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급 사고' 처음부터 숨겼다

김현기 2011. 4. 13.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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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현기]

12일 오전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내부 원자로 4호기 인근 건물에서 불길과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화재는 곧바로 진화됐다. 도쿄전력은 전날 발생한 규모 7.1의 강진 여파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도 지바현 인근에서 6.4 규모의 지진이 또 발생하는 등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후쿠시마 로이터=뉴시스]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로 공기 중에 유출된 방사성물질 규모가 체르노빌 사고에 필적하는 '7등급'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정부는 이런 사실을 일찍이 알고도 사고 한 달 만인 12일에 이를 밝혔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12일 "사고 초기 시간당 1만T㏃(테라베크렐 )의 방사성물질이 수시간에 걸쳐 방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방사성 요오드131로 환산할 때 이제까지 대기로 유출된 방사성물질의 양은 37만~63만T㏃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돼 '7등급'으로 레벨을 올렸다"고 말했다. 내각부의 원자력안전위원회 추산으로는 총방출량이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5일까지 63만T㏃이었고, 경제산업성 산하 원자력안전보안원 추산으로는 지난달 11일부터 지난 12일까지 37만T㏃이었다.

 그러나 일 원자력안전보안원은 이날 "방출된 방사성물질 대부분이 지난달 11일에서 지난달 16일 사이에 나온 것"이라고 말해 일 정부가 고의로 '7등급' 상향 조정을 미뤄왔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마쓰모토 본부장

실제 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달 23일 내부 취합 결과 방출량이 7등급에 해당하는 최고 11만T㏃인 것을 확인한 것으로 12일 밝혀졌다. 원전사고의 국제평가척도(INES)는 최악의 사태인 '7등급'의 기준으로 '방사성 요오드131이 수만TBq 이상 원자로 외부로 누출된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당시에 즉각 '7등급'으로 수정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일 정부는 "데이터가 불확실하다"고 주장하며 관측 장소를 늘리는 등의 지연조치를 쓰다 오히려 방출량이 늘어나 최고 63만T㏃에 달하게 된 12일이 돼서야 '조용히' 상향 발표를 한 것이다. 이에 앞서 일 정부는 사고 다음 날인 지난달 12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의 등급을 '국지적인 영향을 수반하는 사고'인 '4등급'으로 규정한 데 이어 시간당 최대 1만T㏃의 방사능 물질을 대량으로 대기로 방출한 다음인 지난달 18일에도 '5등급'으로 올리는 데 그쳤다.

 이미 프랑스의 원자력안전기관(ASN)이 지난달 15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는 '6등급' 수준"이라 발표하고, 미국의 과학국제안전보장연구소(ISIS)도 같은 날 "'6등급' 또는 '7등급'"이라는 공식 견해를 내놓는 상황이었음에도 일본 정부는 사태 축소에 급급했다. 이와 관련, 아사히(朝日)신문은 이날 " (일 정부가) 정보은폐와 사고축소의 의혹을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일 정부는 12일 "현재는 시간당 방출량이 (초기의 1만분의 1 수준인) 1T㏃ 이하가 됐다"며 "이제까지의 총방출량도 520만T㏃에 달했던 체르노빌 때에 비하면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도쿄전력의 마쓰모토 준이치(松本純一) 원자력·입지본부장 대리는 이날 "사고의 양상은 다르지만 방사성 물질의 총방출량에서 봤을 때 체르노빌 사고에 필적하거나 혹은 넘어설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2일 "이번에 발표된 추정치는 모두 대기 중으로의 방출량만 따진 것이라 바닷물로의 유출 등을 감안하면 총 방출량이 발표치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 "정부 전체는 모르지만 적어도 내게 올라온 정보를 내가 미리 알면서 숨기거나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후쿠시마 제1원전 30㎞ 밖 토양과 식물에서 방사성물질 가운데 요오드와 세슘보다 치명적인 스트론튬이 검출됐다고 교도통신이 12일 보도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30㎞ 떨어진 바다에서도 기준치가 넘는 요오드 등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이는 갈수록 바다오염의 범위와 농도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통신은 전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 luckyma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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