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재앙도 덮치나" 이번엔 日열도 핵공포

2011. 3. 13.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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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21만명 한밤 피난행렬…정부 사고 2시간 지나 폭발시인"안전하다"→"대피해야" 말바꿔…시민들 늑장·부실대응에 분통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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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런 일이…?"

일본 국민들이 쓰나미(지진해일) 피해에 이어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유출 공포로 초조해하고 있다. 원전 폭발사고 지역인 후쿠시마(福島)현은 물론이고 270㎞ 떨어진 도쿄도 등 수도권까지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능가하는 대형 원전 사고로 번지지 않을까 가슴을 졸이고 있다.

13일 도쿄 시내 중심가에는 평소와 달리 행인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줄었다. 하루 평균 300만명의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신주쿠역과 그 주변 쇼핑상가들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규모 3∼4의 여진이 수시간마다 반복되는 데다 TV방송에서 후쿠시마 원전의 다급한 상황이 시시각각 중계되면서 도쿄 시민들이 외출을 삼가고 있다.

썰렁한 번화가 모습과 달리 지진대피 기능을 갖춘 대형 녹지공원인 '신주쿠교엔(新宿御苑)'에는 오후가 되자 여기저기서 가족단위 관람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유치원생 자녀 둘을 데리고 왔다는 한 주부는 "계속되는 여진 때문에 애들이 너무 무서워해서 집 안에 있는 것보다는 일단 공원에 나와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간단한 짐만 갖고 나왔다"면서 "하지만 휴대전화로 원전 소식을 계속 체크하다가 방사능 피해가 커질 것 같으면 다시 실내로 대피해야 할 것 같다"고 불안해했다.

일부 시민은 일본 정부가 원전사고 정보를 처음에는 "안전하다"고 했다가 "대피해야 한다" "피폭자가 나왔다"고 하는 등 발표 때마다 손바닥 뒤집듯 상황보고를 뒤집고 있다며 노골적인 분노를 터트렸다. 도쿄의 택시기사인 후쿠다 가즈키(54)는 "원전 지을 때는 절대 안전하다고 하더니 이미 후쿠시마 현지에서 피난을 한다는데 원전이 정말 무너지면 후쿠시마뿐 아니라 여기도 안전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만일을 대비해 이날자 조간에서 원전사고가 악화돼 방사능이 대량 유출될 것에 대비한 '안전행동요령' 등을 소개했다.

도쿄 시민들이 불안을 느낀다면 후쿠시마 원전 주변 지역은 이미 패닉 상태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에서 북쪽으로 25㎞ 떨어진 미나미소마(南相馬)시에서는 12일 오후 4시쯤 "제1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옥외로 나오지 마세요"라는 방재 무선이 갑자기 흘러나오면서 현장에 있던 10여명의 소방대원들이 긴장된 얼굴로 주민들에게 "빨리 도망쳐라"며 긴급히 차를 몰고 현장을 떠나는 모습이 목격됐다. 후쿠시마 원전 주변 반경 20㎞에 사는 주민 20여만명은 이날 밤중부터 긴급 대피를 시작하면서 공포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의 부실대응에 대한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언론은 방사능 유출로 일본 원전의 '안전신화'가 무너졌다고 탄식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후쿠시마 원전은 내진설계 기준이 규모 7.9에 견딜 수 있을 정도였다"면서 정부가 원전의 내진설계 기준을 너무 낮게 잡은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수많은 지진에도 원전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을 정도로 원전 내진대책이 완벽하다고 강조해왔다.

신문은 또 "폭발은 12일 오후 3시30분쯤 발생했는데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에서 폭발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2시간 뒤였고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 것은 5시간이나 지난 후였다"며 정부의 늑장대응을 꼬집었다. 주민대피 시기도 놓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1호기 주변의 대피범위를 20㎞로 하라고 지시해놓고도 관방장관 회견에서는 이를 밝히지 않아 혼란을 불렀다고 비판했다.

이경희 기자, 도쿄=김동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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