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도 '벌벌'.. 美 콘텐츠 시장 '아마존 공포'

이재준 기자 2014. 8. 1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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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조스는 1994년 자기 집 차고에서 온라인 유통업체를 창업하고 '아마존'이라 이름 붙였다. 브라질 정글을 흐르는 세계 최대의 강처럼 전자상거래 업계의 최고 기업을 만들겠다는 야심을 담은 것이었다. 이후 베조스는 아마존 정글 속 야수처럼 약육강식 논리로 상대를 제압해 나갔다.

아마존이 미국 영화·애니메이션 제작사 월트디즈니와 콘텐츠 공급 협상에서 이 같은 '아마존 전술'을 꺼내 들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보도했다. 아마존 전술이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콘텐츠 공급 단가를 후려치는 아마존의 협상 방식을 비판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아마존은 이날 월트디즈니가 제작한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와 '말레피센트'에 대해 예약 판매를 중단했다. 이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콘텐츠 공급 계약을 유리하게 맺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영화 DVD가 예약 판매 상위권에 오르지 못하면 소비자의 눈길도 받지 못한 채 곧바로 묻혀 버리기 십상이다. 아마존은 월트디즈니로부터 값싸게 DVD와 영화 콘텐츠를 공급받기 위해 제작사의 이런 약점을 물고 늘어졌다.

미국 언론들이 아마존의 잇따른 횡포를 비판하고 나선 이유는 소비자들에게도 악영향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미국 DVD·음반 시장의 30%, 전자책 시장의 65%를 점유한 독과점 업체다. 아마존이 악의를 갖고 특정 콘텐츠 공급업체의 상품을 판매하지 않으면, 고스란히 소비자의 불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아마존이 도서 공급 단가를 낮추기 꺼리는 출판사들의 도서를 의도적으로 일주일 이상 늦게 배송하는 일도 이미 공공연한 수법이라고 WSJ는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아마존이 '낮은 단가로 콘텐츠 구입→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경쟁업체 도태→시장 지배력 강화→콘텐츠 공급업자 압박'이라는 악순환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마존의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점유율은 2009년 8.6%에서 2011년 19%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아마존의 야심은 '역풍'을 맞고 있다. 스티븐 킹, 존 그리샴 등 미국 작가들은 지난달 '작가 연합(Authors United)'을 결성하고 "아마존이 시장 지배력과 자금력으로 출판 시장을 독점하려고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작가 연합' 소속 작가 909명은 지난 10일 NYT에 광고를 내고 아마존에 "우리들의 생계를 담보로 출판사와 협상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아마존이 낮은 단가로 콘텐츠를 공급받으면, 결국 출판사와 작가들의 창작 위축으로 이어지는 콘텐츠의 '생태계 파괴'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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