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죽어가는 사람 방치' 처벌 논란

신삼호 2011. 10. 2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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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연합뉴스) 신삼호 특파원 = 중국에서 두 살짜리 여자 아이가 두 번이나 차에 치여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 처해있는데도 사람들이 그냥 지나칠 뿐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던 일이 벌어지자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도 돕지 않으면 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른바 `견사불구'(見死不救)죄를 신설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광둥성 포산(佛山)시의 한 시장 골목에서 혼자 놀던 두 살배기 왕모양이 두 번이나 차에 치여 쓰려져 있는 동안 이 아이 주변에 있거나 지나가던 사람이 18명이나 됐지만 아무도 도와주려 나서지 않아 결국은 뇌사상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중국에서 메마른 인정을 질타하는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견사불구'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광둥성은 사건 발생 후인 지난 19일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도 돕지 않는 행위를 비난하고 의용정신을 고취하자'는 주제의 대토론회를 열어 `견사불구'죄 입법 문제 등을 논의한 뒤 시민들에게 의견을 내 달라고 요청했다.

광둥성의 저명 법률가인 주융핑(朱英平)에 따르면 오는 11월 설립되는 광둥성법학회법률학연구회는 첫 프로젝트로 `견사불구 행위에 대한 연구 및 입법 추진'을 선정하고 `견사불구'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다.

일부 중국 법률학자들도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도 방치하는 것은 문명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자신과 관계없는 일이라면 무관심한 중국인들의 사고를 개선하고 의용정신을 북돋으려면 `견사불구'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프랑스의 경우 자신이나 제3자가 위해를 당할 우려가 있는 것도 아닌데도 위급한 사람을 돕지 않고 방관하면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한 형법의 규정과 어려운 처지에 빠진 사람을 돕는 행위를 장려하는 미국, 캐나다, 유럽 다수 국가의 이른바 `착한 사마리아인 법' 등을 감안해 관련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법학자, 중국 매체들은 `견사불구' 입법을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며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국 누리꾼들은 77%가 `견사불구'를 처벌하는 데 반대하는 의견을 보였다고 광주일부(廣州日報)가 전했다.

이들은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 돕는 것은 도덕행위의 일종인데 도덕행위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법정신에 맞지 않으며 시민의 권리와 의무를 제한하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또 견사불구 법이 시행되면 정작 나서야 될 사람들이 나서지 않는 등 상당한 부작용과 사회적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로서 이 법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실 중국에서 `견사불구' 문제가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의 대문호 루쉰(魯迅)은 `야오'(葯)과 같은 작품을 통해 같은 민족의 불행에 무관심한 중국인의 이중적 심성을 질타하기도 했다.

지난 2001년에는 국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선 32명의 대표가 형법에 `견사불구' 죄를 신설하자고 주장했고 지난 2009년엔 대학생 3명이 물에 빠진 소년 2명을 구조하려다 익사했는 데도 정작 주변에 있던 어부는 모른 체 했던 사건을 둘러싸고 `견사불구' 입법 논란이 재차 뜨겁게 일었다.

하지만 중국인이 고령의 노인이 길에 쓰러져 호흡곤란을 겪고 있거나 교통사고 등으로 죽어가는 데도 무관심한 것은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들을 돕다가 오히려 가해자로 몰려 신체 및 재산상의 피해를 입는 등의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는데다 자신과 관계없는 일에는 나서지 않는 게 올바른 처세술이라고 믿기 때문에 중국인들은 어지간하면 앞에 나서기를 꺼린다.

현재 언론 매체나 누리꾼들은 `견사불구' 입법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과거에도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흐지부지된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에도 뜨거운 논쟁의 흔적만 남기고 유야무야되거나 아니면 의용정신을 고취하는 법안이 대체입법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s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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