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산사태 현장서 아이 끌어안고 숨진 소방관

이정헌 입력 2014. 8. 21. 16:51 수정 2014. 8. 2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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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3시 55분쯤 일본 히로시마(廣島) 아사키타(安佐北)구 소방서에 구조요청이 들어왔다. 시간당 130mm의 폭우로 뒷산이 무너지면서 엄청난 양의 토사가 주택가를 덮쳤다. 35년간 소방관으로 일해온 마사오카 노리요시(政岡則義·53·사진)는 동료 3명과 함께 현장으로 달려갔다.

흙과 돌덩이들은 이미 집들을 집어삼킨 뒤였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주민 8명이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 속에 떨고 있었다. 흙더미를 헤치며 주민들에게 다가가던 순간 한 남성이 공포에 질린 남자 아이를 들어올리며 외쳤다. "이 아이만큼은 꼭 살려주세요." 마사오카 소방관은 아이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나머지 주민 7명을 대피시켰다. 잠시 후 '쿵 쿵 쿵' 소리와 함께 두 번째 산사태가 발생했다. 순식간에 밀려든 토사는 아이를 안은 마사오카 소방관을 휩쓸고 지나갔다. 아이 어머니(42)와 주민 3명도 매몰됐다. 오전 9시 55분쯤 진흙더미 속에서 발견된 소방관과 아이는 숨이 멎은 상태였다. 아이 어머니는 부상을 입은 채 구출됐다. 현장을 목격한 주민은 "워낙 순식간이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동료 소방관들은 "마사오카는 구조 경험이 많고 정의감이 강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일본 언론들은 그의 용기와 책임감을 크게 보도했다. 히로시마 산사태로 21일 현재 39명이 숨지고 7명이 실종됐다. 아사미나미(安佐南)구에 살던 재일교포 2세 안근주(75)씨가 숨지고 부인 정광자(72)씨는 중상을 입었다. 히로시마시 당국은 첫 매몰자 발생 1시간쯤 후에 피난 권고를 발령해 늑장 대응 비판을 받았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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