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강국을 가다] (2) 스위스, 대학 안나와도 기술만 있으면 月 830만원 거뜬

입력 2014. 1. 6. 17:05 수정 2014. 1. 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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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게베아블리셰 취리히 건축 기술직업학교(BBZ)에 가보니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건축 기술직업학교 BBZ 강의실 전경. 교사인 크리스티안 그롭(오른쪽 두번째)이 설계도면 작성을 지도하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 중에도 활발한 질문을 쏟아내며 수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 취리히(스위스)=김학재 기자】 "기술학교에서 배운 것을 바로 현장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독일보다 낮은 실업률과 중산층 강국을 만든 비결이죠. "

스위스의 낮은 실업률(3%대)은 240개 종류의 직업기술 중심 교육이 큰 기여를 했다는 평이다. 50여년 전부터 대학진학 위주 교육에서 탈피한 기업 연계 무료 기술교육 시스템은 중산층 강국의 기반을 제공했다. 특히 일반 기술인이 월평균 7000스위스프랑(약 83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등 기술인에 대한 높은 사회적 우대도 기술인 육성의 밑바탕이 됐다. 스위스에서 만난 학생들 또한 기술 교육을 받는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히 높았다. 특히 스위스인들은 독일과 핀란드 등 주변국에 비해서도 우위에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 [중산층 강국을 가다] (2) "스위스 중산층들도 '고령화 복지부담'에 고민"

■높은 자부심… 밀려드는 지원자

지난해 12월 13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 라이사우어가에 위치한 바우게베아블리셰 취리히 건축 기술직업학교(BBZ). 1학년 학생들이 서랍장 설계 도면을 그리는 수업을 듣고 있었다. 교사인 크리스티안 그롭은 학생들에게 "3차원(3D) 도면을 통해 고객과 기술자 자신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업에 임하는 학생들의 목표와 자부심도 높았다. 기술학교 과정을 마치고 자신의 목표를 위해 또다시 이 학교에 입학한 마르티나 루엑(22.여)은 또래 학생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가장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했다. 루엑은 "아버지께서 철근자재 회사를 운영하고 계신데 가업을 잇고자 이 과정을 선택했다"며 "이 길을 선택한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앞으로 가업을 제대로 승계하도록 열심히 배우겠다"고 다짐했다.

라몬 하임(17)도 "근처 철강회사를 부모님과 함께 방문했다가 감명을 받고 기술자가 되기로 결심했다"며 "교육을 마친 뒤 관련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다. 대학에 진학하는 것도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자부심의 바탕에는 스위스의 주요 산업인 화학, 시계, 건설, 기계 등 주요 제조업이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들 제조업은 스위스를 1인당 국내총생산(GDP) 8만달러에 육박하는 강소국으로 이끌었다. 스위스의 기술장려 정책도 큰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실제 4300명이 정원인 BBZ에 지원하는 학생은 해마다 늘고 있다. 기술학교 학생들은 일주일에 한 번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다. 이들은 직업과 관련된 전문과정 외에 일반 과목과 체육 등의 수업도 받는다.

수업을 마친 뒤 그롭은 "교육을 마친 뒤 현장에서 금방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숙련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스위스 기술교육은 많은 학생이 선택할 만큼 인기가 높다. 이 과정을 마치면 20세가 될 때 쉽게 취업할 수 있고 돈도 많이 벌어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기에 지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라이너 호퍼 BBZ 교장(왼쪽)과 마르쿠스 호델 법률 교사.

■'독일보다 강하다' 자평

스위스 1인 기준 중산층 연소득은 4만4900~9만9400스위스프랑(5300만~1억1600만원), 4인 기준으로도 9만4200~20만8700스위스프랑(1억1000만~2억4400만원)으로 추산된다. 스위스 기술학교 교사들의 1년 연봉이 12만~14만스위스프랑(1억4400만~1억6800만원)이란 점에서 기술인에 대한 처우는 비교적 높다.

스위스 싱크탱크인 아베니르스위스의 파트릭 셸렌바워 박사는 "덴마크와 오스트리아, 독일, 스위스에 기술을 장려하는 문화가 있지만 유독 스위스에서 이 같은 문화가 굉장히 확산돼 있다"며 "산업정책의 일환이겠지만 기술인의 사회적 위치가 높은 것도 중산층이 강력한 이유"라고 진단했다.

스위스의 기술 우대 및 기술 교육은 5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전에는 기업에서 직접 직원을 뽑아 교육하는 개별 방식이었다. 그 결과 기업별 격차가 커지자 정부에서 평준화된 기업 연계 기술교육을 추진, 현재의 기술학교 시스템이 정착됐다. 3~4년간 기술 교육과정을 받으면서 회사에서 근무도 하는 병행교육도 이뤄진다.

BBZ와 같은 기술학교는 스위스 소재 대·중소기업 500개 회사와 연계돼 있다. 정부와 기업, 기술학교가 상호 도움이 되는 관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기술학교 학생들의 교육비는 무료다. BBZ 1년 예산 2700만스위스프랑(316억원)은 정부 지원금으로 집행된다. 정부에서 교육과정을 관리하지만 학교와 연계된 기업에서 직접 학교 운영 감사에 나서 높은 질의 교육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라이너 호퍼 BBZ 교장은 "기술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면 학비는 950스위스프랑(100만원)에 그친다. 교육비만 놓고 미국이랑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며 "학교 수업과 직장에서 원하는 지식이 동일하다는 것이 스위스의 강점이다. 실제 적응도를 높인 구체적 지식을 가르친다"고 강조했다.

스위스의 교육시스템은 얼핏 보면 독일의 교육시스템과 유사해 보이나 이들은 스위스만의 비교우위를 강조했다. 기술학교를 소외하고 대학 중심 교육을 펼치는 유럽 대다수 국가와 비교해도 자신들의 기술 수준과 경제지표(스위스 실업률 3% vs. 독일 실업률 5%)가 우월하다고 자평했다.

아울러 스위스는 기술학교에 진학해도 기업의 지원 등으로 취리히연방공과대(ETH) 등 유수 대학에 입학해 박사과정까지 마칠 수 있다. 기술학교 졸업 이후 전문학위나 대학학위 취득이 어려운 독일과 대비된다.

BBZ 교사 마르쿠스 호델은 "스위스에선 학생들의 25%가 일반대학 진학과정으로 갈 뿐 75%는 기술학교로 진학한다"며 "대학진학률이 70%인 핀란드는 오히려 실업률이 20%를 넘지만 스위스에선 실용도 높은 지식을 가르쳐 4년 뒤 경제에 필요한 사람을 만든다"고 말했다.

아울러 스위스가 부국이 될 수 있었던 것도 특정 부문의 최고 기술력이 주요인으로 꼽혔다.

호델은 "스위스는 작지만 기술을 전문화하면서 특별한 부문에서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화장실 변기 설치회사 등 특정 분야에서 유명한 회사 또한 스위스에 다수 있다. 여기서 교육받은 사람들이 일부는 글로벌 대기업에서 일하지만 또 다른 일부는 그런 회사에서 근무한다"고 설명했다.

hjkim01@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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