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이어 '디플레 전쟁' 시작된다

신경립기자 2013. 12. 2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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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중앙은행 양적완화 정책, 다른나라 물가 끌어내려재정 불확실성 증폭 땐 글로벌 동반 디플레 수렁 빠질수도

금융위기 이후 지난 5년간 진행돼온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환율전쟁'이 '디플레이션 전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정 국가의 양적완화 정책이 해당국의 통화가치를 끌어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국가의 물가인하 압력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24일(현지시간) HSBC는 "중앙은행들의 통화완화 정책은 디플레이션 추세를 걷어내는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른 나라로 디플레이션을 수출하고 있다"며 "이는 환율전쟁의 통화 버전"이라고 지적했다고 CNBC가 보도했다.

지난 2009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완화에 돌입한 이래 각국은 통화가치 상승을 막아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며 소리 없는 각축전을 벌여왔다.

그러나 이제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는 해당국의 통화가치를 내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른 나라의 물가를 끌어내리며 세계를 '디플레이션 전쟁'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HSBC는 경고했다.

HSBC에 따르면 양적완화로 유동성이 풀리면 통화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양적완화를 단행한 나라의 물가가 일시적으로 오르지만 반대로 양적완화를 실시하지 않은 국가에서는 원치 않는 통화가치 절상과 함께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보다 낮아지며 디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하게 된다. 특정 국가의 양적완화 정책이 다른 나라로 디플레이션을 떠넘기는 결과를 초래하는 셈이다.

미국과 일본의 공격적인 돈 풀기 정책의 틈바구니에서 예기치 못하게 물가의 발목이 잡힌 유럽이 단적인 예다. HSBC는 미 연준의 3차 양적완화와 4월부터 시작된 일본은행의 대규모 금융완화에도 불구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를 자제한 결과 올 하반기 이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물가상승률이 기대치를 밑돌았다고 지적했다. 유로존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0월 중 ECB 목표치(2%)의 3분의1 수준인 0.7%를 기록하며 4년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11월에는 0.9%로 소폭 올라섰으나 여전히 목표치의 절반 이하로 디플레이션 우려에 시달리고 있다.

HSBC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이 디플레이션을 해소하기보다 다른 나라로 디플레이션을 수출하고 있다"며 "한 나라의 통화공급 확대가 다른 나라에 족쇄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 점점 명백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배리 아이켄그린 미 버클리대 교수는 최근 블룸버그에 "유럽 국가들은 심각한 디플레이션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하며 "ECB가 미국과 같은 채권매입으로 디플레이션 위협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유럽 등 일부 지역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를 디플레이션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HSBC는 금리가 사실상 제로에 머무는 상황에서 양적완화가 경제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자산가격만 부풀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그 결과 일본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예상치 못한 물가상승률 하락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5년간 세 차례에 걸쳐 양적완화를 단행한 미국의 전년동기 대비 CPI 상승률이 10월에는 4년 만의 최저치인 1%에 그친 데 이어 11월에도 예상치를 밑도는 1.2%를 기록했다.

HSBC는 장기 재정건전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정부 부채가 늘어나면 저축이 증가하거나 부채상환이 가속화해 개별 중앙은행이 어떤 정책을 써도 글로벌 디플레이션 추세를 막기 어려워진다"며 세계 경제가 당장 디플레이션에 빠지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2년간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하락하는 리스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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