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오바마 언론 인터뷰 검열

2009. 11. 2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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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개혁성향 '남방주말' 기사 빠져…질문 사전검열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떠나며 '언론자유'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는 <신화통신> <cctv> 등 대표적 관영언론들을 제쳐두고 진보적 주간지 <남방주말>과 단독 인터뷰를 하는 '뼈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중국 당국은 이 기사를 검열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방문 마지막날인 지난 18일 오전 11시10분 베이징에서 <남방주말>의 샹시 편집국장과 12분 동안 인터뷰를 했다. 이 인터뷰 기사는 19일 발행된 <남방주말>에는 실렸으나, 20일 현재까지 <남방주말>의 홈페이지(infzm.com)에는 기사가 올라오지 않고 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오바마 대통령이 <남방주말>에 '자유로운 언론을 지지한다'는 글도 써줬다고 전했지만, 이 글도 실리지 않았다. 중국 주요 언론들도 평상시와는 달리 대형 특종인 이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지 않고 있고 샹시 편집국장이 취재 뒷얘기를 밝힌 인터뷰 기사 역시 온라인에 제목만 올라있을 뿐 읽을 수 없도록 차단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내 일부 외국언론 사무실에는 인터뷰 기사 부분이 빠진 채 <남방주말>이 배달됐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뷰가 <남방주말> 마감 직전에 이뤄져 초판에는 기사가 실렸으나, 중국 당국이 검열 과정에서 기사를 인터넷에 올리지 못하게 한 것으로 분석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주요 관영언론들을 제쳐두고 개혁적 보도로 당국과 갈등을 빚은 전력이 있는 <남방주말>과 인터뷰를 한 데 대한 불편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존 헌츠먼 주중 미국대사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남방주말>과 인터뷰를 하도록 권유했다고 홍콩 언론들은 전했다.

 샹시 <남방주말> 편집국장은 "중국의 수많은 언론매체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이 왜 남방주말을 선택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우리로서는 대단한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는 답변을 피하거나 다른 정치인들처럼 뻔한 대답을 하지 않고 매우 신중하고 정확하게 답변을 했다"면서 "짧은 인터뷰였지만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19일치 <남방주말>에 실린 인터뷰 내용은 미중 협력, 중국 방문 인상 등에 대한 비교적 평범한 내용이어서 인터뷰 이전부터 중국 당국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남방주말>의 한 관계자는 질문 내용을 중국 외교부와 언론 감독기구에 보내 사전 검열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지난 18일 오바마 대통령을 단독으로 인터뷰한 <남방주말> 관계자들은 당국의 요구로 이날 오후 완성된 원고를 공산당 중앙선전부 등 관련부서에 보내 검열을 받아야 했고, 이 때문에 <남방주말>의 배포도 평소보다 하루 정도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남방주말>은 검열에 대한 항의로 '백지광고'를 싣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19일치 이 신문의 1면과 오바마 인터뷰 기사가 실린 2면의 절반은 모두 이 회사의 자체광고로 매워졌다. 평소 <남방주말>은 1면과 2면에 광고를 싣지 않는다. 중국 네티즌들은 <남방주말>이 고의로 1면과 2면에 대형 광고를 싣어 자신들의 뜻을 표현하고자 한 것으로 본다. 2면의 절반을 차지하는 대형 광고에는 대부분이 백지인 상태로 가운데에 "모든 사람들이 큰 인물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여기서 중국을 읽을 수 있습니다"라는 상징적인 문구가 쓰여 있다.

이번 <남방주말>의 오바마 인터뷰 기사를 둘러싼 민감한 해프닝은 20일 중국 네티즌들과 지식인들의 뜨거운 이슈가 됐다. 인터넷에서는 오바마가 <신화통신> <인민일보> <cctv> 등을 제쳐놓고 <남방주말>과 인터뷰함으로써 중국의 언론통제를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언론자유를 강조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서 발행되는 <남방주말>은 중국 사회의 문제들을 독립적으로 깊이 있게 취재하는 기사들로 주목을 받아왔으나,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의 '눈엣가시'로 불리며 여러차례 편집진이 해임되거나 체포되는 사태를 겪었다.

이번 방문동안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에 과도하게 허리를 숙였다는 비판을 받아온 오바마가 베이징을 떠나기 직전 마지막으로 할 말을 한 셈이다. 중국 당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6일 상하이에서 진행한 중국 대학생들과의 '타운홀 미팅'을 관영 <cctv>로 전국에 생중계해달라는 미국의 요구도 거부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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