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 떠나온 지 2년 됐지만 걸어갈 때도 샤워할때도 내가 죽인 사람들 생각난다"
"매일 생각한다. 거리를 걸을 때도, 샤워를 할 때도, 영화나 뉴스를 볼 때도. 내가 죽인 아프가니스탄 민간인들을. 16살도 되지 않은 것 같던 그 아이를. 나는 더 이상 스스로 생각했던 예전의 '좋은 사람'이 아니다. 나를 용서해줄 사람들은 이미 죽었다(내가 죽였다)."
미국 해병 대위로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 참전했던 한 퇴역 군인이 26일 참전용사들의 정신적 고통을 묘사한 기고문을 워싱턴포스트(WP)에 실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현역 군인 349명이 자살했는데 이는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군인(229명)보다 많은 것이다. 미국 내 자살자 5명 중 1명이 퇴역 군인일 정도로 참전 용사의 정신적 외상은 심각한 편이다.
현재 뉴욕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티머시 구도씨는 기고에서 전장에 파병된 후 첫 몇 달 동안은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살인에 주저하지 않았다"며 "도덕적인 것을 따질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2010년 어느 날 그가 속해있던 아프간의 순찰대가 교전 지역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있던 2명을 사살했다. 그들은 "서라"는 경고를 무시했거나 혹은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고 구도씨 일행은 그들이 자신들을 공격하려는 것으로 보고 사살했다. 미 해군의 지침에 따르면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러나 사망한 2명은 민간인이었고 그 중 한 명은 16살도 채 안된 아이였다.
구도씨는 "2년이 지났지만 나는 그들을 매일 생각한다"며 "아군이 무전으로 '폭탄을 묻고 있는 사람을 죽여도 되느냐'고 판단을 요구했을 때 '죽여라(Yes)'고 답했고 그런 일들은 일상이었다"고 말했다. 구도씨는 "우리가 하는 짓(살인)보다 더 두려운 것은 그것(살인)이 너무나 쉽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살인이 일상인 전장에서 다시 사회로 복귀했을 때 정신은 망가져 있었다. 구도 씨는 "몸은 살인 기술을 익혔지만 정신은 그렇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전장에서도 '살인은 나쁜 것이지만 전쟁에서는 필요하다. 그런데 어떻게 악행이면서 동시에 필요할 수 있는가'라는 인식의 충돌을 느꼈고 '살인이 나쁜 것'으로 통하는 사회로 복귀하면서 이 인식의 부조화가 정신을 무너뜨렸다고 했다.
구도씨는 이런 현상을 '도덕적 부상'이라고 표현하는 정부에 분개했다. 그는 "이 표현은 '2차 피해' 혹은 '부수적 피해'라는 말처럼 기만적인 것"이라며 "살인의 기억은 휴식이나 진통제, 물리치료로 회복할 수 있는 부상이 아니며, 그것은 전쟁의 진정한 대가"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쟁의 비도덕성은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수많은 퇴역군인을 자살하게 할 만큼 끔찍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많은 퇴역군인이 "사람 죽여봤느냐"고 호기심 어린 질문에 격노한다고 전했다. 더구나 그들의 기억을 지배하는 아프간이나 이라크의 문제가 사회에서 별것이 아닌 것으로 취급 받을 때 고립감은 심해진다.
구도씨는 그럼에도 "사람을 죽여봤느냐"는 질문에 답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나의 경험을 설명함으로써 향후 전쟁의 가능성이 줄어든다면 그것으로 내 행위(살인)가 완전히 헛된 것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그가 고통스러운 기고문을 WP에 게재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 일 것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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