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 사태 배경·앞날은] 美·러 "내영향력 안에.." 역학관계 팽팽

2008. 8. 11.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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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독립·영토·석유문제 등 이해관계 얽혀러 폭격·봉쇄 대공세… 믿었던 美는 관망만EU·유엔 개입꺼려… NATO도 "중재의무 없다"

"그루지야 문제의 핵심은 남오세티아 자치공화국의 독립 문제에 대해 국제 사회가 어떤 합의도 내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이 8일 지적했듯 그루지야 사태는 그루지야, 러시아, 미국ㆍ유럽 등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국제적인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간단히 정리하면 친미 국가인 그루지야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가입을 위해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남오세티아 자치공화국의 통합을 시도하다 실패한 것이다.

이런 구도라면 그루지야 사태는 미국ㆍNATO 가입국과 러시아 간의 전쟁으로 확대되는 수순을 밟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NATO는 적극 개입을 주저하고 있고, 그루지야는 9일 러시아에 휴전을 제의하며 힘없이 꼬리를 내리는 등 복잡한 국제 정세가 이면에 놓여 있다.

그루지야, 골리앗 러시아에 싸움을 걸다

그루지야의 남오세티아 공격은 미하일 사카슈빌리 대통령의 NATO 가입 열망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9일 영국의 일간 텔레그라프가 보도했다.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남오세티아와 압하지야 등 자국 내 자치구의 존재가 NATO 가입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봤다. 4월 NATO 정상회의에서 그루지야의 NATO 가입을 약속 받자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이를 영내 분리주의자를 몰아낼 기회라고 여겼다. 즉, 러시아가 NATO 가입이 확정된 나라를 침입할 수는 없으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계산은 보기 좋게 엇나갔다. 사카슈빌리 대통령의 성급한 공격을 두고 로이터 통신은 8일 "러시아라는 골리앗을 상대로 다윗인 그루지야가 싸움을 걸었다"고 평했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아직 정식으로 NATO 가입을 하지도 않은 그루지야가 "아직 쥐지도 않은 NATO 카드를 성급하게 사용했다"고 10일 평했다.

친미 성향인 사카슈빌리 대통령의 남오세티아 침공에는 미국의 지원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었다. 그루지야 국가안전보장회의의 알렉산더 로마야 의장은 10일 뉴욕타임스에 "러시아의 그루지야에 대한 공격은 서구사회 전체에 대한 공격"이라며 "지금 러시아를 막지 않으면 러시아군은 모든 유럽 대륙을 장악할 것"라고까지 말하며 미국의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미국은 원하는 답을 주지 않았다. 그루지야가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날을 남오세티아 공격일로 택일 한 이유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날 러시아가 쉽게 반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오판 때문이었다고 미국 언론은 보도했다.

번개 같은 속도로 대응한 푸틴

하지만 그루지야에 대한 러시아의 반격은 냉혹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9일 러시아 국영TV에 "그루지야의 요구는 타당치 않으며 남오세티아에서 물러날 생각은 없다"고 천명하고 "군사 행동은 내가 직접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강경 대응한 배경에는 구 소련에 속한 국가에 대한 미국과 유럽 국가의 입김이 확산하는 데 따른 위기의식 때문이다. 그루지야, 우크라이나 등 구 소련의 영향권에 있던 국가들의 NATO 가입 움직임, 미국의 폴란드 체코와의 미사일방어(MD)기지 설치 협정 체결 등으로 러시아의 위기의식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남오세티아가 제2의 코소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컸다. 2월 유럽연합(EU)과 미국이 러시아의 반대를 무릅쓰고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유럽 외교관들에게 "코소보를 인정하면 남오세티아와 다른 분쟁 지역의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었다.

즉, 코소보 사태 이후 체첸을 위시한 인접국의 분리 독립 움직임에 위협을 느껴왔던 러시아가 서둘러 강경대응을 택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한 외교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는 전략적 뒷마당이라고 생각하는 그루지야에서 영향력을 잃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10일 밝혔다.

경제적인 문제도 깔려 있다.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러시아가 에너지 수송로 확대를 위해 그루지야를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즉, 그루지야를 석유 및 가스 수출 경유지로 사용하고자 하는 러시아에게 친미 성향의 그루지야는 눈엣가시라는 말이다.

뒷짐만 지고 있는 부시

미국과 그루지야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미국은 이라크 파병의 대가로 그루지야에 무기를 제공했다. 또한, 미국은 그루지야를 친미 정책을 펼치는 국가가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로 선전하고자 했다. 때문에 그루지야의 한 정부측 인사는 "해결책은 오직 미국의 개입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그루지야 공격을 보고도 미국은 뒷짐만 지고 있을 뿐이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러시아가 폭격을 멈추기를 촉구한다"라고 말하긴 했지만, 미 국무부는 9일 미국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미국이 적극적 개입을 꺼리는 것은 섣불리 개입했다가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 핵 문제 해결 있어 러시아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선뜻 그루지야의 편을 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즉, 우선순위에서 그루지야는 이란 핵 문제에 월등히 밀리는 셈이다. 유엔의 한 외교관은 10일 뉴욕타임스에 "러시아에게 가서 '이란 대신 코소보를 주겠소'라고 말하면 협상은 잘도 이뤄질 것"이라는 농담을 건넸다.

EU, NATO, 유엔 등도 그루지야 사태에 깊이 개입하기를 꺼리고 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9일 그루지야 문제를 논의하는 세 번째 회의를 열었지만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지 못했다. NATO는 "그루지야, 러시아와 접촉은 했지만 중재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고 9일 로이터통신이 밝혔다.

최지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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