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가스밸브의 주인 '터키 대통령'..독재도 '모르쇠'

황윤정 기자 2016. 7. 1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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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독재자에게 에너지 공급받는 아이러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AFP=뉴스1

(서울=뉴스1) 황윤정 기자 = 많은 사람들이 왜 유럽 각국의 지도자들이 터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반기를 들지 못하는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세계 각국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난민 위기를 대하는 사태나 터키를 독재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유럽이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지 못하는 이유는 ‘에너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컨설팅업체 다이버젠트의 이리나 슬라브 연구원은 18일(현지시간) 석유전문매체인 오일 프라이스에 게재한 기고를 통해 “지난 주말 군사 쿠데타가 6시간 만에 종결된 후 원유시장에서 터키가 가지는 중요성과 터키의 정치적 소요 사태가 원유시장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이 다시금 인지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신규 가스 프로젝트 가세…터키의 지리적 중요성↑

터키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해 운송되는 원유는 일평균 300만배럴로 전체의 3%에 해당된다. 절대적인 수치로 보면 큰 규모가 아니라고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유럽에 수입되는 원유의 4분의 1 이상이 이 해협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해볼 때 터키의 지리적 중요성은 매우 높아진다.

또한 터키는 두 개의 중요한 원유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하나는 아제르바이잔, 다른 하나는 이라크 원유가 운송된다. 두 파이프라인 모두 터키의 세이한 항까지 연결돼 있다. 이에 더해 아제르바이잔부터 이탈리아까지 연결되는 두 개의 파이프라인인 ‘남부 가스 공급통로’ 건설도 진행 중이다.

슬라브 연구원은 터키가 중동과 중앙아시아로부터 원유와 천연가스가 운송되는 ‘핵심 허브’라고 강조했다. 또한 진행 중인 신규 프로젝트들로 인해 터키가 에너지시장에서 갖는 지리적 중요성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요국 이해관계 모두 부합…터키가 유럽의 '갑' 시리아가 내전을 겪고 있는 가운데 터키는 카타르와 자국을 잇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해 가스 공급을 확대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이 파이프라인 건설 계획은 이란보다 우월적 지위를 점하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욕구와 맞아떨어지는 측면도 존재한다. 또한 유럽 국가들은 에너지 공급원을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러시아에 대한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추기를 희망한다.

이에 더해 러시아가 유럽 대륙에서 최대 가스공급자로 부상하는 것을 경계하는 미국의 지정학적 동기에도 부합하며 터키의 프로젝트는 더욱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러한 이해관계가 얽히며 향후 유럽 대륙의 에너지 수입이 터키에 크게 의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터키가 유럽과의 지정학적 관계에서도 ‘갑’의 위치에 설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슬라브 연구원은 분석했다. 유럽 각국 정상이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단에 맞춰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유럽 가스 잠금장치의 주인이 될 것”이라며 “아이러니하게도 재생에너지로 완벽히 대체되기 전까지는 민주주의 유럽 국가들이 독재자에게 에너지를 의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y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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