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간 교황 "모든 종교는 전쟁 원하지 않아, 난민은 어디서나 환영받아야"

이윤정 기자 2016. 7. 28. 16: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세계는 전쟁 중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종교전쟁이 아닙니다. 모든 종교는 전쟁을 원하지 않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은 프랑스 생테티엔뒤루브레 성당에서 미사 도중 자크 아멜 신부가 이슬람국가(IS) 인질범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한 것에 깊은 슬픔을 표했지만 ‘종교전쟁’으로 몰아가는 목소리엔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27일(현지시간) 임기 후 첫 동유럽 국가 방문지인 폴란드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교황은 기자들에게 “1914년과 1939~1945년에도 전쟁이 있었고 지금도 세계는 전쟁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내가 말하는 전쟁은 종교전쟁이 아닌, 돈·자원과 같은 이익을 얻기 위한 사람들의 전쟁임을 분명히 한다”고 했다.

이날 가톨릭 세계청년대회에 참석차 닷새 일정으로 폴란드를 방문한 교황은 크라쿠프 공항에서 안제이 두다 대통령을 비롯해 폴란드 국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대통령 부인 아가타와 베아타 시드워 총리는 무릎을 꿇고 교황의 반지에 입을 맞췄다. 환대 속에서도 교황은 소신 발언을 잊지 않았다. 그는 바벨궁에서 두다 대통령에게 “난민은 어디에서나 환영받아야 한다”며 난민 수용을 촉구했다. 교황은 즉위 뒤 첫 외부 방문지로 지중해 난민섬 람페두사를 방문했고, 줄곧 난민과 이주민 문제에 관심을 보여왔다. 이슬람 고위 인사, 정교회 대주교, 유대교 성직자들을 만나며 종교 간 대화에도 역점을 둬왔다.

교황은 “전쟁과 가난을 피해 고국을 떠나온 사람들을 환영해야 하며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되지 않는 이들에게 연대를 보여줘야 한다”면서 “두려움을 극복하고 난민에 대한 연민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인구 92%가 가톨릭 신자인 폴란드는 무슬림이 국가 안보와 종교적 전통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난민 수용을 거부해왔다.

난민을 끌어안으라는 메시지에 폴란드 정부는 불편했을지 모르지만, 교황의 연설은 젊은 신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한 젊은이들은 폴란드 출신의 성 요한 바오로 2세가 대중들과 만났던 장소인 크라쿠프 대주교궁 발코니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자 춤을 추고 노래하며 환호했다. 교황은 대회 준비 도중 암 투병 끝에 숨진 자원봉사자를 위해 묵념하자며 열광을 가라앉혔다. 그러나 차분하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꾼 것도 교황이었다. 그는 “지금 몇몇은 교황이 오늘 저녁을 망칠 작정이라 생각할 것”이라며 농담을 건넸다. 이어 “그러나 우리는 나쁜 일만큼 좋은 일에도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인생은 그런 것이다, 젊은이들”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가서 당신들의 의무를 다하라. 떠들썩하게 밤을 보내라”고 활짝 웃으며 외쳤다고 AFP가 보도했다.

유럽에서 테러가 잇따르자 폴란드 정부는 교황 방문지에 3만9000명이 넘는 경찰을 배치했다. 29일 교황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를 찾아 나치의 유대인 학살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고통의 침묵’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교황은 31일 150만명이 모이는 세계청년대회 야외 미사를 집전한 뒤 로마로 돌아간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