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것을 잊은 섬" 주민들의 장수비결 보니

한상혁 기자 입력 2012. 10. 31. 17:54 수정 2012. 10. 3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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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스타마티스 모라이티스는 1976년 의사 10명으로부터 폐암으로 9개월밖에 못 산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고향에서 임종을 맞으려고, 그리스의 이카리아(Ikaria) 섬으로 돌아갔다.

모라이티스는 고향에서 집을 손수 고쳐 짓고, 밤늦게까지 동네 친구들과 게임을 즐겼다.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를 만들어 연간 1500L를 만들었다. 모라이티스는 97세가 된 지금도 건강히 살아있다. 그는 "어떻게 된 일인지 물으려고 10년 전 미국에 가봤더니 나에게 말기 암 판정을 내린 의사 10명이 모두 죽고 없었다"고 말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최근 "사람들이 죽는 것을 잊어버린 섬"이란 제목으로 '블루존: 세계 장수마을'의 저자 댄 뷰트너의 그리스 이카리아섬에 대한 연구를 자세히 소개했다. 뷰트너는 2000년부터 내셔널지오그래픽과 함께 세계 장수(長壽)지역을 연구하고 있다.

이카리아섬은 터키 서해안에서 48㎞ 떨어진, 면적 256㎢의 작은 섬이다. 그런데 이 섬의 노인이 90세 이상까지 생존하는 비율은 미국의 2.5배에 달하며, 미국인보다 평균수명이 8~10년 더 길다. 미국의 경우 85세 이상 노인의 절반이 알츠하이머병을 앓지만, 이 섬의 노인들은 알츠하이머를 겪는 경우도 거의 없다.

뷰트너와 이탈리아·벨기에·그리스 연구진은 입대(入隊) 기록 등 공식 문서를 통해 이카리아섬 노인들의 나이를 확인했다. 장수촌 연구에서 노인들이 자기 나이를 정확히 모르거나 관광객을 모으기 위해 나이를 올려 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자료를 모은 것이다.

IHT는 미국인들의 건강과 관련된 관심사가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주로 관심이 맞춰져 있는데 반해, 뷰트너의 연구는 이카리아섬 주민들의 생활방식과 공동체 생활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카리아섬 사람들은 잠꾸러기다. 밤늦게까지 이웃과 춤추며 어울린 이들은 오전 11시 전에 일어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부분이 낮잠을 자기 때문에 낮에는 온 마을이 고요해지기도 한다.

이카리아섬 사람들 사이에는 '사생활'이란 표현이 없을 정도로 이웃과 밀접하게 연결된 삶을 산다. 이웃 아이도 서슴없이 꾸짖을 만큼 간섭이 심하다. 산업화한 사회에서 은퇴한 노인들이 고독한 삶을 사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카리아 주민들은 외로울 일이 없고, 소속감과 안정감이 우울증과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준다.

이카리아 주민들은 생활에서 어떤 스트레스도 받는 경우가 없다. 시간 약속조차 지키지 않아 사람들이 시계도 차고 다니지 않아서 약속을 하면 오전 10시에 올지 오후 6시에 올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축제 때 음식과 와인을 사느라 돈을 다 쓰고, 남는 돈을 가난한 이들에게 줄 만큼 물질적으로 여유가 있다. 실업률이 40%나 되지만 채소며 과일, 가축을 손수 길러 음식이 모자랄 일도 없다.

이 밖에 채소 위주로 고기와 설탕, 밀가루가 적은 식단, 많은 운동, 65세 이후로도 정기적인 성생활을 즐기는 점 등이 이카리아 주민들의 장수 비결이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도 이카리아 주민들의 장수 비결을 11개 항목으로 정리해 25일 보도하기도 했다.11개 항목은 △충분한 휴식 △채소위주 식단 △설탕·밀가루·고기를 섭취하지 않음 △올리브오일·염소젖 등 지중해 식단 △가공식품이 없음 △낮잠 자는 습관 △성생활 △활발한 사회생활 △운동 △스트레스받지 않기 △이런 습관들의 상호 강화 작용 등이다.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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