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 3개월 피해현장을 다시 가다]방사선에 떠는 시민들 "더위에 이중고"

2011. 6. 11.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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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7일 일본 게센누마 시의 부둣가에서 3개월 전 쓰나미에 휩쓸려 뭍으로 올라온 어선이 철거되고 있다. 후쿠시마=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2시간쯤 달렸을까. 후쿠시마 원전에서 60여 km 떨어진 후쿠시마 시가 한눈에 들어왔다. 차창 밖에 비친 후쿠시마의 모습은 단정하고 깨끗한 전형적인 일본 도시였다. 맑은 하늘과 넓은 들판, 풍성한 나무들이 이어지는 풍경은 태평하고 평온해 보였다. 적어도 열차에서 내리기 전까지는….

6일 오후 후쿠시마 역 앞에서 만난 시민들은 겉으로 보이던 도시의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시민들은 "바람과 날씨에 영향을 받는 방사선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희비가 갈린다"며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마스크를 쓴 60대 여성은 "정부에서는 계속 괜찮다고 하지만 당사자인 우리 마음은 편치 않다"며 종종걸음으로 급하게 사라졌다. 30도에 이르는 더운 날씨에도 방사성 물질과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긴팔과 긴 바지, 모자로 중무장한 학생이 많았다. 한 택시 운전사는 "방사선 공포 때문에 많은 사람이 외출을 삼가거나 아예 도시를 떠났다"며 "수입이 4분의 1이나 줄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지진이 일본을 강타한 지 11일로 3개월. 여전히 참사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동일본 대지진 피해 복구 현장을 찾았다.  

▼ "바람만 불어도 방사능 공포… 그저 수치 낮아지길 바랄뿐" ▼

○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

후쿠시마 역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와타리(渡利)중학교에서는 이날 시청에서 나온 직원이

운동장의 방사선량을 측정하고 있었다. 땅 위 1m의 공간방사선량을 다섯 차례 측정한 결과 최대치는 시간당

3.05μSv(마이크로시버트). 하지만 선량계를 10cm 높이로 낮추자 수치가 4.30μSv로 껑충 뛴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학생들의 옥외 활동을 제한하는 기준치인 3.8μSv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기자가 심각한 얼굴로 쳐다보자 시청 직원은 "원전 사고

후 3개월이 지나고 비도 내려 그나마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신문지 야구공에도 밝은 아이들

후쿠시마 시내의 와타리중학교는 학생들이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체육수업과 특별활동 등 옥외수업을 모두 실내수업으로 대체했다. 이 학교 야구부 학생들이 실내 배팅 연습용으로 신문지를 말아 만든 야구공을 들어 보이고 있다. 후쿠시마=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운동장 한쪽에는 폭 5m, 길이

30m, 깊이 1.5m의 널따란 구덩이를 파놓았다.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운동장 흙을 5cm씩 걷어내 파묻기 위한 것이다. 이

작업이 끝나면 학교 건물을 물로 씻어낼 예정이다. 하지만 학생의 안전을 장담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풍향과 날씨에 따라 방사선량

수치가 들쑥날쑥하기 때문. 최근 이 지역에서 채취한 흙에서는 반감기가 29년에 이르는 맹독성 스트론튬까지 검출됐다. 사이토

요시노리(齋藤嘉則) 교장은 "미봉책이지만 대안이 없다"며 "방사선량이 낮아지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원전

사고는 와타리중 450여 명 학생의 일상생활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무더위는 아랑곳없이 교복은 겨울 체육복으로 바뀌었고 체육수업과

특별활동 시간은 모두 실내 수업으로 대체됐다. 오후 3시경 바깥 온도는 28도였지만 교실 안은 30도를 웃돌아 마치 비닐하우스

같았다. 방사성 물질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창문을 닫은 채 수업을 하는 데다 30여 명의 혈기왕성한 학생이 내뿜는 열기 때문이었다.

교탁 옆에 있는 낡은 선풍기 한 대로 더위를 식히기엔 어림도 없어 보였다. 2학년 남학생 구로사 가즈요시 군은 콧등에 맺힌 땀을

연방 훔쳐내며 "방사선은 하나도 무섭지 않은데 무더위는 견딜 수가 없다"며 불평했다.

○ 피난민들의 불안감

후쿠시마 아즈마체육관에서 피난 생활을 하고 있는 피난민들은 3개월이 되도록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후쿠시마 제1원전 상황에

답답함과 분노를 쏟아냈다. 부모와 형제 자녀 등 7명의 생계를 책임진 50대 가장 기타무라 씨는 "정상화되고 있다는 원전에서

하루가 지나면 새로운 사실이 터져 나온다"며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회사가 원전 근처에 있어 하루아침에 집과

직장을 모두 잃었어요. 3년 전 은행 빚 2000만 엔을 빌려 집까지 지었는데…." 목소리에는 온통 짜증이 묻어났다.

이곳의 피난민들은 원전에서 20∼30km 떨어진 구역에서 온 농민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하는 일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도

고역이라고 했다. 원전으로부터 2km 떨어진 곳에 사는 고무로 에미코 씨(63·여)는 "농사도 하고 가축도 키우고 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 더 처량하게 느껴진다"며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한국에서 온 기자라는

말에 반갑게 맞아준 사쿠마 마사코(佐久間正子·64·주부) 씨는 "요즘 피난소에서 '대통령 부채'가 유행"이라며 꺼내 보였다.

이곳은 지난달 21일 방일한 이명박 대통령이 피해주민을 위로하기 위해 들른 곳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한국 초등학생들이

응원메시지를 담아 만든 부채와 김 한 상자, 티셔츠 등 구호품을 전달했다.

사쿠마 씨는 "다른 부채도 많이 있지만 대통령의 선물이어서 더 애착이 간다"며 "한국민들의 배려가 고맙다"고 미소를 지었다.

후쿠시마=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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