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엔저 역풍..일본 사상 최대 무역적자

강남규 2013. 2. 21. 00:5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월 18조8200억원 적자 기록엔화 결제 수입대금 크게 늘어미 플라자합의 후 J커브 재연

미국·일본·영국·서독·프랑스 등이 1985년 9월 22일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른바 플라자합의(Plaza Accord)다. 실제 이후 몇 달 동안 미 달러 가치가 급락했다. 하지만 미국 무역적자는 오히려 늘었다.

 당시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미국의 산업구조 때문에 달러 가치가 떨어져도 무역수지가 개선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경쟁력이 형편없다'는 지적이었다. 약 30년이 흐른 요즘 일본이 비슷한 처지다. 올 1월 일본 무역적자가 무려 1조6294억 엔(약 18조82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엔화 기준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달러 기준으론 두 번째다.

 수출이 줄어들어서가 아니었다. 지난달 일본 수출은 한 해 전 같은 기간보다 6.4% 늘었다. 애초 도쿄 금융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5.6%)보다 좋았다. 더욱이 영토분쟁으로 고전했던 대중국 수출도 3% 증가했다.

 엔화로 결제되는 수입 대금이 더 많이 늘어난 게 화근이었다. 올 1월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증가했다. 예상치는 2.1% 증가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엔저 공세가 낳은 역풍이다.

 미국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지난해 9월 이후 20%가량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일본이 전량 수입해 쓰는 원유 값이 배럴당 90달러 선을 웃도는 등 국제 원자재값은 고공행진했다. 엔화 가치 하락분만큼 수입대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미국이 플라자 합의 이후 시달렸던 'J커브(Curve) 효과'다.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통화 가치가 떨어졌는데도 무역적자가 오히려 증가하는 게 J커브 효과"라며 "그 기간은 대개 6개월에서 1년 정도"라고 말했다. 수출로 얻는 효과는 그만큼 더디다는 얘기다. 85년 플라자 합의 직후 일본 언론은 이 효과를 감안하지 않고 '미국의 경쟁력'을 성급하게 탓했던 셈이다.

 일본 기업들은 그동안 '엔고'에 대응하기 위해 대외 무역에서 엔화 결제 비중을 크게 늘려놓았다. 일본 기업들은 수입 대금 중 약 75%를 엔화로 지불한다. 반면 수출에서 엔화 결제 비중은 50% 정도다. 엔화 가치 하락이 수출보다 수입 대금을 더 크게 부풀리는 구조다. 그렇다고 아베 총리가 엔저 공세를 늦추지는 않을 듯하다. 소니와 닛산 등 일본 기업들은 달러당 100엔 선까지 엔화 가치가 떨어져야 숨을 돌릴 것이라고 아우성이다. 또 엔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은 아베가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바로 디플레이션(장기 물가하락) 차단 효과다. 올 1월 일본의 수입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8%나 뛰었다.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 등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아베 총리가 원자력 발전을 재개하는 방식으로 무역적자를 조절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그만큼 원유 수입이 늘어났다. 아베 총리가 원전을 다시 가동하면 원유 수입은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J커브 효과=통화 가치가 떨어진 직후 무역적자가 되레 늘어나는 현상. 무역수지가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알파벳 J처럼 6개월~1년쯤 적자를 이어간 뒤에야 개선되는 현상이다. 수입 원자재나 생필품 등은 통화 가치가 떨어져도 수입액이 쉽게 줄어들지 않지만 수출은 싼 물건부터 서서히 늘어나는 게 주된 이유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강남규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dismal/

'납치' 김태촌 후계자 "허벅지를 칼 끝으로…"

내연女 전화에 화난 아내, 끓는 물을…헉

남편 애정에 집착하는 아내, 몸상태가…깜짝

현장 가던 장관, 라디오서 경질 소식에 당혹

"내 돈이 자식을…" 억만장자, 기부 이유가 걸작

"국회, 졸로 보나" 전관예우 고액 연봉에 격분

미모의 왕세손비 불룩 배 나온 모습이…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