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시장 '거품' 붕괴론에 전 세계가 긴장

조홍민 기자·베이징 | 조운찬 특파원 2011. 6. 14.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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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13% 차지하는 '경제 추진체'.. 꺼질 땐 연쇄 타격가격 하락·거래 감소에도 "지나친 우려" 견해도 많아

중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터질 것인가.

최근 2~3년 가파르게 상승했던 중국의 부동산 가격이 올 들어 하락세를 보이면서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무너질 경우 중국 내 경기는 물론 세계경제에도 미칠 여파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건설을 포함한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3%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중국 경제의 추진력으로 작용해온 부동산 거품이 꺼지게되면, 그 충격으로 GDP 증가율은 한자릿수 초반으로 떨어지게 되고 세계 경제에 연쇄적인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9일 "중국의 부동산 거품이 터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경영자와 투자가, 정책담당자가 기도하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할 정도다. 최근 외신들은 부풀어 올랐던 중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분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9일 중국 주요 대도시의 집값이 더 이상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거품이 터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부동산 시장 조사업체 드래고노믹스에 따르면 중국 9개 주요 도시에서 지난 4월 부동산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4.86%나 떨어졌다. 2009년 10%, 2010년 21.5%나 급등했지만 올해 들면서 제동이 걸린 것이다. 주택 매매량도 연초의 50% 수준으로 줄었다.

중국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경기회복을 위한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유동성이 급격히 증가, 대륙 전역에서 부동산 건설붐이 일어났다. 이 같은 건설붐이 투기과열로 이어져 엄청난 거품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중국사회과학원(CASS)의 조사에 따르면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적정가격보다 최고 7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35개 대도시 가운데 베이징과 상하이 등 11개 도시의 부동산 값은 적정 수준보다 30∼50%가량 높았다. 35개 대도시 부동산의 평균적인 거품 수준은 30% 정도인 것으로 분석됐다.

공급이 확대되다 보니 새로 지은 아파트는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빈집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스탠더드차터드은행은 다롄, 톈진 등의 경우 주택 재고가 20개월치나 돼 가격 하락 압력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많은 도시에서 향후 주택가격이 10~20%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안한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위기에 봉착할 경우 건설경기, 나아가 글로벌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일 "중국의 부동산 및 주택건설 시장은 전 세계 건설자재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중국의 건설업 침체는 건설자재 수요 감소와 중국의 성장 둔화로 이어지면서 세계경제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에서 소비하는 시멘트, 철광석, 철강 등 원자재와 건설자재 규모는 세계 소비량의 50%에 달한다. 중국의 건설현장에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철강은 중국 전체 사용량의 40%에 달한다. 가전제품이나 인프라 등 관련 산업에 간접적으로 이용되는 것까지 합하면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과열된 부동산 투자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대출금리나 지급준비율 인상 등 통화정책은 물론 부동산을 직접 겨냥한 정책도 등장했다. 중국인민은행은 지난해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금융기관의 대출금리를 총 4차례에 걸쳐 1%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1월에는 충칭과 상하이시가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 처음으로 고급 주택에 대해 부동산 보유세를 도입했다. 주택가격의 최대 1.2%까지 세금을 물린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4월에는 중국 국무원이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초기 납입금 비율 인상을 골자로 한 신국10조(新國十條)를 발표했다. 이런 정책들이 단기적 관점에서는 제한적이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주택 구매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끼쳐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지적들과 달리 현재 중국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을 거품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FT의 중국특파원 자밀 앤덜리니는 "거품을 '자산가격의 급등 국면에서 투기를 지탱하는 차입의 급증'으로 정의할 경우 중국 부동산 시장은 이에 들어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에서는 실질소득에 대한 가계부채의 비율이 2010년 45%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증권회사인 CLSA의 조사에 따르면 이 수치는 미국의 부동산 거품이 정점에 달했던 2007년 130%의 절반에도 훨씬 못미친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를 불렀던 미국의 부동산 거품 붕괴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다.

중국 내 다른 경제전문가들도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주춤하고는 있지만 하락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거품 붕괴→경기침체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코트라 베이징사무소의 박한진 부관장은 경향신문에 "중국 내에서는 여전히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라고 말했다. 조영삼 산업연구원 베이징사무소장도 "거품이라는 주장은 주기적으로 나왔다"며 "현재 중국의 주택경기가 조정기인지, 거품 제거의 신호탄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의 한 부동산 중개인은 "나라에서 가격통제를 시도하고 있으나 잘 먹히지 않는 것 같다"며 "거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매매가격뿐 아니라 임대가격도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품의 존재를 부인하는 전문가들도 현재 중국의 주택가격이 너무 높아 장기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동의하고 있다. 중국의 많은 도시에서 주택의 평균가격이 일반 가계 연 평균수입의 10배 이상으로 오르고 있다는 점에서다.

FT는 지난 6일 "중국과 세계경제가 노출된 위험을 고려하면 관건은 중국 정부가 거대한 거품 붕괴를 일으키지 않고 어떻게 가격을 서서히 내리는 '연착륙'을 이뤄내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지난 20년간 경제성장을 뒷받침해온 만큼 거품이 한번에 꺼질 경우 그 후유증과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 조홍민 기자·베이징 | 조운찬 특파원 dury129@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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