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의 벽' 뛰어넘지 못하고 비극으로 끝난 印 청년의 사랑

유세진 입력 2013. 8. 4. 19:00 수정 2013. 8. 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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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유세진 기자 = 사랑은 국경도 초월한다고 흔히 말하지만 인도 카스트 제도의 벽은 끝내 뛰어넘을 수 없었다.

지난달 4일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의 철로 옆에서 한 남성의 시체가 발견됐다. 숨진 남성은 E 이라바라산(19)이란 불가촉천민 출신이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카스트제도 계급 가운데 2번째로 높은 크샤트리아 출신의 여성 디비야(22)와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다. 이때만 해도 이라바라산과 디비야는 사랑의 힘으로 카스트제도의 높은 벽을 뛰어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뿌리깊은 카스트 제도의 벽은 너무 높았다. 이들의 결혼에 분노한 폭동이 발생해 불가촉천민들이 모여 사는 마을들이 불에 탔다. 게다가 딸이 반대를 무릅쓰고 불가촉천민 출신의 남성과 결혼한 데 실망한 디비야의 아버지가 결혼 며칠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라바라산과 디비야에 대한 주위의 압력은 끊이지 않았다.

아버지가 자살한 것이 자기의 결혼 때문이라는 죄책감 때문에 디비야 역시 괴로운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결국 지난달 3일 이라바라산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어머니에게로 돌아갔다. 디비야는 남편에게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디비야가 떠난 지 하루 뒤인 4일 이라바라산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현지 경찰은 이라바라산의 죽음을 자살로 처리했다. "다시 태어나더라도 당신과 결혼하고 싶다"는 내용의 디비야에게 보내는 4쪽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고 경찰은 말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신분 차별을 지지하는 과격단체에 의해 살해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경찰의 수사에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며 법정에서 싸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폭동까지 부를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던 결혼이었던 만큼 현지 언론들도 이라바라산의 죽음을 놓고 자살인지 타살인지 논쟁을 벌이고 있다.인도의 사회학자들은 "실제 타살이더라도 자살로 처리될 수 있다. 슬프게도 이 나라에는 여전히 신분 차별이 뿌리 깊게 남아 있다"고 말한다. 캘커타 대 아비지토 미트라 교수는 "정부기관 상층부를 차지하는 상위 계급은 스스로의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어떤 짓이라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가촉천민의 사망은 상위 계급에 유리하게 처리될 뿐이다"고 말했다.

인도에서 계급을 차별하는 카스트 제도가 폐지된 지 어느덧 63년이 지났지만 21세기인데도 아직 남아 있는 인도 사회의 어두운 옛 관습 속에 한 남성의 죽음이 묻혀 있다.

dbtpwl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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