찰비행을 시작했다. 정찰비행은 통상 공습에 앞선 사전 조처여서, 시리아 내전에 미국이 조만간 직접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26일 "오바마 대통령의 승인 아래 미 국방부가 25일 밤 U-2 정찰기와 무인항공기 등을 시리아 상공에 투입했다"며 "이는 미국이 시리아에서 직접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한층 높이는 조처"라고 보도했다.

이슬람국가는 최근 칼리프 국가 수립을 선포했으며, 지난 6월 초 이라크 제2도시 모술을 비롯해 이라크 북부 일대를 장악하는 등 급속히 세력을 키웠다. 하지만 애초의 근거지는 시리아 북동부 지역이며, 특히 시리아 북부 락까는 이슬람국가의 '수도'로 불린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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