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선택한 노인들.."죽는 날 파티하고 떠납니다"
안락사를 선택한 노인들은 죽음을 받아들이며 파티를 열었다.
12일 일본 뉴스포스트7에 연재하는 언론인 미야시타 요이치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안락사협회(NVVE) 회원이자 안락사를 준비하는 앤젤레스(75) 할아버지를 만나 사례를 들어봤다. 또 장례파티에 참석했다.
앤젤레스 할아버지는 안락사에 관해 자신뿐만이 아니라 지인도 안락사를 원하고 있다며 지난 3월 오랫동안 교류하던 지인의 장례파티를 떠올렸다.
애연가였던 고인은 말기암으로 고생하던 중 스스로 안락사를 선택, 친구와 가족 30명을 초대해 파티를 열었다.
빨간 카디건을 입은 윌 할아버지. (사진 중앙) |
할아버지가 교사로 재직하다 정년퇴임 후 젖소를 키우며 노년을 보냈다.
생전에 클래식을 좋아했던 할아버지는 색소폰을 취미로 삼았었고, 그러던 작년 12월쯤 색소폰 불기가 힘들어져 병원을 찾은 결과 ‘폐의 편평상피 세포암(폐에서 기원한 악성종양 (원발성 폐암)’에 걸린 것을 알게 됐다.
할아버지는 폐암으로 호흡조차 곤란했지만 진통제로 버티며 소원했던 벨기에로 여행을 다녀왔다.
또 자신의 장례를 직접 준비했다. 장례식 대신 파티를 열자는 것도 할아버지의 생각이었다.
간호사로 재직했던 넬 할머니는 “많은 죽음을 봐왔지만 그의 사생관(죽음과 삶에 대한 사고)은 유별났다”며 “의사가 주사와 독약 중 무었을 원하느냐고 묻자 주저하지 않고 주사를 선택했다”고 말했.
오후 1시쯤 열린 파티는 가족과 지인 26명이 참가해 마치 할아버지의 생일파티 같았다. 모두가 샴페인을 들며 이날의 주인공인 할아버지를 위해 건배했다. 할아버지는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것에 불만을 나타냈지만 밝게 웃으며 건배를 제의하기도 했다.
그리곤 잠시 끊었던 담배에 다시 불을 붙이며 “나는 죽는 마지막까지 파티를 즐겼다.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방으로 들어가 마지막을 준비했다.
사람들은 할아버지의 재치 있는 마지막 인사에 웃었지만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했다.
윌 할아버지는 주사를 놓는 여의사의 손이 떨리자 그녀를 진정시키며 “우리는 괜찮다. 나는 준비가 됐다. 주사로도 목숨이 끊어지지 않는다면 숨을 끊어 달라”고 말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 뉴스포스트7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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