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정권에 교과서 국정화 힘 실어줄라' 일본 시민사회, 한국 국정화 반대 성명

2015. 10. 18.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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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위험한 교과서 저지모임 등 24곳
“한국정부 완전한 시대착오” 비판

한국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결정에 대해 일본의 역사왜곡 교과서 저지 운동을 벌여온 일본 시민단체들이 “아베 정권의 교과서 개악 시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 시민사회가 자국이 아닌 한국의 교과서 정책에 반대 성명을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위험한 교과서를 아이들에게 건네지 말자, 오사카 모임’(이하 오사카 모임) 등 일본의 24개 교과서·역사 관련 시민단체들은 16일 성명을 내어, 2017년부터 중·고등학교의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발표는 “한국 시민들이 이뤄온 교과서의 민주화와 동아시아 역사 화해를 위한 노력을 짓밟고, 아베 정권에 교과서 국정화의 구실을 줄 우려가 있는 조처로서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본 여러 지역의 풀뿌리를 기반으로 오랫동안 교과서 운동을 이어 와 해당 분야에 상당한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 시민단체들은 먼저 일본이 군국주의 시절 겪었던 불행한 과거를 거론하며 반대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국정 교과서는 정권의 역사인식을 (국민들에게) 밀어붙이는 수단이다. 과거 일본은 러일전쟁 직전인 1903년부터 패전한 1945년까지 42년 동안 국정화 교과서를 사용했고, 그 결과 많은 일본인들이 침략전쟁을 ‘성전’이라고 믿으며 아시아인들을 살육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1948년 연합군최고사령부(GHQ)의 통제 아래 국정제를 포기하고 검정제를 채택해 오늘에 이르렀다.

이들은 “한국도 전후 독재정권 아래서 민중이 고통받은 역사가 있었지만 많은 시민들이 끈질긴 투쟁으로 민주화를 쟁취했다. 이번 한국 정부의 국정화 방침은 역사를 되돌리려는 것으로 완전한 시대착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교과서 국정화가 국가중심주의 역사관을 불러일으켜 국가간 관계를 악화시키고, 유엔 등 국제사회가 내세운 기준에도 어긋난다는 점 등도 반대의 이유로 들었다.

일본 시민단체들은 특히 한국 정부의 결정이 아베 정권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일본의 교과서 운동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베 정권은 교과서 검정 기준과 채택 제도를 바꿔 교과서의 집필·채택 과정에 국가의 입김을 강화하고, 지난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려는 이쿠호사 교과서 등 역사왜곡 교과서가 더 많이 채택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들은 “2001년 일본 최대의 우익단체인 일본회의와 아베 신조 자민당 의원의 도움을 받은 ‘새로운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교과서를 발행했을 때 한국 정부와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항의했다. 당시 일본 우파들은 ‘국정제인 한국이 검정제인 일본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정색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 한국이 다시 국정화로 이행하는 것은 이들에게 다시 한번 활기를 불어넣고, 아베 총리에게 본격적으로 국정화를 추진할 구실을 주게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큰 희생 위에 쟁취한 민주화의 성과를 결코 내던지지 않을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일·한 양국 시민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국정화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명을 주도한 ‘오사카 모임’의 오카 후미요 사무국장은 “민주화를 끈질기게 쟁취해온 한국 시민들이 정부의 횡포를 반드시 저지할 거라고 믿는다는 것을 전하기 위해 성명을 냈다. 성명에 찬동하는 단체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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