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총기박람회 수천명 북적.. 권총 사는데 10분도 안 걸려

미국 워싱턴 2013. 4. 23.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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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규제案 무산 후 첫 박람회.. 간단한 신분 조회·서류 한장이면 총기 구입

21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약 40km 떨어진 버지니아 챈틸리의 덜레스 전시장. 동부 최대 규모의 '건 쇼(gun show·총기박람회)'가 열린 이곳에는 아침부터 수천명의 인파가 몰렸다. 주차 공간이 없을 정도였다. 아이와 함께 온 아빠, 유모차를 끌고 온 부부도 여럿 눈에 띄었다. 어린이 20명이 희생당한 '뉴타운 총기 참사' 이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언론들은 연일 '총기 규제 강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바로 총기 규제의 '구멍' 중 하나인 건 쇼에 대한 열기는 이와는 상관없는 듯 보였다.

행사장 입구에서는 전미총기협회(NRA)가 '총기는 생명을 구한다(Guns save lives)'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신규회원 가입을 받고 있었다. 가입을 하면 입장료 13달러(아이들은 7달러)를 대신 내줬다. 회원 430만명에 연간 2억달러의 활동비로 모든 총기 규제 노력을 무산시키고 있는 NRA는 오바마 등 총기 규제 강화론자들에겐 '공공의 적' 취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날 부부가 함께 회원 가입을 한 마틴(54)씨는 "여러 총기참사 사건의 심각성은 충분히 알지만, NRA를 모든 악의 근원으로 모는 건 정부의 무능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행사장 안에는 각지에서 온 총기판매업자들이 테이블 1000여개에 권총부터 장식용 총, 사냥용 장총 등은 물론 공격용 반자동소총 등을 깔아놓고 손님을 끌고 있었다.

'공격용 소총, 대용량 탄창 판매금지'는 총기 규제론자들이 주장하는 핵심 사항이지만, 이날 건 쇼에서는 수백명이 이를 구입했다. 총알 100발이 들어가는 탄창은 110달러에 팔리고 있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온 '랜디의 총'이라는 총포상 앞에서 남성 3명이 AK-47 반자동소총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코디'라는 업자가 총에 레이저 포인터를 부착하고 총을 겨냥하자 50여m 떨어진 행사장 벽면에 적외선 표적이 나타났다. 이들은 "멋진데"라며 총을 돌려 보며 가격 흥정에 들어갔다. 코디는 "'총기소유자(gun owner)'와 '피해자(victim)',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건 & 라이프'라는 총포상에서는 버지니아 남부 리치먼드에서 온 노부부가 799달러짜리 시그 사우어 권총을 샀다.

이들은 운전면허증을 제시하고 한 장짜리 서류를 작성했고, 업자는 그 자리에서 컴퓨터로 간단한 신원 조회를 했다. 계산까지 걸린 시간은 10여분 남짓. 따로 총기를 등록하는 절차는 없었다. 이 업자는 기자에게 "우리는 정식 등록된 업체여서 신원·전과 조회를 하지만 무면허 총포상에는 그런 게 없다. 여기에도 (무면허 업체가) 여러 개 있다"고 했다. 그는 다른 소규모 '건 쇼'에서는 신원 조회를 생략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건 쇼'의 거래는 물론 인터넷을 통한 개인 간 거래 등 모든 총기 거래에 전과 조회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했지만, NRA는 "정부가 모든 총기 소유자들을 감시하려 한다"며 반대했고 결국 미 상원은 지난주 이 법안을 부결시켰다. 이를 두고 언론들은 "NRA가 오바마를 이겼다"고 평가했다.

행사장 곳곳에는 올해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켄 쿠치넬리(현 주 검찰총장)의 선전물이 붙어 있었다. 이 선전물에는 'NRA에게서 인정받은 쿠치넬리, 총기소유권의 충실한 옹호자'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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