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처 '보물섬'의 치부, 전세계 뒤흔든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내부문서에 각국 정치인·유명인 거명
정치·외교분야는 물론 금융업계로도 후폭풍 거셀 듯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 '보물섬'에 감춰졌던 탈세 자료들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주요 조세 회피처 중 한 곳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의 방대한 내부 문서를 통해 이곳을 거친 검은돈과 그 돈의 주인들이 차례차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워싱턴DC의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에서 약 250만개의 전자문서 형태로 담긴 BVI 문서를 분석하기 시작한 뒤의 일이다.
문서에는 지난 약 10년간의 금융거래 내역이 담겼다.
BVI의 유령회사를 이용했다는 주요 인사들의 이름이 하나씩 알려지면서 거론된 이들의 출신 국가 중에서는 정치적 추문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버진아일랜드는 영국 소설가 스티븐슨이 '보물섬'을 집필할 때 영감을 줬던 카리브해의 휴양지다.
◇해당국가 '발등에 불'…후폭풍 어디까지
5일 필리핀 언론에 따르면 옛 독재자 페르디난도 마르코스의 맏딸이 BVI 문건에 거론된데 대해 정부가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마리아 이멜다 마르코스 마노톡은 아버지의 정치 기반인 필리핀 일로코스 노르테주(州)에서 2010년 주지사에 당선됐다.
캐나다 상원은 전날(현지시간) 페이너 머천트 상원의원의 남편이자 저명 변호사인 토리 머천트가 BVI 문건에 오른 일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토리 머천트 변호사는 캐나다 법조계에서 '집단 소송의 왕'으로 불릴 만큼 대형 집단소송을 주로 맡아 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친구이자 지난해 올랑드 대선캠프의 공동 재무담당자였던 장 오기에도 ICIJ에서 제시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에 대해 오기에의 "개인적인 활동"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면서도 "프랑스 법에 어긋나는 부분은 당국에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몽골에서는 전직 재무장관 출신의 국회 부의장 바야르척트 상가자브가 이 일에 연루되면서 정계 은퇴까지 시사했다.
BVI의 관할 책임이 있는 영국에서는 야당 정치인들이 이 일을 빌미로 삼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번 일이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외교 문제로 번질 여지도 있다.
공개된 문서 가운데 서류상 기업(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해 온 BVI의 커먼웰스 트러스트(CTL)에 대한 내용에는 러시아의 세르게이 마그니츠키 변호사가 제기한 러시아 고위층의 부패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담겼다.
2009년 마그니츠키가 사망하기까지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그에 따라 미국이 부패 연루 러시아 관리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마그니츠키 법안'을 지난해 만들면서 러시아는 미국인이 러시아 출신 어린이를 입양하지 못하는 법률을 만들어 맞선 바 있다.
금융위기와 탈세 방조 혐의 등으로 타격을 입은 유럽 은행업계는 BVI 문서가 완전히 분석되면 한 차례 더 이미지에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스위스의 UBS와 크레디트스위스 자회사 클라리덴, 독일의 도이체방크가 BVI를 통해 서류상 기업을 만드는 과정을 도왔음이 BVI 문서에 적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벌어진 여러 건의 '폰지' 금융 피라미드 사기가 BVI에 설립된 유령 회사와 연결됐음이 BVI 문서를 통해 드러나고 있어 그동안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금융 범죄 수사가 이번 일을 실마리로 삼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한편, 한국 국세청은 BVI에 재산을 숨긴 부유층 가운데 한국인이 있는지 확인 작업에 나섰다.
국세청은 "ICIJ와 영국 일간 가디언 등 국제 미디어들이 협력해 발굴해 낸 재산 은닉자 명단을 압수하기 위해 다방면의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각국 유력 정치인과 부유층 줄줄이 등장
BVI 문서에서는 각국 유력 정치인과 부유층들의 이름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이날 ICIJ 홈페이지에는 비드지나 이바니슈빌리 조지아 총리가 새로 거명됐다.
보유 재산이 50억 달러(약 5조6천억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이바니슈빌리 총리는 2006년 BVI에 설립돼 현재까지 운영 중인 회사의 이사로 등재돼 있다.
탁신 전 태국 총리와 2008년 이혼한 포자만 나폼베지라, 마하티르 전 말레이시아 총리의 아들 미르잔 빈 마하티르의 이름도 드러났다.
베네수엘라에서 콜롬비아 국경 지역의 수비를 담당하던 호세 엘리세르 핀토 구티에레스 장군, 미얀마 옛 독재자 네 윈의 사위 야예 자우 윈의 이름도 올랐다.
인도네시아와 카자흐스탄, 쿠웨이트, 우크라이나의 기업인들 이름도 BVI 문서에 포함됐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바야르척트 상가자브 몽골 국회 부의장은 ICIJ에서 문서 내용을 분석하기 시작할 때부터 거론됐고, 이고르 슈발로프 러시아 제1부총리 부인 올가 슈발로바 역시 포함됐다.
ICIJ가 조사중인 문서에는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약 12만개의 회사와 이에 관련된 13만명 가까운 사람의 이름이 수록돼 있어 앞으로도 더 많은 유력 인물들의 이름이 공개될 전망이다.
smile@yna.co.kr
☞ 애커슨 GM회장 "한반도 긴장에 비상계획 마련중"
☞ 엠넷, 싸이 콘서트 '해프닝' 생중계
☞ <인터뷰> 이라크 말리키 총리 "한국은 전략적 파트너"
☞ -美야구- 추신수, 시즌 마수걸이 홈런포 폭발(종합)
☞ 軍, 北미사일 추적 이지스함 동·서해 배치
<연합뉴스 모바일앱 다운받기>
<포토 매거진>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사랑해요" 사고 전날이 마지막…헬기 순직 조종사 아내 오열 | 연합뉴스
- [샷!] "불 번지는데 '17년지기' 혼자 둬 너무 불안" | 연합뉴스
- "기부 안하나요"·DM 발송도…유명인에 산불 피해지원 강요 논란 | 연합뉴스
- 아시아나 필리핀발 인천행, 기장이 여권 잃어버려 15시간 지연 | 연합뉴스
- 억만장자 베이조스 재혼에 설레는 베네치아…"수백만 유로 특수" | 연합뉴스
- 백종원, 주주에게 첫 사과 "뼈저리게 반성…회사 원점 재점검"(종합) | 연합뉴스
- 미얀마서 규모 7.7 강진…건물 다수 붕괴·대규모 사상자 발생(종합2보) | 연합뉴스
- '돌아가는 삼각지' 만든 원로 작곡가 배상태 별세 | 연합뉴스
- 명일동 싱크홀 지역 "침하량 크다"…서울시 용역보고서 있었다 | 연합뉴스
- 도로 중앙 걷던 30대 여성, 트럭에 치여 숨져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