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투표 분석']스코틀랜드 "분리독립 하겠다"..EU 떠나니 '내부 분열' 직면

이윤정 기자 2016. 6. 24.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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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지역·계층 간 극명히 갈린 표심
ㆍ잉글랜드·웨일스 지역 “탈퇴”
ㆍ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 “잔류”

유럽 밖에서 ‘위대한 영국’을 부활시키겠다는 꿈을 꿨지만, ‘쪼그라든 잉글랜드’가 될 판이다.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잉글랜드와 웨일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의 지역 간 인식 차이가 극명히 드러남에 따라 영국은 분열 위기를 맞았다. EU에서 나와 주권을 회복하고 이민자 문제를 통제하겠다는 포부에 앞서 영국은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의 독립 요구에 맞닥뜨렸다.

24일 발표된 투표 결과는 남북이 각각 탈퇴와 잔류로 극명하게 갈렸다. 남쪽의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는 52~53%로 탈퇴가 우세했다. 특히 실업률이 33%에 달했던 아일랜드 동부에서는 압도적으로 탈퇴 표가 많았다. 동부 항구도시 보스턴에서는 75.6%가 탈퇴를 택했다. 반면 북쪽의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에서는 잔류 의견이 강했다. 영국에서 독립하지 못할 바에야 EU에 남겠다던 스코틀랜드에서는 62%가 잔류를 지지했다.

영국은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등 4개 지역으로 구성된 연방국이다. 1707년 잉글랜드에 통합된 스코틀랜드는 꾸준히 독립을 꿈꿔왔다. 2014년 9월 독립 주민투표에서 반대 55%로 영국에 남았지만 이번 국민투표를 계기로 다시 독립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장인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대표는 이날 브렉시트 결정이 나자 두번째 스코틀랜드 독립 주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가혹한 탄압을 받았던 북아일랜드는 1990년대 이후 분리독립 요구가 사그라들었는데 브렉시트가 다시 기름을 부었다. 앞서 미국 뉴욕타임스는 자칫 영국이 ‘그레이트 브리튼’에서 ‘리틀 잉글랜드’가 될지 모른다고 지적했는데,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잉글랜드는 영국 전체 면적의 53%에 불과하다.

이번 국민투표 투표율은 72.2%로 지난해 총선 때의 64.6%보다 훨씬 높았다. 전문가들은 투표율이 높으면 잔류가, 낮으면 탈퇴가 유력할 것으로 봤으나 투표함을 열어보니 결과는 반대였다. 잔류 여론이 압도적일 것으로 보이던 지역에서조차 잔류 찬성률이 예상보다 낮았다. 잔류 지지자가 많았던 런던은 예상보다 투표율이 낮았다. 선거분석가 존 커티스는 텔레그래프에 “궂은 날씨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개표된 지중해의 영국령 지브롤터에서는 95.9%가 잔류에 몰표를 던졌으나 투표자 수가 2만145명에 그쳐 영향은 미미했다.

잔류파와 탈퇴파는 계층별로도 극명히 갈렸다. 가디언 분석에 따르면 교육 수준이 높고 중산층 이상이 많이 사는 지역일수록 잔류 투표율이 높았다. 반면 노동자층, 저학력층, 노년층, 영국 태생 주민이 많은 곳에서는 탈퇴 표가 많이 나왔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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