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한국 스스로 '선언'.. 사실상 미사일 개발 '족쇄'

권경성기자 2012. 10. 8.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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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 '미사일 지침'이란1979년 처음 만들어져

미사일 지침은 표면적으로 우리 정부가 공표하는 '정책 선언' 형태를 띠고 있다. 일정 성능 이상의 미사일을 보유하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인 셈이다. 때문에 구속력도 없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이 지침이 만들어진 33년 전으로 돌아가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사일 지침은 박정희 정권 때인 1979년 처음 만들어졌다. 당시 존 위컴 주한미군사령관에게 노재현 국방부 장관이 보낸 서한이 지침으로 굳어졌다. 지침엔 "향후 한국이 개발할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180㎞, 탄두 중량은 500㎏을 초과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편지가 "한국이 개발하는 탄도미사일의 성능을 제한해야 한다"는 미국 측의 요구에 대한 '울며 겨자먹기' 식 답신이었다는 점이다. 지미 카터 미 행정부는 78년 우리가 첫 국산 탄도미사일인 '백곰'의 시험발사에 성공하자 우리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제한키로 했다. 한국은 미국이 핵심 부품과 기술을 주지 않으면 미사일 개발 자체가 힘들었다.

한미 양국은 이후 95년부터 20여 차례 개정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실을 맺지 못하다가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시험발사(98년) 등을 계기로 2001년 지침을 처음 개정했다. 이 개정으로 한국 탄도미사일 사거리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수준인 300㎞로 늘어났다. 당시 우리 정부는 최대 사거리를 500㎞로 연장할 것을 요구했지만 미국은 동북아 군비 경쟁 촉발을 이유로 300㎞ 안을 고수했다. 탄두 중량 역시 500㎏으로 유지됐다.

협상 결과 별개로 국내에서는 한반도 주변국들이 장거리미사일을 보유한 상황에서 미국과 벌이는 사거리 연장 협상 자체가 부당하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됐다. 지난 5일 국방부와 외교통상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정부를 강하게 질타한 것도 이런 이유다.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정희수 의원은 "한미 미사일 지침 폐기 촉구 결의안을 국회 국방위 차원에서 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주변국도 일부 사정 거리에 들어오는 800㎞는 인정하면서 1,000㎞에 대해서는 주변국 자극을 이유로 반대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미국이 한국의 자주국방을 인정치 않으려는 의도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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