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역 '女스파이' 선안나 추도물결

2010. 6. 2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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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스 속기사로 10년 암약

핵심정보 빼내 공산당에 제공

봉건적 삶 거부 새 인생 개척

드라마틱한 삶 재조명 활발

중국 최고의 여성 스파이로 암약한 선안나(瀋安娜)가 95세를 일기로 지난 16일 삶을 마감했다

국공내전(1945~49년)시절 중국 공산당의 스파이로 국민당 내에 잠복한 그녀의 삶은 지난해 중국 전역을 뜨겁게 달궜던 드라마 '첸푸(潛伏)'의 주인공과 흡사하다. 국민당과 공산당 측간 치열했던 첩보전을 그린 이 드라마 속의 주인공 쉬저청(徐則成)은 실제로 국공 첩보사에 이정표를 세웠던 리창(黎强)을 모델로 만들었다.

선안나는 그에 못지않은 활동을 한 중국 최고의 여성 스파이로 평가 받는다. 선이 타계하자 드라마 같은 그녀의 스파이 인생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선안나는 1915년 11월 장쑤(江蘇)성 타이싱(泰興)의 한 봉건적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7세 때 발을 천으로 동여 매 기형적으로 작게 만든 전족(纏足)을 할 뻔했지만 끝까지 거부해 결국 가족들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16세 때에는 정략 결혼을 피해 언니와 함께 상하이로 도망을 갔고, 이듬해 상하이난양상업고교에 진학했다. 이 학교에서 기밀정보요원으로 활동 중이던 화밍즈(華明之)를 알게 되면서 공산당 혁명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당시 그녀는 학비를 벌기 위해 속기사 공부를 했는데, 이 기술을 배운 덕분에 1934년 국민당 저장 성 정부의 속기사로 취직했다. 이때부터 첩보원으로서 '잠복'이 시작됐다.

선안나는 빼돌린 정보를 화밍즈에게 전달했다. 두 사람은 연인으로 가장해 접촉하곤 하다가 실제 부부가 됐다. 1938년 10월 선은 국민당 중앙당부 기밀 속기원으로 발탁돼 국민당의 최고 핵심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당시 공산당 첩보전을 총지휘하던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중국 총리가 그녀에게 직접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남편인 화밍즈도 국민당 군사위원회 정치부 통신 본부에 잠복해 부부가 함께 첩보전을 펼쳤다.

당시에는 모든 문서가 속기로 기록됐기 때문에 선안나는 국민당의 당 간부회의에 필참했다. 장제스(蔣介石) 국민당 총재가 바로 곁에 공산당 스파이를 두고 자신의 말을 빠짐없이 기록하게 한 셈이다. 선안나는 당시를 회상하며 "가장 중요한 정보는 속기를 할 수 없게 했는데,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서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10여년간 국민당 중앙 당부의 속기사로 암약하며 고급 정보를 공산당 측에 제공했다. 1949년 대만이 공산당에 밀려 남하하면서 15년간의 긴 잠복 업무를 끝냈다. 남편 화밍즈는 2003년 먼저 세상을 떠났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m.com- 헤럴드 생생뉴스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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