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에 뜬 시신 보고 사진 찍고 농담만"
(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 오클랜드 항구에 시신이 떴는데 선뜻 나선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 못 본 척 지나가거나 농담을 하거나 사진을 찍기만 한 것으로 나타나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뉴질랜드 헤럴드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일어난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오클랜드 동부 지역에 사는 브렛 테일러는 아내와 오클랜드 시내 프린스 부두에 갔다가 얼굴이 아래로 향한 채 물 위에 떠 있는 시신을 발견했다.
그는 가던 길을 멈추고 경찰에게 신고했는지를 확인하고 나서 경찰이 출동해 시신을 건져 올릴 때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휴대 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고 그냥 가버리는 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이에 대해 오클랜드 대학 사회학자인 로널드 크레이머 박사는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은 디지털 시대의 한 상징이라며 "도시에서, 특히 온갖 미디어가 생활 속에 파고든 환경에서 살다 보면 사람들이 둔감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아마 친구들과 소통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게 사진 찍는 것을 제일 먼저 생각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다 보면 윤리적인 문제는 고려 대상에서 제외돼 버린다고 말했다.
마흔여섯 번째 생일을 맞아 시내에 머물고 있던 테일러는 그날 아침 항구 부근을 산책하다 시신을 발견하게 됐다며 약 30분 30여 명의 시민이 지나가면서 현장을 목격했으나 경찰에 신고했는지 등을 물어보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놀라운 일이었다"며 "조깅 하던 젊은 여성들도 있었는데 구경만 하다가 가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한 남자는 사진을 찍으면서 웃기도 했다. 그런 다음 그는 앉아서 점심을 먹으며 그것을 바라보았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전혀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오전 11시 30분께 시신을 건져 올렸다. 죽음에 의문스러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크레이머 박사는 행인들의 무관심한 태도는 사회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며 콘서트장에서 사람들이 콘서트를 즐기기보다 공연자를 찍는데 더 많은 관심을 보이거나 레스토랑에서 사람들이 음식을 맛보기 전에 사진부터 찍는 것들도 비슷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이 사람들로 하여금 사건으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게 해주고 있다"며 "순간적으로 사람들이 사건 자체를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만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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