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한진중서도 '노동자들의 절규'

입력 2011. 6. 30. 20:20 수정 2011. 6. 30.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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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수빅조선소서 집회 예고

4년새 31명 사고로 사망

"조선소가 아니라 묘지"

부산에서 정리해고 문제로 노조와 갈등을 빚어온 한진중공업이 운영하는 필리핀 수빅 조선소의 열악한 작업환경과 노조탄압 문제가 필리핀에서 사회 이슈화되고 있다.

<저널 온라인> 등 현지 언론들은 노동단체 계약직화반대연합(Kontra)과 필리핀가톨릭주교협의회(CBCP)가 7월3일 마닐라와 수빅 일대에서 한진중공업의 열악한 노동 실태를 고발하는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고 지난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들은 수도 마닐라의 주택공사 앞에 모여 한진중공업의 조선소가 있는 수빅만까지 행진하며, 한진과 필리핀·한국 정부에 대해 노동환경 개선 등을 촉구할 계획이다.

계약직화반대연합은 29일 마닐라의 한국대사관과 보니파시오항에 위치한 한진중공업 사무소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필리핀 노동자당(PM)의 주디 앤 미란다 사무총장은 이 자리에서 "외국에서 운영되는 한국 조선업체들이 안전규정과 노동 기준을 엄격히 준수할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할 것"이라고 한국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또 필리핀 정부를 향해서도, 한진중공업의 안전규정 준수 여부 등 노동 실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필리핀 노동단체 등이 들고 일어선 것은 한진중공업이 자유무역지역에서의 특권적 지위를 활용해 저임금·고강도 노동 착취를 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지 노동단체들의 조사에 따르면 2007년 이래 수빅 조선소에서는 노동자 31명이 작업중 안전사고 등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인 관리자들로부터 욕설과 폭행 등 부당한 처우를 받은 사례는 11건에 이른다. 식당 등의 위생 상태도 열악해, 321명의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한 사례도 있다. 조선소에는 반상근 의료진이 1명뿐이고, 가까운 병원은 27㎞ 밖에 있는 등 보건 실태도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필리핀피스사이클'에 따르면 수빅 조선소 노동자들은 한국인 임금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저임금을 받으며, 주야 2교대로 12시간 노동을 하고 있었다. 2008년 노조가 결성된 이후 회사 쪽의 노조 탈퇴 종용이 잇따랐고, 실제 '안전규칙 위반'이란 명목으로 노조 간부 등 63명이 해고됐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2006년 7억2100만달러가 투입돼 옛 미군기지인 수빅만에 건설된 이 조선소는 전세계 4번째 규모로 현재 정규직 1만명 등 2만1000여명이 일하고 있다. 건설 당시 필리핀이 유치했던 최대 규모 해외투자로 기대를 모았던 수빅 조선소는 이제 "조선소(shipyard)가 아니라 묘지(graveyard)"란 말이 나온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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