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30대 과학자 '만능세포'도 가짜?

2014. 3. 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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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1월 '네이처' 게재 논문

공동저자가 철회 요구하면서

'일본판 황우석 사태'로 번져

지난 1월30일, 일본 주요 신문의 1면 머리를 장식한 인물은 올해 서른이 된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여성 과학자 오보카타 하루코였다. 평범한 세포를 약산성액에 담그는 간단한 자극만으로 인간의 어떤 세포로도 변할 수 있는 '만능세포'가 생성된다는 그의 연구 결과가 영국의 저명한 과학잡지 <네이처>에 실렸기 때문이다.

이번 발견으로 세계 과학계는 흥분에 휩싸였다. 인간의 어떤 세포로도 변할 수 있는 줄기세포를 그렇게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지금까지 알려진 과학적 상식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껏 확인된 줄기세포 제작법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처럼 인간 수정란을 가공해 배아줄기(ES)세포를 만들거나 세포에 유전자 변형을 가하는 유도만능줄기(iPS)세포를 만드는 것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보카타의 신기술을 활용하면 손쉽게 자극야기성다능성획득(STAP)세포란 이름이 붙은 만능세포를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해 불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진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아사히신문>은 이튿날인 1월31일 '상식을 돌파하는 젊은 힘'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강한 신념과 유연한 발상을 가진 젊은이들의 활약을 더 응원하고 싶다"며 오보카타를 칭찬했다.

그러나 신데렐라의 깜짝 파티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오보카타의 논문이 발표된 직후인 2월 중순부터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그가 제시한 증거 사진이 미심쩍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논문에 공동저자로 참여한 14명의 연구자 가운데 한 명인 와카야마 데루히코 야마나시대학 교수가 10일 "논문에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며 공동저자들에게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튿날인 11일 연구소도 기자회견을 열어 "논문 취소도 시야에 넣고 검토하고 있다"며 14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조사위원회에서 중간 결과를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논문의 문제점을 크게 두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오보카타는 논문에서 쥐의 림프구(임파구)에서 추출한 세포를 약산성 용액에 담가 만능세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구소가 지난 5일 추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이 만능세포가 정말 쥐의 림프구에서 추출한 세포인지 분명치 않다. 둘째, 오보카타는 생성된 세포가 만능세포라는 사실을 실제 다양한 기관으로 분화한 4장의 사진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진이 오보카타의 와세다대학 박사학위 논문에 사용된 별개의 세포 사진과 너무 똑같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오보카타가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만능세포를 이화학연구소 연구팀 말고는 아직 아무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 집단인 일본분자생물학회는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이) 단순 실수 수준을 넘고 있다"며 논문에 사실상 사형선고를 내린 상태다.

한편, 일본 사회에서 이 논문과 관련된 의혹이 불거지고 검증되는 과정은 2005년 한국의 황우석 사태 때에 견줘 질서있고 합리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선 2005년 11월 <피디수첩>의 첫 의혹 보도 이후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보수언론들이 애국심·국익론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한달 가까이 진실 파악을 사실상 방해했다. 이에 견줘 <요미우리신문>은 12일 사설에서 "이화학연구소는 의문에 정면에서 답하라"며 하루속히 진실을 밝힐 것을 요구했고, 다른 언론들도 연구소의 기자회견 소식을 비중있게 보도하는 등 담담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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