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인기 정치인, 터키 총리는 왜 '독재자'가 됐나

2013. 6. 4. 11: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홍현진 기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Recep Tayyip Erdogan) 터키 총리.

ⓒ 권우성

3일(현지시각),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또다시 TV에 나타났다. 아프리카 순방을 앞두고서였다. 터키 반정부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틀 연속 TV에 얼굴을 비춘 에르도안 총리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시위대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전날 시위대를 '소수의 약탈자들'이라고 폄하한 에르도안 총리는 이날 일부 '극단주의자들'이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가 극단주의자들과 협력해 시위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에르도안은 "국가 정보기관에서 (시위대와) 외부 세력과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면서 '배후설'을 거듭 제기했다. 이에 CHP는 "지금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CHP와는 무관한 모든 사상, 모든 정당의 사람들"이라고 반박했다.

에르도안은 특히 이번 터키 시위를 '아랍의 봄'과 비교하는 것에 격분했다.

"우리는 이미 터키의 봄을 겪었다. 하지만 봄을 겨울로 만들고자 하는 세력이 있다."

그는 전날에도 "나는 독재자가 아니다"라면서 "국민을 섬기는 사람을 독재자라고 부른다면 할 말이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민주 대 독재 구도로 보는 것은 지나쳐"

http://occupygezipics.tumblr.com/에 올라온 터키 반정부 시위 현장 사진.

ⓒ 텀블러

그의 말처럼 터키 정부를 민주화가 되지 않은 다른 아랍 '독재 국가'들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 오마이뉴스 > 와 한 통화에서 "터키는 한국보다 50년 앞서서 민주화가 됐고, 1960년대부터 지방자치가 시작됐다"면서 "국민들이 직접 선거에 의해 뽑은 정권을 독재정권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정의개발당(AKP)을 이끌고 있는 에르도안은 2003년 이후 3번 연속 선거에서 승리했다. 부정선거가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이희수 교수는 "문제는 대안적 야권세력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압도적인 지지로 10년 넘게 장기집권을 하다 보니 집권당이 독주를 하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게다가 (개발정의당이) 이슬람적인 가치를 바탕에 깔고 있으니까 세속주의나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젊은이들이 진보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를 민주 대 독재의 구도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라면서도 "다만, 현 정부가 견제할 수 있는 야권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무소불위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원에 쇼핑몰을 짓는 것만 하더라도, 시민사회가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데 권력의 힘으로 밀어붙였던 것은 불찰"이라면서 "평화적인 시위를 지나친 공권력으로 압박하면서 시민항쟁이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 알자지라 > 는 "에르도안은 지난 10년간, 위기에 처해있던 터키 경제를 빠르게 성장시킨, 여전히 터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이라고 전했다. 2년 전인 20011년, 에르도안은 50%에 가까운 지지율로 3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비평가들은 지적한다. 에르도안의 권위주의적이고, 종교적으로 보수적으로 개인의 삶에 참견하는 모습이 이 '세속주의 공화국'에서 어떻게 보일지. 에르도안은 최근 주류 판매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공공장소서 애정표현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는 지난 일요일(2일) TV 연설에 나와서 말했다. 주류 판매를 제한한 것은 오로지 건강을 위해서다. 술을 마시는 사람은 알콜중독자다."

< 알자지라 > 는 "에르도안 정부는 최근 몇 년간 권위주의적인 통치로 인해 비난에 직면했다"면서 "터키를 이슬람화 시키려 하는가 하면, 언론을 협박하고, 임기를 한 번 더 연장하기 위해 헌법을 고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야당과의 경쟁 사라지면서 권력에 도취돼"

http://occupygezipics.tumblr.com/에 올라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 패러디 사진.

ⓒ 텀블러

터키 현지 언론 < 투데이즈 자만 > 칼럼니스트 뷰렌트 케네슈는 '게지 공원에서 배워야 할 것들'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집권 정당은 권력에 도취되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반대당의 위협이 없고, 언론은 겁에 질렸고, 시민사회 역시 부차적인 존재가 되어버리면서 여당은 극단적으로 자기 자신에게만 의존하고 모든 비판에 귀를 닫아버렸다. 야당과의 경쟁이 사라지면서 여당은 점점 더 오만하고, 권위주의적으로 변했다. 여당은 더 이상 개혁주의적이거나 민주적인 정당이 아니다."

이스탄불에서 활동하고 있는 칼럼니스트 무스타파 아크욜은 터키 언론인 < 휴리엣 데일리 뉴스 > 에 다음과 같은 글을 기고했다.

"에르도안은 민주적으로 선출됐다. 그러나 그는 그를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에게는 거만하고, 위협적이었다. 특히 최근 몇 달간 있었던 주류에 대한 규제나, 오스만 술탄의 이름을 따서 대교의 이름을 지은 것은 문화 전쟁을 타오르게 했다. 그는 합법적이었다. 하지만 개인의 자유나 참여를 충분히 보장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 사태에서 배워야 한다. 그에게 동의하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도 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시위가 집권 여당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희수 교수는 "심각한 인권탄압이 발생하거나 정부의 부정부패가 드러난다면 몰라도 현재로서는 동력이 그리 강해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에르도안이 '사회악'이라고 규정한 SNS를 통해서는 경찰의 시위대에 대한 폭력을 담은 내용이 퍼지고 있다. < 가디언 > 은 "한 이스탄불 지역 교수와 그의 학생 중 한 명이 경찰이 최루가스를 얼굴에 정면으로 쏴서 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날 한 차량이 시위대 한 명을 덮쳐 공식적인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은 3일 기자회견을 통해 "터키 경찰의 과잉 대응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터키 공공노조연맹은 파업을 예고했고, 이스탄불 일부 대학은 기말고사를 연기했다.

오마이뉴스 아이폰 앱 출시! 지금 다운받으세요.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