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안보법제 강행' 맞서 청년들 거리로 나서다

2015. 7. 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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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학생 행동' 결성뒤 반대 운동

SNS통해 정치 무관심층 흡수

직설적·쉬운 구호로 호응받아

고등학생·유모차부대도 참가

"1970년대 학생운동 쇠퇴 뒤

처음 나타나는 새로운 운동"

"아베는 그만둬라." "국민을 무시하지 말라."

지난 17일 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날 중의원 본회의에서 안보법제를 강행 통과시킨 데 항의하는 '국회 앞 긴급항의행동' 집회에선 앞에서 마이크를 들고 "국민을 무시하지 말라"고 구호를 선창하는 이도, 그를 둘러싸고 "정말로 멈추게 하겠다" "전쟁이 아닌 평화를" 등의 함성을 지르는 이들도 10대 후반~20대 초중반의 청년 학생들이었다. 일본이 직접 공격을 받지 않아도 전쟁에 나설 수 있게 하는 집단적 자위권에 반대하는 15~17일 사흘간의 국회 앞 항의행동에서 낮 시간의 집회를 주도한 것은 '전쟁을 허용하지 않는 1000인 위원회' 등 기성세대들이었다. 그러나 저녁 7시 이후 집회를 이끈 것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긴급행동'(SEALDs·이하 실즈) 등 젊은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확성기와 북을 들고 박자를 맞춰가며 매일 자정 무렵까지 집회를 이어갔다.

국민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안보법제를 강행 통과시킨 아베 총리의 오만한 '국정운영'이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일본 젊은이들의 정치의식을 깨우고 있다. 나카노 고이치 조치대 교수(정치학)는 20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안보법 반대 투쟁에서 등장한 실즈 등 20대의 정치운동은 "1970년대 일본 학생운동이 쇠퇴한 뒤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특정 대학·정당·단체에 근거하지 않은,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운동"이라고 말했다.

실즈가 결성된 계기는 2013년 12월 아베 정권이 안보 관련 정보를 특정비밀로 지정해 이를 누설한 이를 처벌하도록 한 '특정비밀보호법'을 강행 통과시킨 것이었다. 나카노 교수는 "이런 상황을 보고 어른 세대가 절망하며 '일본의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한탄할 때, 젊은이들은 '민주주의가 죽었다면 다시 시작하면 되지 않느냐'며 떨쳐 일어났다"고 말했다. 실즈는 특정비밀보호법 반대운동을 모태로 해 지난 5월3일 모임을 결성한 뒤, 라인·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이들을 거리로 불러모으는 데 성공했다. 2008년 5월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운동에서 젊은이들이 주요한 역할을 한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실즈를 비롯해 새로운 일본 학생운동의 특징은 같은 세대 젊은이들에게 다가서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안다는 것이다. 딱딱하고 어려운 구호보다 "자민당, 간지 와루이요네(자민당, 재수없어요)"같이 직설적이고 쉬운 구호를 내걸어 젊은 세대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해시태그'(#)를 단 이 구호는 일본 시민들의 트위터 등을 타고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2만2000여명이 실즈의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눌렀고, 15~17일 집회 참가를 호소하는 게시물은 3500여차례 공유됐다. 이들은 참가 요청 메시지에서 "(총리)관저에서 신경 쓰기 시작하는 집회 참가자 수는 10만명입니다. 지난주에 참석한 2만여명의 시민들께선 각자 5명께 호소해 주세요"라며 시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들의 호소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생활정치'에 눈뜨게 된 30~40대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본공산당 기관지인 <아카하타>(적기)는 이번 시위에 대해 "대학생뿐 아니라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아이들을 데려온 엄마·아빠도 있었다. '민주주의는 이것이다. 이것이야'라는 구호 소리가 밤새 이어졌다"고 전했다. 실즈의 중심 활동가인 오쿠다 아키는 <아카하타>와 한 인터뷰에서 "24일 '아베 정권 반대, 총리관저 포위' 행동을 준비하는 등 안보법제를 멈추기 위해 당파나 연령을 초월해 함께 싸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이들의 새로운 정치 실험이 일본 사회에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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