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나라 수산자원 훔쳐 온 한국
한국 원양어선들이 아프리카 등 가난한 나라의 수산자원이나 세계적 보호어종을 남획하는 등의 불법조업을 했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로부터 무역 제재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국제사회는 세계 3위 원양어업 대국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한국 정부가 불법조업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10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미국 상무부는 지난 1월 한국을 불법조업(IUU)국으로 지정하고 해양수산부(당시 농림수산식품부)에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
미국은 한국이 2014년까지 원양산업 관련 법과 관리감독 체계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한국 수산물의 미국 수출 제한 등의 경제 제재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미 상무부 산하 해양대기관리청이 지난해 12월 펴낸 불법조업 보고서는 한국을 포함해 가나·파나마·멕시코·스페인·탄자니아·에콰도르·콜롬비아·베네수엘라 등 10개국을 불법조업 국가로 규정했다.
미 상무부는 의회에 이 같은 내용을 제출하기 하루 전날인 지난 1월10일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강준석 원양협력관(현 해수부 국제원양정책관)에게 서신 통보했다.
미 상무부는 한국을 불법조업 국가로 규정한 이유에 대해 "남극해양생물자원 보존협약(CCAMLR·남극협약)에 따라 보존을 우선시해야 할 남극해에서 한국이 자국 선박을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이 수역에서 불법조업에 가담한 선박에 미미한 제재조치를 가하고, 개정되는 법에서도 관련 내용을 수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내 원양업체 인성실업의 '인성7호'는 2011년 2월 남극해에서 세계적 보호어종인 '파타고니아 이빨고기(메로)'를 제한량의 4배 이상 불법 남획했다. 당시 남극협약을 맺은 남극해양생물보존위원회 소속 25개 회원국은 인성7호를 불법조업 선박으로 지정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회원국들의 만장일치가 필요한데 한국이 유일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미 상무부는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한국 원양어선들이 남극해뿐 아니라 아프리카에서도 불법조업을 했다고 지적했다. 라이베리아나 시에라리온 등 아프리카 저개발국가에서 위조 어업권을 사용하거나 연근해에서 카누 등으로 불법조업을 해왔다는 것이다.
미 상무부는 "미국은 불법조업 국가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 증거자료를 제출하면 참고하겠다"며 "해당 국가의 노력이 부적격하다는 판정이 나면 미국은 특정 수산제품 금수 조치, 해당 국가 어선의 미국 내 항구 이용권 거부, 미국 항로 입역 거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제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는 이날 내놓은 '한국 원양어업의 불법어업 실태보고서'에서 "한국 원양어선들이 인류 공동 유산인 남극해에서 남획을 하고, 아프리카 사람들의 식량이 될 수산자원을 약탈하고 있다"며 "이러한 원양업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으로서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난달 말 미국 측과 만나 한국이 언제, 어떻게 원양산업발전법 등 관련 분야를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한국이 2년 내에 국제규범에 맞게 관련법도 개정하고 감시관리 체계를 정비하면 경제 제재 등의 조치는 받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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