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돈 받고 들어가세요, '피폭'될지도 모르지만

2011. 3. 28.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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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지언 기자]

지난 24일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심각한 방사선 피폭을 입은 3명의 노동자들은 일반 원자로 냉각수보다 10만 배나 높은 방사능에 오염된 물웅덩이에서 일하고 있었다.

노동자들이 전선 가설 작업을 하던 원자로 3호기 터빈 건물 지하실에는 발목까지 잠길 정도로 물이 고여 있었다(아래 그림).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계측기에서 경고음이 울렸지만 전날 해당 영역에서 측정한 방사선량 값이 낮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설명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아사히신문에 난 그림에서 설명을 한국어로 바꾼 것임)

ⓒ 아사히신문

그들은 삼중 보호복과 마스크, 헬멧, 장갑을 착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날엔 물웅덩이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신발에 대해선 별도 지시가 없었다. 긴 장화를 신은 한 명을 제외한 2명은 일반 작업화를 신고 있었고 그들은 오염된 물에서 40~50분 동안 작업했다. 오염된 물은 옷을 관통해 피부까지 스며들었다.

후쿠시마 원전 3호기 터빈건물 지하실에 고인 물웅덩이에서 검출된 방사성물질.

ⓒ 이지언

도쿄전력은 물 표면에선 400밀리시버트 가량이 검출됐지만 2명의 다리 피부에서는 170밀리시버트 이상의 방사선량 오염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노동자들이 휴대하던 계측기에서 나타난 총 173~180밀리시버트의 방사선량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일본 정부는 원전 노동자의 연간 누적 피폭량 제한치를 기존의 2.5배인 250밀리시버트로 상향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정밀검사 결과 이들은 무려 2~6시버트의 방사선에 피폭된 것으로 밝혀졌다. 2명은 사고당일 후쿠시마시에 있는 병원으로 응급 호송됐다가 다음날 세 명 모두 지바시에 있는 국가방사선학연구소로 옮겨져 정밀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수치는 피폭량 제한치보다 24배나 높았다.

또 도쿄전력과 일본 핵산업안전청에 따르면 물웅덩이에서 390만 베크렐의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는데 이는 원자로 노심 냉각에 쓰이는 물보다 1만 배 이상 높은 수치(표)라는 것이다. 도쿄전력은 원전3호기 지하실 1층의 물웅덩이에서 아래와 같은 방사성물질을 검출했다고 밝혔다.

안전관리 허술이 낳은 하청업체 직원의 피폭

< 아사히신문 > 은 일본 산업안전건강법에선 원전 응급작업에서 피부의 피폭 상한치를 1시버트로 규정한다면서,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관련해 노동자가 1시버트 이상 피폭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에 따르면 인체 일부가 3시버트 이상에 노출되면 탈모가 나타나고 6시버트 이상에선 피부에서 붉은 반점이 생기게 된다. 국가방사선학연구소 관계자는 노동자 2명에게서 전반적인 건강이상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10일 안에 방사선 화상 증상이 나타나면 전문의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언론은 대부분 이번 사고의 원인을 도쿄전력의 소홀한 안전조치 정도로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핵발전소에서 '노동생산성'만을 부추기도록 일반화된 고용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이번과 같은 심각한 사고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도쿄전력 내부 규정에 따르면 방사선량을 계측하는 관리자는 노동자들과 동행해야 한다. 방사선량 계측값에 따라 관리자는 노동자들에게 해당부지로 들어가 작업을 시작하거나 보호조치를 취하도록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작업을 막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고 당일은 관리자가 동행하지 않았다. 절차가 무시된 것이지만 인원이 부족한 이유도 있었다.

도쿄전력은 24일 전선 가설 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이 '협력업체'에 소속돼 있다고 밝혔다. 일종의 하청 또는 파견업체에 해당하는 셈이다. < 아사히신문 > 은 도쿄전력의 운영방식을 알고 있는 한 기술자와 인터뷰하며 "오랫동안 도쿄전력의 원전에서는 안전관리가 허술했었다"고 인용했다.

그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종종 경고음이 울리면 계측기를 꺼버리고 계속 일하기 마련이다"라고 말하면서 "하청업체에는 매일 마무리해야 할 할당량이 있다, 시간에 맞춰 작업을 끝내지 못하면 계약업무량이 줄어드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피폭사고를 당한 노동자가 "(계측기가) 고장난 줄 알았다"고 말한 것은 문자 그대로보다는 이렇게 '강요된 무시'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더 정확하다.

왜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상습적 피폭을 겪는가

원전 노동자들이 입는 보호장구

ⓒ AMPO

원전 하청노동자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는 자료는 많지 않다. 우선 지난 주 < 한겨레 > 기사에 짧게 소개됐던 미국 언론인 팀 셔록의 글이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주로 방사선에 피폭되는 노동자들은 원자력업계에서 가장 더럽고 가장 위험한 역할을 맡도록 고용된 하청노동자였다. 즉 일본 원자력업계에는 2단계의 노동 체계가 있는데, 상부를 차지하는 소수의 정규직 노동자와 그 아래에 있는 대다수의 하청노동자들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다.

셔록은 도쿄 츠다대학의 나가미츠 미우라 교수가 2000년에 쓴 < 원전 집시: 일본 원전 노동자들의 숨겨진 비극 > 의 일부를 인용해, 원전 하청노동자들이 왜 '원전 집시'로 불리게 됐는지 설명한다.

"1966년 일본에서 원전이 첫 가동을 시작한 이래로 원전은 기술자뿐만 아니라 여타의 다양한 노동자들에 의해 운영돼왔다. 방사선노동자 중앙등록소에 따르면 1999년도 원전 노동자수는 6만4922명이었다. 여기서 10%만이 원전업체로부터 고용된 정규직이었고 나머지 90%는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따라서 원자력업계 인력의 대다수는 원전에서 1~3개월 정도 일하는 임시노동자들로 이뤄졌다. 이들 대부분은 농부나 어부 아니면 부수입을 충당하거나 그럭저럭 살아가는 일용직이다. 노숙자도 일부 있다. 이들은 주로 원전에서 일하지만, 핵연료 시설(제련, 처리, 재처리 그리고 가동 중 원전)이나 핵폐기물 폐기장이나 저장시설에서도 일자리를 찾는다. 하청노동자들은 한 원전에서 두세 번 일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발전소로 옮기기도 한다. 언론은 이들을 "겐파츠('원전'을 의미하는 일본어) 집시(원전 유목민)"라는 별명으로 부르게 됐다."

이어서 셔록은 호리에 쿠니오라는 일본 언론인의 글을 소개하는데, 그는 "원전 노동자들의 실제 처지를 배우기 위해서 스스로 하청업체에서 일을 했고 결국 그 자신이 핵 방사선에 피폭된" 사람이었다. 그가 일했던 원전 중에는 현재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는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원전도 포함돼 있었다. 1980년 일본 잡지 < AMPO > 는 그의 책 일부를 인용하며 왜 하청노동자들이 상습적인 방사선 피폭을 겪는지를 설명한다.

"(하청노동자의) 작업에는 방사선에 오염된 작업복 세탁하기, 방사성 오염수 걸레질하기, 배수구에 달라붙은 껍질이나 찌꺼기 긁어내기, 검사와 수리, 그리고 주로 원자로 내부의 수백 가지 부품에서 방사성 먼지 제거하기가 포함돼 있다. 이런 작업은 방사능으로 둘러싸인 비좁은 구멍에 들어가서 이루어지는데, 이런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보통 화장실조차 갈 수 없다."

게다가 하청업체에 속한 임시노동자들은 법적인 보호도 거의 받지 못한다. 역사적으로 그들은 사고나 질병이 발생해도 보상을 거의 또는 아예 받지 못 했다. 1999년 12월 30일자 < 로스앤젤레스타임스 > 는 사진기자 켄지 히구치를 인용해 전했다.

"시스템 전체가 차별에 기반해 있다. 원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방사선에 피폭된다는 의미다. 급여를 받고선 피폭되라는 것이다."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전 거절할 겁니다"

이번 후쿠시마 노동자들의 피폭 사고를 보면 10년 아니 심지어 30년 전과 상황의 본질은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다. 셔록에 따르면 원전 하청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하고 위험한 상황은 일본뿐 아니라 가장 많은 원전이 있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두 번째로 원전이 많은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2007년 프랑스 <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 > 는 '노동, 폭력과 죽음의 장소'라는 기사에서 1995년 한 해 동안 발전소 유지 및 관리를 담당하는 '외부기업' 노동자 8명이 자살한 사건을 언급했다. 다시, 여기서 '외부기업'이란 물론 하청업체를 말한다. 이 기사는 '프랑스 원자력 산업 전체 방사능 노출치의 80%는 방사능 오염이 상존하는 '통제구역'에 출입하는 3만5000명의 하청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래는 그 인용이다.

"원자력발전소 유지, 관리에 필수적인 방사능에 노출되는 노동의 조직이 이 일련의 자살과 관련이 있다. 원자력발전소 경영진은 법이 정한 최대 방사능 노출 제한을 준수한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소측은 노동자들의 방사능 노출 자체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업무에 수많은 노동자들을 교대로 일을 시키는 방식을 사용한다. 보통 이 노동자들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이거나 임시직 노동자들이다. 이른바 '개인당 노출 정도에 따른 고용관리'인 셈이다. 이 방식은 차별적인 방식이다. 방사능 노출한계치에 도달한 노동자들은 더 이상 발전소에 출입할 수가 없고, 따라서 직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원자력발전소의 임시직 노동자들에게 있어서 일자리와 건강 사이의 모순은 극복할 수 없는 모순이다. 노동자들이 홀로 알아서 모순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원자력산업은 어쨌든 방사능노출 한계치를 엄격히 준수한다는 사실을 내세울 수 있고, 그렇게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다. 그렇지만 프랑스 원자력산업 전체 방사능 노출치의 80%는 원자력시설 유지, 관리를 위해 방사능오염 위험이 상존하는 '통제구역'에 출입하는 2만5천명에서 3만5천명의 외부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그런데 언론은 이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

핵산업안전청은 후쿠시마 원전의 지하실 바닥에 고여있는 물웅덩이가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수조가 아닌 원자로 노심으로부터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고농도의 방사성물질에 오염된 물웅덩이가 원자로 1, 2호기의 터빈 건물에서도 발견됐다. 지난 27일 또 다른 노동자들이 세 개의 원자로 건물에서 이 물웅덩이를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해야만 했다. 2호기 터빈건물 내부에서 방사능은 시간당 1000밀리시버트를 초과할 정도로 높았고 작업은 순조롭지가 않았다.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제게는 가족이 있고 지금은 아주 위험한 시점이에요. 전 거절할 겁니다."

토모타케 와타나베는 < 가디언 > 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교대근무를 하는 하청노동자인 그는 지난 11일 원자로 1호기의 터빈실에서 작업을 하던 중 지진과 맞닥뜨렸다. 원전으로부터 다시 근무교대 연락이 오면 그는 "거절하겠다"고 대답했다.

원전 고용 구조, 원전을 더 심각하게 악화시킨다

여전히 소방관이나 용접공 그리고 전기기사를 비롯한 원전의 대다수 노동자들은 저임금을 받는 미숙련 인력에서 뽑히고 있다. 그들은 히타치, 토시바, 토덴 코교와 같은 '협력업체'에 소속돼 있고 교대근무 사이엔 대피령이 내려진 30km 내의 축구경기장에서 거주하며 원전까지 버스로 통근한다.

"물론 누군가는 가서 그 일을 해야겠죠. 거기에 간 사람들은 아마 옳은 일을 하고 싶었을 거예요." 와타나베는 이렇게 이야기하면서도 "지금으로선 그곳에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앞서 소개한 < 디플로마티크 > 의 기사에서 눈여겨볼 대목이 하나 더 있다. 바로 25년 전 일어난 최악의 핵참사였던 체르노빌에 대한 이야기다.

"구 소련 원자력 안전성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전문가 중의 한 명이었던 발레리 레가소프 역시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레가소프는 자살 당시 원자력산업 전체에 만연해 있는 안전성 관리 태만을 비판하는 '유언장'을 남긴 바 있다. 레가소프는 특히 세 가지 점을 비판했는데, 첫째, '노동생산성'을 위한 보호규칙 무시, 둘째, 발전기 가동 중 반복되는 이상징후에 대한 엔지니어들의 경계의식 부족, 셋째, 심각한 기능장애 발생 시 원자력당국과 행정당국, 그리고 직원들의 준비 부족이다."

확실히 현재 원자력산업 전체에 만연해 있는 하청노동의 고용 구조는 레가소프가 말한 이 세 가지 문제 모두를 더 심각하게 악화시키는 작용을 하고 있다. 도쿄전력에서 전에 일했던 한 노동자의 말에 원자력업계 모두가 귀담아 들어야 한다.

"원전 내부에서는 어떤 곳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한, 노동자들이 방사선에 피폭되는 사고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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