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벌벌 떠는 러시아 무기 '가스관'..이번엔 터키 '위협'

남지원 기자 2015. 12. 4.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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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km 가스관' 건설 협의 중단..어느 나라 거쳐 가냐 따라 '첨예'동유럽과 분쟁 땐 밸브 잠가 '가스 대란'..서유럽은 직통 '설치'

러시아가 전투기 격추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터키로 이어지는 가스관인 터키스트림 건설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3일 발표했다. 터키스트림은 러시아가 터키와 손잡고 흑해 바다 밑에 지으려 하는 약 1100㎞ 길이의 가스관이다. 유럽국들과 터키 등 러시아 주변 나라들은 세계 최대 가스생산국인 러시아에 가스공급을 거의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유럽 대륙에는 러시아가 가스를 보내는 파이프라인이 촘촘히 깔려 있다. 가스관이 어느 나라를 거쳐 어디로 향하느냐는 늘 첨예한 문제다.

러시아는 다른 나라와 분쟁을 할 때마다 가스밸브를 잠그는 것을 무기로 삼는다. 우크라이나에는 2006년과 2009년, 지난해 세 차례나 가스공급을 끊었다. 원유 역시 마찬가지여서 2007년 벨라루스가 자국 땅에 매설된 송유관을 지나는 원유에 세금을 붙이려 하자 러시아는 원유 수송을 중단시켜 버렸다. 지난해에는 서유럽과 갈등이 격화되자 흑해를 지나 남·동유럽 6개국에 가스를 공급하기 위해 사우스스트림 가스관을 지으려 했던 계획을 폐기했다. 이번에도 러시아가 전투기 사건 보복으로 터키에 가스밸브를 잠글 거란 예측이 현실이 됐다. 터키는 부랴부랴 아제르바이잔에서 가스 수입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고 일간 자만은 보도했다.

가스관이 러시아의 무기가 되자 유럽은 러시아 가스 의존을 줄이려 애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터키 북부와 동유럽을 잇는 총연장 1329㎞의 나부코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다. 아제르바이잔에서 오는 남코카서스 가스관(SCP)과 현재 공사 중인 트랜스아나톨리아 가스관(TANAP)을 통해 카스피해의 아제르바이잔 샤데니스 가스전으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겠다는 구상이다. 2010년 터키를 마지막으로 모든 관련국이 나부코 가스관 건설 협약을 비준했다.

그러나 아제르바이잔이 그리스를 거쳐 이탈리아 남부로 이어지는 트랜스아드리아 가스관(TAP) 공사에 먼저 착수한 탓에 나부코 쪽은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유럽은 투르크메니스탄 천연가스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카스피해 항구도시 투르크멘바시에서 아제르바이잔 바쿠까지 카스피해 해저를 따라 연결되는 가스관을 지으면 중앙아시아에서부터 가스를 받아오는 것도 가능하다. 러시아와 이란은 카스피해 환경이 파괴된다며 이 계획에 극렬 반대한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유럽 시장이 줄어드는 것에 맞춰 중국 시장을 노리고 ‘시베리아의 힘’이라 이름 붙인 대규모 가스관 공사를 벌이고 있다.

유럽 내부에서도 가스관을 둘러싼 이해관계는 미묘하게 엇갈린다. 동유럽 국가들과 러시아가 싸울 때마다 러시아가 가스관을 잠그자, 서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와 서유럽 간 직통 가스관 건설을 추진했다. 2011년 러시아 비보르크에서 발트해를 지나 독일 그라이프스발트를 잇는 세계 최장 해저 가스관 노르드스트림이 완공되자 동유럽은 크게 반발했다. 최근 러시아와 독일이 노르드스트림2 건설을 추진하자 폴란드와 체코 등은 유럽연합(EU)에 항의서한을 보내 “독일이 지나친 에너지 패권을 갖고 동유럽 회원국들에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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