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유로존 잔류` 에 세계경제 한고비 넘겼지만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됐던 그리스 2차 총선에서 구제금융 조건을 이행하겠다고 공약한 신민당이 승리했다. 이로써 지난 한 달간 국제 금융시장을 공포속에 몰아넣었던 그리스발 '유로존 붕괴'는 일단 진정될 전망이다.

그리스 선거 결과가 알려진 18일 한국 일본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증시는 2% 가까이 상승했다.

17일 실시된 그리스 2차 총선 결과 지난해 구제금융 협상을 주도했던 신민당과 사회당이 또다시 연립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민당은 29.6%를 득표해 2위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을 2.7%포인트 차이로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사회당은 12.2%로 3위를 차지했다.

신민당과 사회당 합산 지지율이 50%에 못 미치지만 그리스는 제1당에 비례대표 50석을 추가 배정하기 때문에 두 당은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비례대표 의석을 포함하면 전체 300석 가운데 신민당(129석)과 사회당(33석)이 162석을 차지한다. 이에 비해 구제금융 거부와 유로존 탈퇴 가능성까지 제기한 시리자는 71석에 불과하다.

안도니스 사마라스 신민당 대표는 총선 결과가 나오자 "그리스 국민은 유로존 잔류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18일 총선 최종 결과가 발표된 뒤 2ㆍ3당 지도자들을 차례로 만나며 연정 구성을 위한 협상에 돌입했다.

재정 긴축을 비롯한 구제금융 조건 이행을 약속한 신민당이 승리하자 유로존은 물론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도 일제히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백악관은 17일 "그리스가 개혁 약속을 지키면서 유로존에 남는 게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IMF는 "그리스가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 등을 이룰 수 있도록 새 정부와 협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국제 금융시장도 그리스 총선 결과에 안도했다. 선거 결과가 나온 뒤 18일 개장한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대부분 상승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33.55포인트(1.81%) 상승한 1891.71을 기록했다.

원화값도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해 8.50원 올라 1157.10원에 마감했다.

하지만 그리스 위기가 해결되기까지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구제금융 조건에 관한 재협상 요구가 거셀 전망이다. 유로존이 최근 스페인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그리스보다 훨씬 느슨한 잣대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시리자의 치프라스 대표는 선거 패배 직후 "강력한 야당이 돼서 신민당 정권이 정책을 마음대로 결정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독일과 프랑스 등 유로존 회원국들은 그리스에 구제금융 지원 대가로 요구한 재정 긴축과 경제 개혁 이행에 시한을 연장해주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리스 총선 결과에도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대규모 예금인출(뱅크런)이 지속되고 있어 유로존 재정위기가 여전히 진행형임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오는 28일로 예정된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과감한 대책이 나와야 '문제 국가'에서 뱅크런이 진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서찬동 기자 / 박만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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