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미래의 길을 묻는다] 고노 "지금 일본엔 극우로 가는 아베를 멈추게 할 사람이 없다"

2013. 2. 16.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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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휘 사장-고노 前 일본 중의원 의장 대담

[서울신문] 이철휘 서울신문 사장과 고노 요헤이 전 일본 중의원 의장은 14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서울신문과 도쿄신문·주니치신문 공동 주최로 열린 '2013 한·일 미래의 길을 묻는다' 국제포럼에서 대담을 갖고 한·일 관계와 동북아 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고노 전 의장은 이 자리에서 "한·일은 경제관계, 안전보장 관계는 잘 협조하고 있긴 하다. 그런데 이제 더 높은 레벨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사장과 고노 전 의장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화제로 올려 "박 당선인은 어떤 전임자보다도 한·일 관계를 매우 중시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하면서 "박 당선인은 어떠한 어려운 조건에서도 여성이어서가 아니라 능력을 발휘해 몇 번이나 선거에서 이긴 대단한 지도자"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다음은 대담 내용.

이철휘 사장

한·일 관계에서 젊은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한국에서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양국 간 과거의 역사에 대해 좀 더 싸늘해졌습니다.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해 젊은이들에게 기대해 보자는 인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노 요헤이 전 의장

2001년 도쿄 신오쿠보역에서 이수현이라는 한국 청년이 자신을 던져 일본인 취객을 구했습니다. 외무상이던 저는 그때 놀라움과 동시에 한국인에 대한 존경심, 그 청년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됐죠. 과연 일본 청년이라면 서울에서 그런 일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이 사장

한국에서는 일본인들이 이수현씨의 희생에 대해 예의를 깊게 갖추어 대응하는 것을 보고 일본인들은 과연 신뢰관계를 중시하는, 예의를 정확하게 갖추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가졌습니다.

고노 전 의장

일본의 나이 든 분들은 한국 사회의 시스템이 일본보다는 늦다는 생각, 선입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여성이 대통령이 됐습니다. 한국이 앞서 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큰 쇼크를 받았습니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쇼크가 아니고 극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능력이 있으면 남자가 돼도, 여자가 돼도 관계없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경우도 국민총생산(GNP)이 일본에 앞선 것에 쇼크를 받습니다. 그런데 젊은이들은 합리적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보고 있죠. 일본에서 이런 것들이 상식이 되는 시대가 돼야 합니다.

이 사장

한·중·일 3국의 다양한 교류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착실히 교류 성과를 쌓아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고노 전 의장

일본과 중국 사이에는 모든 것이 멈춰 서 있습니다. 정치 때문입니다. 올해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이것만은 계속한다는 시스템이 돼 있어야 하는데 안 돼 있습니다.

이 사장

전후 70여년 가까이 흘렀습니다. 한·일, 한·중, 일·중 관계에, 줄곧 발전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최근 들어 이런저런 바람이 불고 문제들이 적지 않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이 뭐라고 보십니까.

고노 전 의장

세 나라는 리더를 선발하는 방법이 다릅니다. 한국은 대통령제이고, 임기가 5년으로 확실히 정해져 있습니다. 누가 돼도 5년입니다. 중국의 리더 선발제도나 과정은 잘은 모르지만 시진핑 총서기 시대가 됐습니다. 시 총서기는 5년 아니면 10년을 갈 수 있습니다. 일본은 어떤가요. 뒤돌아보면 거의 1년에 한 번씩 지도자가 바뀌었습니다. 이번에는 아베가 됐는데 안정돼 갈 것으로 생각하지만…. 지도자들이 안정적으로 되면 주변을 여유 있게 보고, 인접국을 고려할 수도 있지요. (아베 정권이 좀 오래 가면 3국 관계가) 안정화될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장

오는 7월 참의원선거에서도 자민당이 대승할 경우 일본이 더욱 우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한국 등 주변국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고노 전 의장

걱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일본 국내에서도 그렇게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사장

아베 총리가 되고 나서 평화헌법 개정이나 자위대의 방위군화(化) 등 주변국이 신경을 쓰는 정책들을 실현해 갈까요.

고노 전 의장

조금 걱정하는 것은 아베가 뭔가 말했을 때 그걸 멈추게 하고, 충고할 사람이 없다는 점입니다. 아베는 나카소네 전 총리와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나카소네 때는 고토다 마사하루라는 스토퍼 역이 있었지요(고토다 마사하루는 1982년 나카소네 정권 출범 때 반대 파벌인 다나카파 출신으로서 관방장관에 기용돼 5년간 각료를 지냈다. 나카소네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아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고토다는 몸을 던지고, 직을 걸고 안 된다고 얘기했습니다. 그의 역량이 상당해 나카소네가 거기에서 멈췄습니다. 아베에게 나쁘다고 말할 사람이나 몸을 날려 직을 걸고 그건 안 된다고 말해 줄 인물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아베가 뭔가 말할 때 조금도 부담 없이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아소 다로(현 부총리)가 있긴 하죠. 그런데 그는 스토퍼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그게 염려스럽습니다. 의석을 반만 바꾸는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간단하게 이긴다고 말할 문제가 아닙니다. 다소 이겨도 과반수에는 이르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이 사장

헌법 개정에는 반대이신가요.

고노 전 의장

절대 반대합니다. 거기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중의원, 참의원에서 3분의2의 발의가 있더라도 국민투표를 거쳐야 합니다. 국민투표가 그렇게 간단치가 않습니다. 개헌이라는 것이 숫자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헌법의 어디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도 매우 미묘한 문제들입니다(실제 추진 시 쉽지 않다는 의미). 간단히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사장

(일본 제1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헌법 개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고노 전 의장

민주당에는 렌고(일본 최대 노동단체)의 지원을 받는 의원들이 많습니다. 렌고는 헌법 개정에 반대합니다. 그래서 그들의 지원을 받는 의원들은 찬성할 수 없습니다. 민주당에서는 개헌에 찬성하는 의원이 적을 것입니다. 반대가 많을 것입니다. 민주당은 참의원에서는 현재 제1당인데(개헌 추진이 국회에서조차 어렵다는 의미)….

이 사장

북한이 이번에 핵실험을 하게 되자 한국의 신문이나 방송 가운에 일본의 핵무장이라는 문제가 나오고 있습니다(일부 언론에서 일본이 북핵 실험을 빌미로 핵무장을 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함).

고노 전 의장

그것은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입니다. 일본이 핵무장을 하려 하면 그것에 반응해 한국에서도 그렇게 하자는 움직임이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핵 확산을 점점 더 멈추기 어렵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이 사장

지금 일본에는 과거부터 있었던 재일동포 60만명에다 최근 무비자가 되고,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적어도 20만~30만명의 한국인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국가 전체로 눈을 돌려보면 예전에 비해 젊은이들의 반일 감정이 격렬해졌습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요.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이 교육 아닐까요. 중국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요.

고노 전 의장

역시 교육이 매우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에는 학교교육, 사회교육, 가정교육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학교교육의 영향력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오히려 사회교육이 영향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미디어의 영향도 강하다고 봅니다. 한국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본 문화를 개방해 자극을 받고 있을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한류 드라마를 안 하는 시간대가 없을 정도입니다. 양국이 드라마, 영화 등 문화 부문을 좀 더 개방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학교교육 영향보다 사회교육 영향이 강해질 것입니다. 상대국의 문화를 좀 더 개방하면 자극을 더 강하게 받게 될 것입니다. 일본의 할머니와 아주머니들이 순식간에 한류에 빠져 한국을 잘 알게 된 것을 보면 몇십 년 된 과제들도 뭐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은 민초의 레벨에서는 일본과의 교류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위로 가면 잘 되지 않습니다. 중국은 역으로 정치 지도자들은 일·중 관계가 잘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민초, 시민 레벨에서는 반일이 매우 강합니다. 중국보다는 한국 쪽이 잘 돼 갈 것으로 봅니다. 한국은 중국 쪽보다 토대가 넓습니다. 중국은 지금도 (일본과의) 문화교류도, 청소년 교류도 안 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멈추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권 문제인 영토 문제는 문화교류나 청소년 교류 등과 별개로 해서 가야 하는데(잘 되지 않고 있다는 안타까움 표시)….

정리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이철휘 서울신문 사장

▲서울대 무역학과 ▲일본 히토쓰바시대 대학원 금융 석사 ▲제17회 행정고시 합격 ▲일본 대장성 재정금융연구소 연구위원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실 총괄국장 ▲일본 대사관 재경관 ▲재정경제부 공보관 ▲재정경제부 국고국장 ▲아시아개발은행 이사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고노 요헤이 전 일본 중의원 의장

▲일본 와세다대 경제학과 ▲마루베니 사원 ▲니치료 사장 ▲중의원 의원 14선 ▲신자유그룹 대표 ▲문부성 정무차관 ▲과학기술처 장관 ▲관방장관 ▲자민당 총재 ▲외무상 ▲부총리 ▲중의원 의장(일본 헌정 사상 최장 재임 기록 보유) ▲현 일본육상연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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