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균 특파원의 'Japan Now']도쿄 신오쿠보에서 본 한류의 현주소..'동방신기'라도 재결합시켜야 할 판

2013. 7. 1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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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었던 지난 7월 7일 오후. 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뜨거운 날씨에도 일본의 대표적인 번화가 신주쿠역 부근은 주말을 맞아 모여든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신주쿠역의 남문과 북문은 약속 시간을 기다리는 인파로 출입이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신주쿠 상점가로 발길을 옮기니 쇼핑객을 끌어모으는 점원들의 목소리와 인파로 시끌벅적하다. 10분을 더 걸어 북쪽으로 올라가니 분위기가 확 바뀐다. '한류의 성지'로 불리는 신오쿠보 코리아타운이다.

약 2㎞ 길이의 거리에 한국 음식점, 식품매장을 비롯해 한류스타들의 각종 캐릭터 상품과 사진을 파는 상점 등 한국 관련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던 거리였다. 음식점 앞에서 대기 순서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길게 줄 서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2011년 도쿄 지역에서 공시지가가 상승한 지역은 도쿄 스카이트리가 건설된 지역과 신오쿠보 지역 단 2곳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신오쿠보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한국 음식점, 식료품점이 입주한 복합건물인 K플라자 앞길에는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행인들만 있을 뿐. 저녁식사 시간이 다가왔지만 음식점 내부의 테이블에는 절반 정도만 손님이 앉아 있다. 일본인 사이에서도 명소로 알려진 A삼겹살 체인점의 종업원은 "지난해 봄만 해도 수학여행 차량이 줄지어 왔지만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바뀌어도 너무 바뀌었다"고 말했다.

반한감정·혐한시위에 매출 반 토막 극적인 계기 없이는 한류 부활 힘들어

신오쿠보에 불황이 찾아온 것은 지난해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과 요구 발언 이후 일본 내 반한 감정이 극단으로 치달은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올 들어 일본 극우단체들은 신오쿠보 거리에서 일요일마다 혐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센진 죽어라"라는 극악한 표현까지 써가며 시위를 펼친다. 이들에게 반대하는 단체들의 시위까지 겹쳐 매일 오후면 아수라장이 된다. 이곳에서 10년째 잡화점을 운영하는 B사장은 "험악한 분위기에서 시위가 펼쳐지는데 일본인들이 이곳을 찾아올 수 있겠느냐"며 "매출이 반 토막 난 지 이미 오래"라고 하소연했다.

한국 정부가 마냥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관광공사는 한류 부활을 외치며 '한일프렌드십페스티벌'을 도쿄돔에서 개최했다. 이병기 신임 주일 대사도 신오쿠보 지역을 방문해 현황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일회성 이벤트만으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라는 게 교민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오죽하면 최고의 한류스타로 '추앙'받았던 동방신기를 재결합시키자는 움직임까지 나올 정도다. 현재는 동방신기와 JYJ로 분리돼 있지만 이들이 재결합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나서 달라는 것. 이들의 폭발력을 감안하면 재결합 추진 사실만으로도 일본 내에서 한류에 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류 붐의 퇴조가 뚜렷해 보이지만 사실 일본인들의 생활 깊숙한 곳에는 한류가 곳곳에 안착해 있다.

올 상반기 한국 식품류의 대일 수출은 물량 기준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12.7% 감소했지만 달러화 기준으로 집계한 것을 감안하면 엔화 약세에 따른 숫자상의 변화로 볼 수 있다. 한국 관광도 단체관광은 급감했지만 개인관광은 변화가 없다고 한다. 최근 분위기에 대놓고 한류를 즐기지는 못하지만 조용히 생활의 일부로 끌어안고 사는 셈이다.

관계자들은 한류 부활과 관련 "결국 계기 마련이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양국 간 정치·외교적 관계가 개선되면 좋겠지만 당장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말 '동방신기 재결합론'과 같은 충격요법을 강구해봐야 하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16호(13.07.17~07.23 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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