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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웬사 "공산권 붕괴는 폴란드에서 시작"

연합뉴스 | 입력 2009.11.08 03:53

 




"콜.부시.고르비는 장벽붕괴의 돌발적 주역"
(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 폴란드 자유노조 지도자였던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은 7일 공산권의 붕괴가 폴란드의 조선소에서 시작됐으며 구 동독의 탈주자들은 그의 궁극적 성공을 위태롭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바웬사 전 대통령은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9일)을 맞아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과 가진 인터뷰에서 "첫 번째 장벽 붕괴는 1980년 폴란드 조선소에서 이뤄졌고 이후 다른 상징적 장벽들이 무너졌다"면서 "물론 독일인들은 실재하는 장벽을 무너뜨렸고 그 광경이 멋지긴 했지만 그 모든 것은 폴란드 조선소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공산주의를 격퇴한 뒤인 80년대 후반 구 동독 주민들이 다른 나라의 대사관을 통해 탈주했고, 그 결과 베를린 장벽이 붕괴했으나 나는 당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탈출을 봉쇄하고 우리의 승리를 파괴하지 않을까 걱정했다"면서 "그같은 게임은 매우 위험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자유노조 운동을 통해 폴란드의 민주화를 이끈 공로로 1983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바웬사 전 대통령은 "다행히 고르바초프는 유약한 정치인이어서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지난주 베를린에서 회동한 것과 관련, "그들은 항상 냉전이 핵전쟁을 통해서나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고 그들 중 누구도 체계적인 변화가 가능할 것으로 믿지 않았다"면서 "이제 와서 그들은 스스로 '독일 통일의 아버지'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대중에 의해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베를린 장벽 붕괴의 돌발적 주역'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에서는 "미스터(Mr.) 고르바초프, 이 벽을 무너뜨리시오"라는 1987년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베를린 연설이, 러시아에서는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 정책이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바웬사 전 대통령은 "'베를린 장벽 붕괴의 아버지 3명'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장식된 부시, 콜, 고르바초프의 모습을 볼 때마다 요행, 그 이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그들은 대중이 표출한 열망을 이행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 러시아, 그리고 미국의 보통 사람들이 우리에게 더 많은 지지를 보냈다"면서 "정치인은 단지 그같은 사건의 기억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웬사 전 대통령은 이어 동유럽 공산권 붕괴 이후의 상황에 대해 "민주주의는 법률이 다양한 원칙들을 담고 있는지, 사람들이 그같은 법률들을 활용하는지, 또 사람들의 지갑이 이같은 민주주의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을 만큼 두터운지 등의 3가지 요소로 구성된다"면서 "폴란드의 경우 민주주의를 위한 법률적 토대를 갖춰졌지만 그것을 활용하는 데 아주 익숙해졌는지는 아직 아직 입증되지 않았고, 지갑 형편은 더욱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는 9일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을 맞아 브란덴부르크 문 인근에서 열리는 도미노 행사에서 1천 개의 장벽 중 첫 번째를 넘어뜨리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ks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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